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신상남’울아버지

입력 2009-06-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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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자제품볼때면떠오르는…
저희 친정 아버지는 새로운 전자기계에 유독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새로운 물건이 나오면 그 누구보다 먼저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셨지요. 휴대전화가 흔하게 시중에 나오기 전에도, 아버지는 이미 무전기를 휴대전화처럼 들고 다니시면서 과수원에서 집에 계신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칙∼ 칙∼’ 잡음 소리를 내가며, 삽을 들고 오라는 둥, 바구니가 필요하다는 둥, 심부름을 시키셨지요. 그 후엔 삐삐가 유행이었는데, 시골 마을에서 제일 먼저 구입해 허리춤에 차고 다니시다가, 손목시계가 있는데도 괜히 삐삐를 들고 시간을 확인하곤 하셨습니다. 휴대전화 나왔을 때, 그것 좀 사달라고 주문하셨던 것도 아주 당연한 일이었지요.

한 번은 저희가 휴대전화 사 드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일입니다. “아야, 요즘은 말여∼ 차에서 전화할 때, 손에 다 전화기 안 들고 기냥 전화허는 게 있던디. 거 뭐시여, 아주 펜해 보이고 좋든디. 갸가 그기… 이름이 뭐시냐” 하시더라고요.

“아버지∼ 혹시 핸즈프리 말씀이세요?” 하니까 “그려 그려 그 핸지피린지 뭔지 고 놈 말여. 고 놈을 우리 마을 이장이 댈고 댕기드만… 고 … 그건 비싸냐?” 하시더군요. 그 말씀에 저희 신랑이 당장 핸즈프리 사서 차에 달아드렸는데요, 일주일 정도 지나자, 또 전화가 왔습니다. “아야, 핸지피리 말여. 이기 시상에서 젤루 펜하고 좋은디 말여. 이거 바꾸면 안 되것냐? 이기 이상하게 잘 안 들린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남편과 저는 아버지를 모시고 구입한 가게로 갔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이것저것 테스트해보더니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가게 안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쩌렁쩌렁 잘도 들렸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계속 안 들린다고 고집을 피우시면서, 자꾸 다른 걸로 바꿔달라 하시더군요. 어쩔 수 없이 직원이 다른 걸로 바꿔드린다고 했는데, 기존의 같은 상품이 아니라, 더 업그레이드 된 걸로 바꿔달라고 또 고집을 피우셨습니다. 그러다 홈쇼핑이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하던 시절엔, 아버지께서 일찌감치 홈쇼핑을 섭렵해 물건을 사기 시작 하셨습니다. 시골이라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쉽게 사지 못하셨던 아버지는 물 만난 고기처럼 홈쇼핑을 너무나 좋아하셨습니다. 그것 때문에 엄마와 갈등도 무지하게 겪으셨지요.

나중에 엄마가 화가 나셔서 TV 안테나를 망가뜨리기도 하셨지요. 그렇게 전자기계라면 젊은 아이들처럼 좋아하셨던 아버지, 지금은 돌아가셔서 하늘나라에 계시답니다. 얼마 전에 신랑이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아버님 살아계셨으면 이 네비게이션 달아달라고 엄청 성화셨을거야? 그랬으면 업그레이드 때문에 시골에 수시로 갔겠지?” 하고 웃더라고요.

그 말에 저도 아버지 생각이 참 많이 났었답니다. 저도요, 새롭고 신기한 전자제품 볼 때마다 아버지 생각부터 나거든요. 좀 더 오래 사시지. 그럼 좋은 물건 더 많이 보고 가셨을 텐데… 저희 아버지 생각에 문득 목이 메였습니다.

광주 서구|조화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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