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다듀’ 최자 “개코 보컬? 사실은 돈 아끼기 위한 나의 꼼수” ②

입력 2012-01-27 0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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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

▶ ①편 “아이유·씨스타 덕분에 군 생활 위기 넘겨”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다듀는 이번 앨범에서 샘플링(기타, 드럼 등 팝·클래식 음반의 연주 음원을 새로 연주하지 않고 그대로 따서 쓰는 음악기법) 없이 모든 음악을 만들었다. 샘플링 기법은 음악이라는 창작의 길을 넓힌 계기가 되었지만, 원곡의 사용 협의와 저작권법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2007년 발매한 다듀의 ‘Enlightened’ 앨범에 수록된 곡 ‘출첵’은 실제로 그 해 발매된 곡 중 방송 플레이 리스트 3위를 기록했지만, 외국곡의 베이스 리프를 샘플링한 변환 곡이었기에 엄청난 금액의 저작권료를 한 푼도 지급받지 못했다. 아직도 미흡한 국내의 저작권법 등 음악관련 규정의 확립이 절실하다.

“번거롭고 불편하다 보니까 샘플링을 제외하고 우리 힘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샘플링에 대한 향수나 욕구가 있지만 이젠 뭐 ‘더럽고 치사해서 안 해’라는 마음이 좀 있고요. 하하.” (개코, 최자)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다듀는 그들만의 음악 세계를 견고히 만들었다. 다듀 팬들은 그들의 ‘몰아치듯 무게감 있는 랩’과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공감대를 자극하는 가사’에 혀를 내두른다.

이번 앨범 2/2에 수록된 ‘확가게’와 ‘오해’와 과거 많은 인기를 얻었던 ‘링마벨’, ‘출첵’, ‘길을 막지마’ 등은 다듀만의 몰아치기 랩의 결정체이며 ‘거기서거기’, ‘해뜰때까지만’ 등은 우리네 감성을 사정없이 자극한다.

“음악을 지속적으로 해오면서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보는 시각이 예전보다 둥글게 변하면서 ‘그때 내가 했던 말들이 틀렸을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세상을 보는 내 눈은 변함이 없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됐죠.” (개코), “랩의 재미와 기술을 즐기는 것 또한 우리에겐 큰 기쁨이지만, 곡의 분위기와 주제에 알맞은 ‘전달’을 더 중요시하게 되면서 우리의 음악도 조금씩 틀을 달리하는 것 같아요. 무조건 이런 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하려다 보니 바뀌기도 하는 것 같아요. 날 서 있는 사람의 퍼붓는 랩은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아해요.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최자)

- 다듀의 곡은 노랫말이 재미있어요. 솔직한 듯 능글맞고, 부드러운 듯 날카로운 무엇이 있어요. 공감대 형성을 위해 작사하는 다듀만의 방법이 있나요?

“언제나 솔직한 우리의 마음을 쓰려고 노력해요. 내 속마음 가장 솔직한 일기를 쓰듯 가사를 쓰려고 노력해요. 자연스럽게 지금의 저와 비슷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똑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최자), “경험이 없다면 연기라도 해서 그 감정을 끌어내려고 해요. 과거의 순간이라면 추억하려 애쓰고 기속 속에서의 삶을 다시 살죠. 아내와 함께한 초창기 연애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요.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음악도 연기와 똑같다고 생각해요.” (개코)

-다양한 도전은 살기 위한 몸부림인가요? 아니면 음악적인 욕심인가요?

