어느 날 밤 깊은 잠을 자고 있는데 제 옆구리를 사정없이 찌르며 “아! 저 방 가서 자!!” 하고 소리를 빽 지르는 겁니다. 깜짝 놀라 깼는데, 남편이 발로 제 옆구리를 찔러놓고, 등을 보이며 자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약이 오르던지, 군대 간 아들의 방으로 갔습니다. 다시 자려고 누웠는데 정신은 더욱 말똥말똥해지고, 기분은 나빠졌습니다. ‘아니 자다 말고 왜 그래? 뭐 화난 거 있나?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멀쩡히 자는 사람을 깨워 내쫓을 수가 있어?’ 저는 오래 잠들지 못 하고 결국 새벽에 출근하고 말았습니다. 전 과자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데,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근무라 새벽 5시에 출근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일 나가야 될 사람을 깨우다니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동료들은 “어디 아파? 뭐 언짢은 일 있었어?” 하면서 걱정을 했습니다. 결국 저녁에 남편한테 따져 물었습니다. “당신! 도대체 왜 그랬어요? 멀쩡히 자고 있는 사람 옆구리까지 찔러가며 왜 딴 방가서 자라 그래요?” 하니까 이 사람 별일도 아니라는 투로 “어 그거, 당신이 코 골아서 그랬지”라는 겁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당신이 나가서 자야지. 왜 나한테 그래요? 새벽에 일 나가야 되는 사람한테 그러면 얼마나 약 오르는지 알아요? 나는 한 숨도 못 자고 하루 종일 화가 났는데, 어떻게 그래요?” 하니까 “아니 그냥 자면 되지 왜 못 자?” 이러는데, 기가 막혔습니다. “당신이 나한테 코 곤다고 뭐라 그래요? 당신이 그럴 입장이 아닐 텐데요. 그러고도 양심에 뭐 찔리는 거 없수?”하니 그제야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습니다. 세상에 다른 것도 아니고 코고는 것으로 날 내쫓다니, 다시 생각해도 어의가 없습니다. 저희 남편이 코를 얼마나 심하게 고는지 신혼 때는 시누이, 시동생 다 같이 한 집에 살았는데, 어느 날 시누이도 “새언니. 언니는 오빠가 그렇게 코를 고는데 어떻게 한 방에서 자요? 부엌 지나 내 방까지 그 소리가 다 들리는데, 거기서 잠이 와요?” 이러면서 장난 반 염려 반으로 저를 놀려댔습니다. 아버님도, 어느 날 저더러 잘 참는다고 착하다고 칭찬도 해주셨습니다. 25년을 아무소리 안 하고, 같이 한 이불 덮어준 사람한테 고맙다고는 못 할망정 너무 한 거 아닙니까! “당신!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그럼 벌 받지. 내가 코고는 거 그거 다 당신한테 배운 거거든? 날 사랑한다면 내 코고는 소리는 자장가 삼아 들어 줄 수 있어야지. 난 25년을 그렇게 해왔는데!! 하여튼 당신 이번 일 진짜 실수 한 거야!!” 충북 청원|김재영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