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싸이의 ‘19금’ 사건이 궁금해] 싸이 “재입대 정말 괴로웠는데…군복 입자 식었던 창작본능 활활”

입력 2010-10-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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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움과 “인생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난 싸이는 “창작의 에너지”를 충전한 뒤 4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내놓았다. 자신의 삶과 일상에서 퍼올린 직설적이지만 그만큼 진솔한 노랫말처럼 싸이는 열정으로 팬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한다.

■ ‘싸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암울한 과거
대마1년 자숙1년 재판1년…활동 딱20개월
대체복무 공방 7개월은 ‘인생 최악의 시간’

● 고마운 현재
DJ DOC 뜨자 용기…‘라잇 나우’ 차트 1위
관객들 소중함 깨닫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 야심찬 미래
나만의 경쟁력? 관중 장악하는 무대매너
과격한 몸놀림 쭉 ∼ 아이돌과 정면승부!


‘대마 1년/자숙 1년/대체복무 3년/재판 1년/현역 2년/합이 8년/데뷔 10년에 활동 2년.’

20일 발표한 싸이의 5집 ‘싸이파이브’의 첫 트랙 ‘싸군’의 노랫말 중 일부이다. 데뷔 이후 10년 동안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을 지극히 ‘싸이다운’ 표현으로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그는 대중문화에 이른바 ‘엽기코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던 2001년, 댄스 가수라면 으레 떠올리는 늘씬한 몸매와는 거리가 먼 ‘후덕한’ 몸집으로 격렬한 춤을 추며 나타났다. 기발한 발상의 그의 무대는 큰 반향을 일으켜 빠른 속도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후 대마초 흡연, 산업기능요원 부실근무 등으로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싸이는 쓰러지지 않았다. 대마초 흡연으로 한때 활동을 중단했지만 ‘챔피언’이란 노래로 재기에 성공했고, 3년 전에 병역비리자로 몰리며 가수생활을 더 이상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군 복무 과정에서 이미지를 다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어 전역 후 SK텔레콤, 카스 맥주, 대성 S라인 콘덴서 보일러 등의 광고모델로 발탁되며 다시 한번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번 음반은 2006년 4집 ‘연예인’ 이후 4년 만에 새 음반. 지금 싸이는 타이틀곡 ‘라잇 나우’로 한창 활동 중이다.


● “재입대…정말 괴로웠지만 창작의 에너지가 됐다”

싸이는 2002∼2005년 산업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한 것에 대해 법원이 부실근무로 판결해 2007년 12월 현역병으로 재입대했다. 당시 그는 부실근무 의혹에서 재입대까지 7개월간 관계기관과 공방을 벌이며 스스로의 표현처럼 “인생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 기간 얻은 것도 있었다. 바로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에너지였다.

“2006년 결혼으로 삶에 안정과 평화가 찾아오자, 반대로 창작의 고통에 시달렸어요. 살면서 느끼는 분노와 울분이 창작의 근간이었는데, 평안한 결혼 생활에서는 그런 느낌을 갖기가 어려웠죠. 2007년은 정말 고통스런 기간이었지만, 창작자로선 많은 곡들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음반 수록곡 대부분을 그 때 만들었어요.”

새 음반에 실린 ‘생큐’는 자신이 군복무 중 쌍둥이를 출산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노래다. ‘서울의 밤거리’는 부대건물 옥상에서 양동근과 밤거리를 내려다보며 쓴 노래이고, ‘내 눈에는’ 역시 재입대를 앞두고 만든 노래다.

싸이는 2009년 7월 제대 후 곧바로 음반을 낼 거라는 예상을 깨고 1년 3개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서 발표를 했다.

“트렌드란 게 참 야속하고 간사할 때가 있거든요. 뭘 해야 할 지 1년간 지켜봤죠. 오토튠(목소리를 일정한 톤의 기계음으로 변화해주는 장치)도 당황스러웠어요. 내 목소리에 기계음을 입히는 것, 과연 내가 무대에서 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간이 흘렀어요.”

싸이는 아이돌 가수들과 경쟁하는 것이 솔직히 두렵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돌 가수들과 정면 승부하는 것이 두렵기도 했어요. 그런데 김태우가 잘 되고, 디제이 디오씨가 잘 되는 것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죠. 디오씨의 기계효과음 없는 ‘날목소리’를 사람들이 반기는 정서가 있다는 걸 알게 돼 저도 ‘날목소리’로 승부하겠다 결심했죠.”


● “한동안 ‘챔피언’에 강박…‘라잇 나우’로 벗어나”

가수는 공백이 길어질수록 컴백에 대한 부담은 커지기 마련이고, 반대로 모험을 시도하는 용기는 작아진다. 특히 공전의 히트곡을 낸 가수일수록 그 현상은 더욱 심하다.

싸이는 디제이 디오씨에게 지난 여름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를 작곡해줘 이들이 6년 공백을 너끈히 메우게 해주었다. 싸이는 그들에게 일종의 동병상련을 느꼈다고 한다.

같이 음반 작업을 하는 동안 이하늘이 입버릇처럼 내뱉던 “‘런 투 유’를 능가해야 할 텐데…”라는 고민을 들으며 그도 ‘챔피언’을 뛰어넘을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새삼 느끼게 됐다는 것.

“‘챔피언’은 너무 고마운 노래지만, ‘이보다 더 나은 노래가 나와야 될 텐데’ 걱정하며 살았어요. 그렇게 ‘챔피언’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낸 시간이 많아요. ‘라잇 나우’는 ‘챔피언’보다 못할지라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만족하는 노래입니다.”

디제이 디오씨는 ‘나 이런 사람이야’로 음원차트와 음반차트 1위 석권에 이어 ‘런 투 유’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싸이도 ‘라잇 나우’ 발표 직후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26일 현재 소녀시대 ‘훗’과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싸이와 디제이 디오씨는 ‘강박’이라는 동병상련에서 ‘성공’이라는 ‘송무백열’(松茂柏悅·소나무가 무성한 것을 측백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벗이 잘됨을 기뻐함)의 처지로 바뀌게 됐다.


● “아이돌의 춤엔 과격한 몸놀림으로 맞불”

군 복무 시절 걸그룹은 그에게 고달픈 병영생활과 연예계 공백의 허전함을 달래주는 존재였다. 하지만 제대 후 마주친 아이돌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의 대상이다. 아이돌과의 경쟁이 멋쩍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싸이 역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자신의 뚜렷한 색깔을 가진 뮤지션이다.

“제 경쟁력이라고 하면 무대매너죠. 일반 관객들을 상대로 쇼를 했을 때, 전 그들을 장악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경쟁력을 위해 더욱 과격한 몸놀림을 하겠습니다.”

싸이는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았지만, 활동한 시기만 따지면 20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며 “결국 나의 활동은 빈도가 아니라 농도의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길고 짙게 여러 곡을 많이 부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대 후 공연을 하면서, 예전에 당연하다고 느껴졌던 관객들이 너무 고맙고 소중해 눈물이 났어요. 음반의 성패를 떠나서 정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한 작품이니 무대에 오를 때도 단단한 각오로 오를 것 같아요. 멋진 후배들이 많이 나왔지만, 전 시원한 무대를 하는 가수의 자리를 계속 지켜나가겠습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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