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엣지 룩’ 열풍 일으킨 정윤기
“나는 통통하니까…, ‘각진 것’에 대한 욕망이 있겠죠?”김혜수가 드라마 ‘스타일’에서 툭하면 “엣지있게”를 외치기 전에, 이미 ‘엣지’를 입버릇처럼 말해온 사람이 ‘실은’ 있었다. 어쩌면 ‘엣지’란 유행어의 실소유주라 할 수 있는 그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다.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연예인 뺨치는 입담을 과시하고 있는 그는 역시나 특유의 위트로 ‘엣지’의 뜻을 군대식 표현으로 “각잡는다”로 풀어 말했다. 그렇다면 ‘옷은 곧 각’임을 그렇게 좋아하고, 또 강조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 김혜수 고현정 고소영 손예진 등 톱스타들의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각은 곧 선(라인)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그것은 미(美)에 대한 제 철칙이기도 했어요. 고백하자면, 나는 통통해서 라인을 잡기 어렵다보니…, ‘각진 것’에 대한 욕망이 강하겠지요.” 패션은 환상이고 동시에 꿈이란 점에서 정윤기는 스타란 재료에 ‘엣지있게’로 요약되는 자신의 욕망을 채워 패셔니스타란 작품을 만들어온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엣지 룩, 추억의 재구성
김혜수가 ‘스타일’을 통해 열풍을 일으킨 이른바 ‘엣지 룩’은, 흔히 ‘어깨 뽕’이라 불리는 숄더 부분을 과장되게 세운 ‘파워 숄더’가 특징. 올 한해 멋 좀 낸다는 숙녀들의 의상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하늘을 찌를 듯한 어깨 뽕’이었다.
이렇듯 여성들의 어깨에 기와를 덧댄 듯 각을 세우는 데 일조한 정윤기는 일명 엣지 룩의 탄생 배경에 대해 “80년대의 추억이 주효했다”고 털어놨다. 덧붙여 80년대로 돌아가고자 했던 복고 열풍은, 비단 그 자신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유명 디자이너들에게도 “대동소이”했다며 그 예로 프랑스 디자이너인 발맹(Balmain)과 발렌시아가(Balenciaga)를 들었다.
○동대문, 나의 ‘보물창고’
정윤기가 국내 패션계에서 지닌 엄청난 영향력은 10일 개봉한 영화 ‘여배우들’의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연말 시상식이 다가오면 장안에 멋지기로 소문난 명품 드레스는 “죄다 정윤기 사무실에 있다”는 게 그 예. 이 대사는 100%% 사실이다. 그가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스타들은 줄잡아 25명선. 이 정도 규모면 확실히 ‘권력자’ 아닐까.
각종 명품 브랜드에서 ‘꼭 봐주십사’하고 보내는 안내 책자도 꼼꼼히 챙겨야겠지만, 그는 대중 패션의 상징인 “동대문 시장에 자주 간다”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이유가 무엇일까.
“제게 동대문은 ‘보물 창고’지요. 어떤 경우엔 병원 같기도 해요. 스타들이 명품만 고집한다는 건 진짜 오해에요. 명품과 동대문의 ‘믹스 앤 매치’랄까. 가격에 앞서는 것은 스타일이니까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