“모든 활동에 벽을 만들고 싶진 않아요. 매 순간 하고 싶은 것들을 최선을 다해 하고 있어요. 손발이 오그라드는 어색한 연기도, 하지 않던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보컬로의 도전도 모두 다 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인 욕심에서 출발했어요. 그러다 반응이 좋아서 더 공부하게 됐고요.” (개코), “개코의 보컬 도전…싹을 자를 수도 있었지만, 피처링을 구하는 것도 그에 따른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어요. 개코를 어르고 달래서 이런저런 비용과 수고를 절약했죠. 하하. 나중에 하다 보니 우리의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은 결국 우리의 음성인 것을 알고는 저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하.” (최자)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


▶ “무한도전 ‘나름 가수다’ 차라리 꼴찌 할 걸”

다듀의 스펙트럼이 넓어질수록 팬들의 즐거움도 늘어만 간다. 힙합이라는 굴레 안에서 진짜 ‘순정 음악’만을 고수하던 그들은 다양한 매체와 많은 스타들과 합을 맞추며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무한도전 ‘나름 가수다’에 출연한 그들은 ‘찌롱이’ 노홍철과 흥미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다듀라는 팀의 팀워크만이 아니다.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두 사람의 오랜 세월이 음악 속에 녹아있었다. 그들은 무대 위에서 신나게 즐겼다. 청중과 시청자도 신났다. 하지만 찌롱이와 다듀는 자체 경연 순위에서 6위에 머물렀다.

-최근 무한도전에 출연했지만 저조한 성적을 거뒀는데요, 아쉽지 않던가요?

“처음부터 1등 아니면 꼴등을 원했어요. 1등이 아니라면 차라리 벌칙을 받는 게 나을 것 같았거든요. 가장 애매한 것 중 최악인 6위만은 정말 피하고 싶었는데…저는 워낙 무도 광팬이라 출연만으로 행복했어요. 큰 의미죠.” (개코), “왜 우리가 6등을 했나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생각해 보니까 우리만 너무 들떠 있었던 거죠. 홍철이형에게 쉬운 걸 시켰어야 하는데 어려운 걸 무조건 연습시키고 많은 걸 요구했으니까요. 결국, 무대는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는데 끝나고 나니 뛰어다니는 것밖에는 남는 게 없었던 것 같아요. 너무 심취해 있었나 봐요.” (최자)

-음악을 오래 해서 좋은 점은 뭔가요?

“데뷔 초 때부터 저희 음악을 듣던 팬들은 노래 하나를 들어도 지난 저희의 과거나 개인적인 삶 등 모든 것들을 다 알잖아요. 마치 무한도전 100회를 봤을 때, 1회 때부터 보던 팬들과 처음 100회를 보는 팬들이 느끼는 것과 웃음이 다르듯 이제 팬들이 저희를 아시는 거죠. 더 감정이입하시고 더 많이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최자)

-10년 된 가수로서 최근 음원 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을 막을 순 없잖아요. 덤덤히 받아들였어요. 소수 가수들이 가요시장을 전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변화하는 시장을 일관적인 자세로 부정하기보다는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춰 우리를 보여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좋다 나쁘다는 생각보다는 잘 이용하고 맞춰 나가야 할 것 같아요.” (개코)

초등학교 6학년 때 최자가 만든 ‘터미네이터’ 프라모델 덕분에 친구가 되어 20년간 늘 붙어 다니던 다듀는 군 복무도 함께하며 좋은 시절, 나쁜 시절을 모두 지켜봤다. 두 남자는 어느새 자연스러운 가족이 됐다. 넉넉한 웃음도 서로 닮았다.

“사람이 숨 쉬는 게 당연하듯 최자도 저에게 그런 존재죠.” (개코), “떨어져 지내본 적이 거의 없어요. 부부로 따지자면 갱년기도 훨씬 지난 사이라고나 할까요?” (최자)

현재 이들은 자신들이 양성해 온 후배 사이먼 디, 리듬파워와 27일, 28일 양일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 홀에서 ‘2012 아메바후드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앨범 활동에 바빴던 두 사람은 구정 연휴도 반납하고 콘서트 연습에 매진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을까.

“최고보다는 오래가는 가수요. 그것도 매우 즐겁게. 65세가 되면 그때에 맞춰 랩과 노래를 할 겁니다. 언제까지나 가수로 남고 싶어요.” (개코, 최자)

사진제공|아메바 컬쳐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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