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김기덕의 두 남자’…관객에게 길을 묻다

입력 2011-06-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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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으로 한국영화계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장훈, 전재홍 감독. 이들이 각각 메가폰을 잡은 영화에 특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감독이 영화계 관계자는 물론 영화 팬들의 관심까지 받게 된 것은 그들의 스승인 김기덕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꺼낸 독설 때문. 김기덕 감독이 신작 ‘아리랑’을 칸에서 발표하면서 한국영화계 현실에 대해 모진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이들의 실명이 등장했다. 엇갈린 입장에 선 두 감독은 ‘아리랑’의 칸 공개 이후 얄궂게도 비슷한 시기에 영화 홍보에 나서는 처지가 됐다.

김기덕 감독의 비판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선 장훈 감독의 전쟁 블록버스터 ‘고지전’이 14일 오전 서울 정동 이화여고100주년 기념관에서 제작보고회를 열고 일부 장면과 촬영 과정을 공개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13일에는 전재홍 감독이 연출을 맡은 김기덕필름의 새 영화 ‘풍산개’가 시사회를 열었다.

‘고지전’과 ‘풍산개’는 장르는 물론 영화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하지만 두 영화는 긴장된 분위기로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김기덕 감독의 실명 비판을 둘러싸고 감도는 관계자들의 미묘한 감정 충돌을 지켜보는 영화 팬들에게 이들이 각기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 김기덕의 두 제자…장훈 그리고 전재홍

김기덕 감독이 만들고 출연까지 한 영화 ‘아리랑’에서 “자본주의의 유혹에 떠났다”고 이름이 거론된 장훈 감독. 그는 그동안 뜨거운 논란 속에도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고지전’ 제작보고회에서 긴 침묵을 깼다. 이날 “김기덕 감독은 여전히 큰 스승님”이라고 밝힌 장훈 감독은 자신의 말로 논란이 확대되는 걸 경계하면서도 차분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고지전’ 후반 작업을 하던 중 기사를 읽고 ‘아리랑’의 예고편을 봤는데 많이 힘들었고 아직도 그렇다”며 “김기덕 감독님을 여전히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분이 있다. 김독님이 ‘아리랑’을 통해 마음이 편해졌길 바란다. 제자의 한 사람으로 죄송할 뿐”이라 말했다.

이에 비해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풍산개’의 연출자인 전재홍 감독은 13일 시사회에서 “한국영화계에 돈만으로 만드는 영화만 있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이어 “김기덕필름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며 “배우와 스태프들의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풍산개’ vs ‘고지전’ 남북한 소재 공통점…전혀 다른 형식과 장르

23일 개봉하는 ‘풍산개’와 7월21일 관객을 찾는 ‘고지전’은 장르와 시대적 배경, 소재는 다르지만 어쨌든 남북한 대치 상황을 다룬 이야기다. 장훈과 전재홍 감독은 같은 주제를 놓고 각자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냈는지 한동안 비교·평가당해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풍산개’는 블랙코미디와 액션, 멜로를 넘나드는 복합장르의 영화다. 남북한을 3시간 만에 오가는 국적 불명의 남자 풍산(윤계상)이 탈북한 북한 고위 간부의 연인(김규리)을 데려오라는 주문을 받고 겪는 이야기. 주인공 풍산을 장대 하나로 휴전선을 넘나드는 남자로 그린 전재홍 감독은 “남북한을 다룬 영화는 전쟁영화가 대부분인데 현재 시점으로 재미있게 풀어보고자 했다”며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고지전’은 한국전쟁의 끝을 그린 영화다. 휴전협정이 맺어지기까지 소모적인 고지 전투를 계속하는 남북한의 이야기로 고수, 신하균, 김옥빈이 주연을 맡았다. “배우도 스태프도 전쟁을 겪어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신중하게 접근했다”는 장훈 감독은 “조심스러운 태도가 관객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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