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새신랑 이범수의 연기 그리고 가정] ‘동이’ 초춸한 ‘자이언트’의 힘…이범수가 있었다

입력 2010-08-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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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공불락처럼 보였던 ‘동이’를 따돌리고 월화드라마 시청률을 역전한 ‘자이언트’의 주인공 이범수. 한여름 불볕더위에도 가죽재킷에 위험한 액션 촬영으로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지만 그동안 흘린 땀을 값진 결과로 보상받고 있다.

Q: 남들은 고사한 ‘자이언트’, 신혼여행도 미루며 잡았다던데…
A: 우리 아버지들의 맨주먹 성공신화 거기에 필이 팍!

기존 이미지 깨는 게 배우
몸사리는 건 내 체질 아냐!

소품 몽둥이 찜질에
온몸 시퍼렇게 멍 들어도
시청률 1위 소식에 웃음만…

이제 덕화 형님 2선 물러나고
제 활약이 시작됩니다!


“출연하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던 드라마…. 결국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니 요즘은 신이 난다.”

이범수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에 가죽 재킷과 청재킷을 입고 온갖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하느라 체력은 바닥이 났고, 온 몸은 상처투성이다. 그래도 기쁜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그를 만난 건 주연을 맡은 SBS 드라마 ‘자이언트’가 방송 시작 이후 처음으로 월화드라마 경쟁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던 MBC ‘동이’를 역전한 그 날이었다.

이범수는 이날 오전부터 많은 지인들에게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고, 연신 “감사하다”는 말로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 시청률 역전이 무척 극적이어서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방송 초반부터 ‘역전할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아왔다. ‘동이’에 밀려 우리 드라마의 시청률이 10%대 초중반에 머물렀을 때도 그렇고, 다들 고생해서 겨우 분위기를 타는가 싶었는데 월드컵으로 몇주간 결방을 해 솔직히 마음고생을 좀 했다. 드라마 시청률이 전부일 순 없다. ‘동이’보다 몇 주 늦게 시작한데다 중간에 결방까지 되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방송가에서는 ‘사극은 시청률이 30%를 한 번 넘으면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역전했다는 사실에 나를 비롯한 연기자들과 스태프들 모두 크게 고무됐다.”


- 그러고 보면 처음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부터 유난히 자신감이 강했다.

“서울 강남의 개발사를 다룬 소재에 흥미를 느꼈다. 먼 옛날이 아니라 불과 20∼30년 전의 아버지 세대 이야기다. 경제개혁 5개년, 그 격동기를 정신없이 살았던 우리들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들여다볼만한 소재라고 느꼈다. 강남의 개발사와 거기에 얽힌 사랑과 복수, 야망이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뭔가 용광로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처음 내가 받아든 시놉시스가 100페이지가 넘었다. 추상적이지 않고 굉장히 자세하게 구성돼 있었다. 작가의 머릿속에 드라마의 영상이 확실하게 들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드라마 초반 ‘서울 강남 개발’이라는 소재와 주인공이 건설사 대표까지 된다는 내용들 두고 이명박 대통령을 떠올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인공이 건설업을 하는 설정이라는 점에서 오해가 너무 지나쳤다. 방송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풀릴 일이었다. 그전까지는 정말 속상하고 억울했다. 우리 드라마는 특정인을 모델로 삼은 것이 아니라 맨주먹으로 일어나서 성공하는 서민들의 이야기다. 악덕업자와 부패한 기존 세력에 맞서서 실력과 뚝심으로 싸우는 영웅담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영웅 부재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다.”


- 그래서인가 드라마 주연 후보에 올랐던 다른 남자 스타들이 출연을 거절했는데.

“그것이 나와 그분들이 다른 점이다. 조직폭력배를 연기한다고 조폭 예찬론자가 아니듯, 배우는 픽션의 세계에서 그 인물을 그려야 한다. 악한 인물이든 좋은 인물이든 하나의 매개체를 전달하면 된다. 필요 이상으로 해석해 몸을 사리는 그 자체가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존 이미지가 사라질까하는 걱정으로 작품을 바라본다면 배우의 순수함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 유난히 무더웠던 이번 여름, 두꺼운 옷을 입고 격투신도 많아 고생을 많이 했다.

“70년대의 시대극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당시에는 장발족과 나팔바지족이 주였다. 그런데 내가 머리를 기르고 나팔바지를 입으면 잘못해서 코믹드라마가 되어버릴 수가 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당시 시대를 표현해기 위해 가죽재킷과 청재킷을 입었다. 삼청교육대와 교도소에 끌려가는 장면에서도 타박상에 온 몸이 멍투성이였다. 그때 몽둥이로 많이 맞았다. 아무리 플라스틱 몽둥이라고 해도 아프긴 아프더라(웃음).”


- 드라마의 삼청교육대 장면에서 보여준 등 근육이 화제였다.

“하하하. 대본 지문에 ‘(웃통을 벗고 철봉을 한다)’ 이렇게만 써있었다. 순간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늘 긴장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운동할 시간이 없어 100% 마음에 드는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만족한다.”


- 결혼 전 아내 이윤진 씨가 이범수의 아날로그한 매력에 빠졌다고 들었다. 인터넷도 할 줄 모르고 TV도 안보고. 그런데 요즘 트위터에 열심이다.

“어떤 것에 대해 한번 관심을 가지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그래서 일에 관련되지 않으면 관심을 안가지려고 한다. 나는 컴퓨터 세대가 아니다. 주변머리가 없어 학원에 가서 배우지도 못했다. 트위터도 하는 방법은 아내가 알려줘서 시작했다. 이것도 오래 걸리는 것이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바로 올라오는 반응이 너무 재미있다.”


- 이제 힘든 장면은 끝났으니 ‘고생 끝, 행복시작’인가.

“50부작에서 절반을 끝냈다. 지금까지 조필연(정보석)과 황태섭(이덕화)이 이야기를 이끌었다면 이제부터 강모의 ‘두뇌 플레이’가 시작된다. 사업가로 변신해서 펼치는 두뇌싸움과 뚝심, 추진력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도 더 늘어날 것 같다. 몸은 지치고 힘들지만 정말 판단을 잘했다는 생각에 절로 신이 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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