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자’ 주연 최강희, “4차원? 난 엣지 있는 자뻑녀!”

입력 2009-08-2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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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슬란드와 그룹 투애니원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는 최강희는 또렷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줄 알았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숫기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적극 대시
엄마요? 하하, 나 같은 딸 낳을까봐 걱정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연예뉴스 검색창에 ‘4차원’이란 단어를 쳐 넣었더니 그 첫머리에 배우 최강희에 관한 기사가 나열됐다. 이번에는 ‘최강희’를 쳐봤다. 그러자 전에 검색어 ‘4차원’이 들어간 기사의 순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강희=4차원’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확인했다.

하지만 최강희를 ‘4차원 소녀’라고 부르는 까닭을 알 수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9월10일 개봉하는 영화 ‘애자’(감독 정기훈·제작 시리우스픽쳐스)의 주연배우 자격으로 최근 잇단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었으니 기사 검색의 노출 횟수가 많은 건 당연할지 모른다. 영화 ‘애자’에서 최강희는 진한 부산 사투리로 일상과 세상을 휘어잡는 작가 지망생. 29살의 그녀는 찌질하게 남자에게 매달리지 않으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왈가닥의 카리스마로 세상에 나선다.

최강희의 표현에 따르면 “빡세다”. 하지만 어느날부터인가, 그녀는 자신이 세상 가장 사랑한 존재였음을 뒤늦게 알고야 마는 엄마와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 사투리 연기가 새롭다.
“너무 힘들었다. 개그우먼 김숙 언니가 대사를 녹음해준 테이프를 들으며 연습했다. 캐릭터는 자신감 ‘만땅’이라는데 거기서부터 나와 어긋난다.”

- 캐릭터는 ‘빡세다’고 했다.
“글을 쓴다고 하지만 백수나 다름없다. 왕년에는 잘나갔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그러니 히스테릭해지고 엄마에게 으악지르고 윽박지른다. 한 마디로 빡세다.”

- 당신의 삶도 ‘빡센가’.
“나는 느리고 적당하게 살아온 것 같다. 모나 윷이 아니라 개나 걸처럼 말이다. 부유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 실제 당신은 자신감이 넘쳐보인다.
“난 그렇지 않다. 대신 모험심은 많다. 날 자극하는 것에는 별 겁이 없다.”

- 자극이라면.
“사람? 난 숫기가 많지 않은 편인데, 좋아할 만한 사람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변한다. 내가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지금의 친구들과 선배들을 만나지 못했을 거다.”

- ‘4차원 소녀’란 별칭은 마음에 드나?
“사람들이 날 보이는 대로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남들이 닮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저사람처럼 원하는 걸 하고 싶다‘든지 ‘자유롭고 싶다’든지.”

- 욕심은 어떤가.
“가열차게 달리고 싶다. 가깝게는 영화 스태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영화의 주연으로 이름을 내걸었을 때)투자가 잘되는 배우가 되어서 그들이 좋은 호텔에서 잘 수 있게 하고 ‘주연배우가 최강희’라고 하면 괜히 그들의 기가 사는 그런 사람.(웃음) 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게 가장 좋다. 그런 이유로 괴롭기도 하고 자책도 많이 한다. 다 내 탓이다. 아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젠 몹시도 충실히 날 사랑하면서 ‘자뻑’도 좀 하고, 적당히 자만하면서도 살고 싶다. 수치심과 자만심을 적당히 갖고 있는 게 좋다.”

- 반성이라면 무엇에 대한 반성인가.
“내 성격이 유난하기 때문이다. 매니저도 날 위하고 나도 매니저를 위하려 한다고 치자. 매니저는 가이드이고 난 여행자인데, 나도 한 번쯤 다른 길로 가고 싶어 가이드에게 잠시 쉬라고 하면 가이드는 불편할 뿐이다. ‘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저 쉬게 해주고 싶은데 상황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

- 엄마에게도 그런가. 대체 엄마와 딸은 어떤 관계인가.
“정말 모르나? 엄마와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그 만큼 대화도 많이 한다. 끊임없이 싸우고 대화한다. 애증이랄까? 내 언니는 시집을 가서도 지금껏 엄마랑 싸우고 울고 포옹하고 나중에 미안해한다. 그런 거다. 아들들은 그렇지 않을 거다. 10명의 애인이 생겨도 엄마 마음 따라가지 못한다. 엄마는 날 위해 매일 무릎 꿇고 기도한다. 도대체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수능시험날 교문에 엿붙이고 기도하는 엄마의 힘, 돼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

- 대체 뭘 갖고 싸우나.
“짜잘한 것들. 엄마가 마치 궁상을 떠는 것처럼 보일 때 욱한다. 새벽에 날 위해 벌떡 일어나 밥상을 차릴 때? 내가 무슨 상전이라고.”

- 엄마가 되고 싶나.
“(생각만 해도)무섭다, 나 같은 딸 낳을까봐. 딸이 나 같으면 어떻게 될지 알 것 같다.”

- ‘애자’에선 29살 캐릭터다. 당신의 20대는 어땠을까.
“아마, 여자들은 알 거다. 29살? 30대 초반? 사춘기가 한 번 더 온다. 이제 내 행동에 책임질 나이가 됐다는 게 끔찍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내가 언제 이런 나이가 됐지 하고. 날더러 ‘4차원’이라고 하는데 몇 년 지나면 스스로 민망해질 것 같다. 그렇게 봐줄 수 있는 나이가 20대 아닐까.”
인터뷰를 끝낼 무렵, ‘자기애’가 강해보인다고 하자, 최강희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답변, 정말 그러려고 하지 않았는데,“인류애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에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내가 모범이 되고 남들이 따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 정말 누군가 날 따라준다면 좋겠다. 그게 영향력이 아닐까.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일로 그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말이다”는 답변에선 명쾌한 그녀의 생각이 읽혔다.
인터뷰 전에 그 까닭을 알고 싶지 않았던 ‘4차원’이란 별칭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는지 말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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