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북송반대시위 주도 “북송은 정치-외교 넘어선 중대한 인도주의적 문제”
“영화 촬영때 답사 탈북루트 험난한 고비사막 넘기도”
“영화 촬영때 답사 탈북루트 험난한 고비사막 넘기도”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의 북송 반대시위를 주도한 영화배우 겸 탤런트 차인표 씨가 영화 ‘크로싱’에서 탈북자 역을 맡아 극중 아들을 끌어안고 있는 장면. 동아일보DB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배우 차인표 씨(45)의 목소리에선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났다. 차 씨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탈북자들이 북한에 돌아가면 처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사안은 정치나 외교보다 위에 있는 중대한 인도주의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엔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차 씨는 2008년 영화 ‘크로싱’에서 탈북자 김용수 역을 맡은 후 탈북자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지원하는 등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KBS 새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촬영 중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망가지고 웃기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탈북자 생각에 가끔 감정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명학교 등을 통해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에 대해 들은 게 있나.
“탈북자 중 여명학교 학생의 친척도 있는데 대단히 상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 중 5, 6명은 청소년이라고 한다.”
―중국 정부가 움직여야 해결될 텐데….
“우리가 중국 정부는 못 움직여도 중국 국민의 마음은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국민이 바뀌면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순 없을 것이다. 지금은 그들의 인도주의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정부 외교에 대해 내가 뭐라 지적하기는 어렵다. 내가 어제 시위에서 밝힌 것도 정치적 스테이트먼트(언사)는 아니다. 다만, 정치권이 이 문제만큼은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 싸우지 말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 정치권이 나서야 외국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것 아니냐.”
―탈북자 영화도 찍었는데 탈북 과정은 어떠한가.
“‘크로싱’을 촬영하며 탈북 루트를 답사한 적이 있다. 험난하다는 몽골 고비 사막을 넘어 탈북하기도 한다. 담장 하나 넘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다. 그렇게 탈북하고도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같은 민족인데 우리가 챙겨야 하지 않겠나.”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일할 계획이 있나.
“지금은 내 영역에서 활동하겠다. 정부에서 제안이 있다면 그때 생각해 보겠지만 내가 아무리 부인해도 정치 입문설이 끊이지 않아 현재는 민간에서 활동하려고 한다.”
수년 전부터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아온 차 씨는 최근 또 총선 출마 제안을 받고는 “관심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