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Cafe]김윤아 “머슴처럼 많이 먹고 만화책 보며 뒹굴 게으름이 나의 힘!”

입력 2012-0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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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가 못하는 일은 무엇일까?’ 인기 장수 밴드 자우림의 싱어, 치과의사 김형규의 아내, 아들 김민재의 엄마. 김윤아에게는 뮤지션이란 표현보다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사진제공|사운드홀릭

■ ‘록밴드·싱어송라이터·슈퍼맘’ 김윤아가 말하는 김윤아

원래 게을러서 못 놀면 스트레스
아이 먹거리 신경…식탁도 소독

말은 직설적, 약속은 칼 같이
완벽주의자? 그저 성실할 뿐…


록 밴드 자우림의 김윤아에게는 몇 가지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자우림 음악의 대부분을 만들고, 남자 멤버들을 리더십으로 이끄는 알파걸. 직접 곡을 쓰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음악 뿐 아니라 엄마와 아내로도 완벽주의자. 다섯 살 아들을 키우면서도 미모를 유지하고 요리 실력도 좋은 슈퍼맘. 그는 여성들이 선망하는 ‘워너비’ 중 한 명이다.

이런 ‘싱어송라이터 슈퍼맘’ 김윤아를 만났다.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졸업’하고, 투어 ‘자우림 네버 다이’를 끝내 한가할 줄 알았는데 “방학인줄 알았는데 참 바쁘다”는 본인의 표현처럼 여전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 “음악은 취미이자 직업”


- 음악 프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많이 나오더라.

“‘자우림은 방송 안 한다’가 아니라 오히려 ‘왜 우린 섭외 안 되나’는 마음이었다. 음악 프로그램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 오해를 한 것 같다.”


- 자우림은 앞으로 얼마나 활동하나.

“해체 계획은 당분간 없다. 멤버끼리 싸우면 헤어지는데, 우리는 싸우지 않는다. 나는 싫은 말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인데 다들 잘 따라준다. 악의가 없다는 걸 안다. 수익도 정확히 4분의1씩 나누기 때문에 싸울 일이 없다. ”


- 가끔 음악이 지겹거나 버겁지 않은가.

“내게 음악은 취미가 연장이 되어 직업이 됐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서 못할 것 같다. 라디오(1999년 MBC FM ‘밤의 디스크쇼’) 진행을 6개월 했는데 못하겠더라. 개편되면서 없어졌는데, 속으로 ‘잘됐다’ 생각될 정도였다.”


- 자우림 새 음반은 언제 나오나.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낼 예정이다. 계약을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 8집까지는 ‘없어도 되는 것은 하지 말고 그냥 가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부터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나가수’를 통해 살붙이는 연습을 많이 했으니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 트로트를 하겠다고 했는데.

“시기상조다. 더 우러나야 한다.”


- 어떨 때 스트레스를 받나.

“못 놀 때. 난 원래 게으르다. 늦게 일어나 차 마시고 산책하고 만화책 보고 뒹굴다가 저녁에 영화보고 맛있는 거 먹고…. 이런 생활을 좋아한다. 이런 게으름 속에서 음악 에너지가 생긴다. 놀지 않으면 좋은 음악이 안나온다. 그런데 음악작업 때문에 이런 생활을 한참 못하면 병이 생긴다.”

● “아이에게 스스로 존중하는 법 가르쳐”


- 당신은 현모양처인가.

“나의 지향점이다. 현명한 어머니가 되려고 노력한다. 세진 않지만 양순한 아내는 못된다. 우리 부부는 상대방 인생을 꽃피우게 하기 위해 서로를 지지해주는 사이라 생각한다.”


- 아이를 키우면서 먹거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안다.

“가공식품은 성분첨가를 꼭 본다. 화학물질 피하고 조미료 안 먹이고 간식도 집에서 만들어 먹였다. 또 제철에 나는 채소를 먹인다. 소독에 집착하는데, 식탁도 소독약으로 닦고 도마는 고기, 생선을 쓰면 반드시 소독을 했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은 반드시 손을 씻게 한다.”


