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오순도순쑥캐는재미…‘개떡’의추억새록

입력 2009-03-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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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가득한 3월, 저희 아파트 부녀회 엄마들이랑 애들이랑 같이 쑥을 캐러 갔습니다. 30대 중반의 엄마들 일곱 명, 그리고 유치원 다니는 애들 열 명이 한꺼번에 아파트 뒤 공터로 나갔습니다. 어른은 쑥 캘 수 있는 작은칼과 검은 비닐봉지도 하나씩 챙겼습니다. 아이들은 소꿉놀이 장난감을 하나씩 들고 갔습니다. 넓은 들판에 나오니 우선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아이들이었습니다. 칼이 위험하니까 옆에서 얌전히 놀고 있으라 해도,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여튼 애들은 자기들끼리 놀라고 풀어놓고, 엄마들은 각자 자리 잡고 앉아 쑥을 캤습니다. 넓은 들판엔 향긋한 쑥이 참 예쁘게도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하나하나 캐는 재미에 빠져 저희는 날카로운 풀잎에 손을 베고, 찔려도 그 아픔을 참아가며 쑥을 캤습니다. 얼마나 캤을까? 30여분이 지나자 모두들 허리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우리 좀 쉬었다 합시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 때 형규 엄마가 집에서 쪄온 계란을 풀어놓고, 채원이 엄마가 프라이팬에 구워 노릇노릇한 가래떡을 꺼내 하나씩 쥐어줬습니다. 그렇게 간식을 감질나게 먹고 다들 입맛만 다시고 있을 때, 누군가 빨리 쑥을 캐서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만들어 먹자고 해서 저희는 다시 더 열심히 쑥을 캤습니다. 그렇게 따뜻한 햇살 받으며 1시간 정도 쑥을 캐니까 양이 제법 많았습니다. 그러자 준성엄마가 “이제 그만 하고 집에 갑시다. 다들 우리 집 가서 쑥으로 맛있는 거 해 먹어요∼” 하고 자기 집으로 우리들을 초대했고, 저희는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내며 무릎을 주무르고, 허리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제야 작은 풀이나 가시에 찔려 상처가 난 자리들이 쓰라려 왔습니다. 그렇게 준성엄마네 집에 모두 모인 저희들, 두부에 쑥 몇 점 얹어 두부전도 부쳐 먹었습니다, 쑥을 삶아 잘게 다져 찹쌀가루에 넣어 반죽한, 쑥 호떡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된장에 쑥 한 줌 가득 넣어 향긋하게 된장국도 끓였습니다. 어찌나 맛이 좋던지… 음식 먹다보니 문득 ‘개떡’ 생각도 났습니다. 제가 쑥을 캐오면 엄마는 항상 기름 냄새 고소한 개떡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봄에 쑥 캐러 가는 건 싫었지만, 그 개떡이 먹고 싶어 또 다시 들판으로 바구니 들고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 얘기를 엄마들한테 했더니 다들 개떡이 빠져서 아쉽다며 다음에 또 쑥 캐러 가자고 난리들이 났습니다. 이제 날도 따뜻해졌으니 또 한번 나가야 합니다. 늦봄이 돼 쑥이 쇠기 전에 얼른 또 한번 쑥 캐러 봄나들이 삼아 다녀와야겠습니다. 강원 속초|김은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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