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녕의별★다방]엉뚱무모해서더바보같은…강혜정사랑방식은‘해피엔딩’

입력 2009-09-09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강혜정. 스포츠동아DB

4년 전 그녀는 나이 서른이 되면 빵집을 차리겠다고 했다. 잘 보이지도 않는 길거리 모퉁이에 ‘앙증맞은 사이즈’로, 빵을 먹으면 커피는 덤이라는 꽤 구체적인 사업 계획까지 곁들여. 시간이 허락되면 제빵 기술부터 제대로 배울 것이라던 그녀. 당시 다짐이 이제와서 얼마나 이뤄졌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막연히 확신하는 것은 그녀가 ‘한다면 하는’ 여자란 점이다.

생각해보면 강혜정(사진)은 다분히 현실적인 여자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그런 그녀를 일컬어 ‘엉뚱하다’고 했다. 그것을 학술적으로 풀이해보면 이미지라고 한다.

배우 강혜정의 이미지는 엉뚱함, 때론 도발, 더러는 자유분방함으로 여겨졌다.

그녀 속에 내재된 일련의 습성들은 배우로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영화란 매체를 통해 극대화됐다.

예를 들자면, 출세작이라 할 만한 영화 ‘올드보이’부터 ‘웰컴 투 동막골’, ‘연애의 목적’ 등이 있었다.

만약 인간 강혜정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라면 나는 바보스러울만큼 매번 사랑에 ‘올인’하는 여자의 연애담을 그리고 싶다. 나 역시 강혜정 만큼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인 강혜정은 노희경 작가의 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 등장하는 한 인물과 매우 흡사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 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연애담인 만큼 영화 속 주인공의 과거가 연대기로 진행될 것이다. 또 그래도 끝은 맺어야 하니까 비극일지, 해피엔딩일지 정해야 한다. 만약 현실을 그대로 담은 사실적인 화법으로 그린다면 강혜정이 연기할 그 여자는 ‘또 속았다’고 매듭짓겠지만.

나는 강혜정이 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와 연인임을 당당히 밝혔을 때, 내심 ‘저러면 안되는데…’라고 걱정했지만, 한편으로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강혜정이 사랑하는 방식은 이렇듯 무모하고, 순진하며, 그래서 ‘바보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그녀가 느닷없는 소식을 전해왔다. 아이를 가졌고, 타블로와 결혼할 거라고.

그날, 강혜정이 주인공인 그 영화의 결말은 정해졌다. 해피엔딩.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것’을 강혜정은 내게 보여줬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