- 아이에게 ‘이것만은 안돼’ 하는 건.

“어른에게 존댓말하기, 다른 사람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안전과 건강에 관련되는 것 외에는 아이 의견을 존중한다. 가능한 많이 이야기하고 사랑해주고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함께 잔다. 아이가 자랄수록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잘했구나 느끼고 있다.”


- 육아에 관한 철학이나 소신이 있다면.

“아이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경쟁구도 안에서 실패를 맛보더라도 자기를 존중하면 이겨내는 마음이 생긴다. 사랑을 받으면 사랑 받을 가치가 있다는 걸 알고, 다른 사람도 소중한 걸 알게 된다. 한국의 기형적인 교육시스템에서 우리 아이가 ‘자기’를 잃지 않고 ‘자신’을 지켜나갈 힘을 키워주고 싶다.”


-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길 원하는가.

“어떤 재능을 갖고 태어났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싶다. 잘하고 또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해주고 싶다. 별 재능이 없다면 기성 교육제도 안에서 그냥 공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가정·일을 동시에 잘 하는 것은 힘들지 않나.

“그렇다. 하지만 가정이 있으니까 밖에서 일을 더 하게 되고, 밖에서 일을 하니까 가정 일을 더 하게 되고, 그런 것 같다. 둘 다 좋아하니까 하는 것이다.”


- 둘째 계획은.

“아직 특별히 있지도 없지도 않다.

● “차가워 보여도 내 방식대로”


-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기에 출산 후 외모나 몸매가 더 좋아지나.

“일단 음주가무를 멀리한다. 1년에 술 먹는 날은 크게 세 번이다. 내 생일, 여름 록페스티벌, 그리고 겨울에 전국투어 끝날 때. 술은 주로 쌀로 만든 걸 마신다. 20대 시절에 이미 평생 마실 술을 다 마신 것 같다. 먹는 것에 신경 많이 쓴다. 먹는 게 곧 사람이 된다고 생각해, 제대로 가꾼 야채나 식재료를 먹는다. 인스턴트식품은 거의 안 먹는다.”


- 즐기는 운동은.

“작년부터 필라테스를 한다. 땀나는 운동을 하거나 더운 곳에 있으면 기운이 빠진다. 그래서 사우나도 안 간다.”


- 요리도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걸 좋아해서 요리를 좋아한다. 남이 해준 맛없는 걸 먹느니, 내가 맛있게 만들어 먹는 게 좋다. 그래서 요리는 일찍부터 잘했다. 이태리 음식으로 한상 차려 먹기도 한다.”


- 그렇게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다

“보통은 큰 그릇에 가득 담은 ‘머슴밥’ 먹는다. 살이 안찌는 체질이기도 하고, 일도 많고.. 어떤 날은 하루 김밥 두 개 먹고 끝낼 때도 있다. ‘과로 다이어트’라고 할까.”


- 미혼시절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나.

“음…, 내게 주어진 것 안에서 재미있게 (치장)하는 걸 좋아했다. 대학 때 시험기간에도 새벽 5시에 일어나 머리 말아 올리고, 꾸미는 걸 좋아했다. 오늘은 뭐 입을까, 뭐할까 늘 이런 생각을 했다.”


- 그렇게 꾸미는데 집착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어릴 적 아버지가 정해준 옷을 입고, 정해준 머리스타일대로 해야 했다. 당시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 입는 게 소원이었다. 그래서 대학교 때 폭발한 것 같다. 심지어 집 앞에 심부름 갈 때도 옷 갈아입고 꾸미고 갔다.”


- 당신에게는 완벽주의자 이미지가 있다.

“완벽주의자보다는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우림 음반을 언제까지 만든다고 하면 꼭 날짜를 지켰다. 한번도 어긴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남들에게 폐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팀이 굴러가지 않는다. 남들이 약속을 안 지키면 되게 불편하다.”


- 그런 성격 때문에 차가워 보인다는 말도 듣는데…

“괜찮다. 어쩌겠나. 차가워 보이지 않으려고 나머지를 포기하는 것보다 그냥 차가워 보이는 게 낫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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