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수기자의씨네에세이]칸의추억’품고돌아온송강호패밀리

입력 2009-05-25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박쥐’의 주역들인 송강호와 김옥빈, 김해숙과 신하균이 칸 국제영화제를 찾아 한국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어! 안녕하세요!”

짙은 선글라스를 낀 탓에 하마터면 알아보지 못할 뻔했습니다. 21일 밤(이하 한국시간) 영화제가 한창인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크로와제트 거리에서 배우 신하균을 만났습니다.

배낭여행을 온 듯 편안한 모습이었지만 선글라스를 낀 얼굴을 한참 들여다 보고 신하균임을 알았습니다.

기자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그는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일행 중에 송강호도 있었습니다. 그의 곁에는 부인과 10살배기 딸이 있더군요. 이들도 가벼운 가방을 메고 있었고 마치 가족여행을 떠나온 편안함이 묻어났습니다.

송강호와 신하균은 오랜 동료이자 선후배로서 우정을 쌓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쥐’에서 호흡을 맞췄습니다. 송강호는 주연 자격으로 공식 초청을 받았고 신하균은 조연으로 동행했습니다.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났지만 송강호는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를 끝내고 싶지 않아 좀 더 프랑스에 머물기로 했나 봅니다.

이번 영화제에 참가한 배우와 감독 등 한국영화 관계자들은 유난히 가족과 동행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쥐’의 박찬욱 감독과 ‘마더’의 봉준호 감독은 부인과, ‘마더’의 김혜자는 며느리와, 김종학 감독은 딸과, 배우로서 김태우와 김태훈 형제도 함께 칸을 찾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당시 송강호의 가족사진을 게재할 것이냐를 두고 한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싣지 않았지요. 공개된 가족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송강호는 취재진이 자신의 가족에게 과도한 관심을 갖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유명인의 아내이자 딸로서 살아가는 불편함을 먼 이국땅에서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가장으로서 마땅한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마땅한 그 책임감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제62회 칸 국제영화제가 25일 새벽 막을 내렸습니다. 송강호와 ‘박쥐’에 대한 수상 기대감이 컸고 그 만큼 한국영화는 또 다른 성과를 거뒀습니다. 송강호 역시 한국영화를 알리면서 잠시 한가롭게 가졌던 가족 나들이의 추억을 안고 돌아왔을 터입니다.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