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리버스토크]지금은한일문화교류시대‘블러드…’왜색논란유감

입력 2009-06-0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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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러드’

전지현이 주연을 맡아 11일 개봉하는 영화 ‘블러드’의 원작은 일본 기타쿠보 히로유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블러드 라스트 뱀파이어’다.

제작사는 ‘인랑’ ‘공각기동대’ ‘패트레이버’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어’ 등을 제작한 프로덕션 IG. 애니 팬들에게 ‘공각기동대’와 ‘패트레이버’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았다. 2000년 부산에서 열린 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됐다.

조금 장황하게 ‘블러드’의 원작을 소개한 것은 최근 전지현의 영화 속 캐릭터를 두고 왜색 논란이 온라인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줄거리를 굳이 볼 것도 없이 일본의 일반적인 여학생 교복인 세일러복에 일본도를 든 전지현의 모습을 보면 딱 ‘일본 스타일’이다. 애니메이션 원작에서 보면 전지현이 맡은 여주인공 사야가 흡혈귀와 대결을 펼치는 주요 무대도 일본 요코다에 있는 미군 기지. 시대는 일본에서 전공투의 시위가 한창이던 66년이다. 수입사측이 애써 “사야가 일본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대사가 있다며 ‘아시아인’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해명하지만, 영화 속 국적이 일본이라 추정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

정작 짚고 넘어갈 것은 왜 지금 그것이 논쟁거리가 되는가이다. 이제 우리 연기자가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더 이상 큰 뉴스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양국간 대중문화 교류가 활발하다. 배두나의 경우는 올 해 일본 감독의 작품으로 칸 레드 카펫을 밟았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부터 최근 독도 문제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없는 일본 모습에 대한 반감을 말하는 이가 있다. 분명 맞다. 반성은커녕 틈만 나면 망언을 쏟아내는 그네들 정치인의 모습에 짜증나지 않는 한국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 영화도 아니고, 다국적 자본의 외국 액션 영화에 출연한 전지현만 유독 논란거리가 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더구나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측근을 덜컥 맡은 어느 격투기 선수처럼 우리 정서에 반하는 인물을 연기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아직은 누리꾼들이 다양한 문제 제기를 하는 사이버 여론의 순기능이 많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적어도 전지현에 대한 이번 논란은 건설적인 비판과는 거리가 먼 이슈 생산을 위한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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