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파∼” 최불암 시리즈 냉소주의를 꼬집다

입력 2011-0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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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배우 최불암. 스포츠동아DB

#최불암과 ‘독수리 5형제’.

최불암이 퇴근해 돌아와 아들에게 ‘독수리 5형제’를 보자고 했다. 아들은 ‘독수리 5형제’가 막을 내리고 ‘개구쟁이 스머프’가 새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불암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 “과연 개구쟁이 스머프가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최불암과 ‘전원일기’

최불암이 드라마 ‘전원일기’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다 술을 한 잔 걸쳤다. 이후 집을 향해 걷고 있던 최불암. 길바닥에 된장 비스무리한 것이 놓여 있었다. 최불암은 이를 손으로 찍어 한 입 물었다. X이었다. 최불암 특유의 웃음으로 하는 말, “어휴! 밟을 뻔했네. 파∼!”

#최불암과 임현식

최불암이 임현식과 함께 한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방송 도중 임현식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임현식은 “죄송하다”며 전원을 황급히 끈 뒤 최불암에게 “휴대폰을 마당에 놔뒀더니 개가 물어뜯었다”고 말했다. 최불암, “파∼!” 웃으며 말했다.

“개도 하나 사줘야지!”

과연 이 가운데 실제 상황은 무엇일까.

1992년 오늘, 동아일보 신간 안내 코너 한 켠에 짧은 단신 기사가 실렸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탤런트 최불암 씨를 소재로 한 넌센스 퀴즈 및 블랙코미디를 집대성’한 책 ‘최불암 시리즈’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당시 유행하던 ‘최불암 시리즈’를 한 데 묶은 책이었다. 이 책 뿐만 아니라 많은 종의 ‘최불암 시리즈’라 불리는 유머를 담은 책들이 화제 속에 세상에 나와 팔려나갔다. 이와 함께 ‘노사연 시리즈’, ‘맹구(이창훈) 시리즈’, ‘대발이(최민수) 시리즈’ 등 연예인 등 유명인의 실명을 이용한 유머 시리즈가 유행했다. 급기야 자신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왜곡한 데 분노한 노사연은 일부 출판사를 고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유머 시리즈 가운데 아마도 실제 인명을 활용한 원조격이 바로 ‘최불암 시리즈’이다. ‘전원일기’의 김회장 역을 비롯해 많은 드라마를 통해 오랜 세월 ‘아버지’의 전형으로 불린 최불암이 다양한 직업으로 등장하는 ‘최불암 시리즈’는 최불암이 특정한 상황을 맞아 고지식하거나 우직한 언행을 통해 황당하거나 허무한 결말을 맺는 것을 묘사했다.

그래서 ‘최불암 시리즈’ 속 최불암의 모습은 가부장적이거나 권위적인 아버지의 것이 아니었다. 이 시리즈가 유행한 것도, 일종의 반전과도 같은 시리즈 속 최불암의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정치적 냉소주의와 젊은층 사이에 번진 허무주의적 분위기 역시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데 큰 배경이 되기도 했다. 기성세대를 비웃는 젊은층의 유머는 세대간 단절의 한 상징이기도 했다.

참고로, 서두에서 꺼낸 퀴즈의 정답은? 세 번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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