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기자의 여기는 칸]김윤진 “70세까지 배우로”…‘남편 자랑’까지

입력 2012-05-27 17: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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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진. (사진제공=로레알파리)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초청 배우들을 선택하는 방식은 세계 각국의 개성 짙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 만큼이나 다양하다.

배우 김윤진이 칸을 찾은 이유도 그랬다.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후원사인 로레알파리의 한국 모델 자격. 김윤진은 미국의 에바 롱고리아, 밀라 요보비치, 제인 폰다를 비롯해 중국의 궁리(공리), 판빙빙 등 이 브랜드의 각국 모델들과 나란히 칸을 찾았다.

칸 국제영화제가 처음인 김윤진을 한국시간으로 26일 오후 6시30분, 칸의 드넓은 지중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마르티네즈 호텔 스위트룸에서 만났다.

김윤진은 “영화를 계속하는 배우로서 당연히 작품을 갖고 칸에 올 줄 알았다”면서도 “브랜드 모델 자격으로 칸의 공식 초청을 받은 한국 배우는 제가 처음”이라고 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레드카펫 위에 서 있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까지 ‘스타’로 사는 건 아니다. 칸에서 만난 배우 김윤진은 배우의 멋을 드러내면서도 이면에선 평범한 아내로 사는 일상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여유가 있었고 당당했다.

김윤진의 칸 국제영화제 일정은 2박3일 간이다.

이 시간 김윤진은 각국 매체 인터뷰는 물론 유수의 영화감독들로부터 공식 상영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경쟁부문 진출작인 ‘코스모폴리스’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역시 김윤진을 자신의 영화 상영에 초청해 레드카펫을 밟게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레드카펫의 길이가 짧아요. 미국 에미상 시상식은 한 사람씩 인터뷰까지 하며 레드카펫을 밟아요. 칸은 신호도 없더라고요. 마치 약간 경쟁하듯이 걷는 느낌이고.”

김윤진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로는 ‘유일한’ 기록도 세웠다.

글로벌 브랜드 모델로서는 처음으로 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았다.

김윤진은 “각국 모델들은 그 나리를 대표하는 개성 강한 스타들”이라며 “70대인 제인 폰다도 당당하게 레드카펫을 밟는 모습에 매료돼 저 역시 70대까지 모델을 하면 어떨까 싶다”며 웃었다.

‘당신은 소중하니까요’라는 이 화장품 광고 카피에 대해서도 김윤진은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70년대 초반에 나온 이 카피는 페미니스트 운동과 맞물려요. 저도 어릴 때 이 문구에 굉장한 감흥을 얻었죠. 나는 소중하고 가꿔야 하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물론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준 문구 아닐까요.”

○“배우는 슬픈 일…캐스팅 돼야만 작품을 할 수 있다”

김윤진은 칸에서만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 게 아니다. 현재 한국영화와 미국 드라마 촬영을 동시에 하며 두 곳을 정신없이 오간다.

6월 말 영화 ‘이웃사람’ 촬영이 끝나면 곧장 미국 LA로 날아가 드라마 ‘미스트리스’ 촬영에 나선다. 김윤진은 미국 ABC가 내년 5월부터 방송하는 ‘미스트리스’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로스트’의 성공에 힘입어 이번엔 주연으로 도약했다.

“‘미스트리스’ 1부 촬영은 마쳤어요. ‘로스트’ 때는 신인이었고 첫 드라마였기에 제 얼굴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때는 스태프들이 제 이름을 모두 외우기까지 한 달이 걸렸는데 이번엔 첫 날부터 전체 스태프들이 제 이름을 정확히 ‘윤진’으로 알고 있었어요.”

미국 드라마 현장에서는 각 배우들의 이름 옆에 고유의 숫자가 붙는다. 주인공이 1번. 비중이 적을수록 숫자가 높아진다. 대본의 분량이 많고 출연자가 많아 이름 대신 번호로 각자의 위치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로스트’ 시즌1때 김윤진이 받은 번호는 6번. ‘미스트리스’에서는 2번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김윤진은 “이제 2인자가 된 거다”며 “너무 제 자랑인가요?”라고 물은 뒤 다시 한 번 웃었다.

김윤진은 ‘미스트리스’에 참여하면서도 이색적인 기록을 세웠다.

주연급 배우들이라고 해도 드라마 초반 1~2부에는 파일럿 형식으로 참여해 실력을 검증받아야 마지막회까지 출연을 보장받는 게 미국 드라마 시스템. 하지만 김윤진은 캐스팅 때부터 13부까지 출연을 보장받았다. 현지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내는 대목이다.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하죠. 앞으로 10년 정도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제 커리어를 계속 쌓아가고 싶어요. 그렇다고 미국 무대만 신경 쓰고 싶진 않고. 한국 배우로 가치가 있어야 미국에서도 빛이 나잖아요.”

김윤진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미스트리스’의 주인공으로 발탁되기까지 치열하고 긴장이 팽팽했던 오디션을 거쳤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윤진은 미국영화에도 참여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자신의 적극적인 행보를 두고 그는 오히려 “배우는 슬픈 직업”이라고 했다. “캐스팅이 돼야 만 연기를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함께 온 제인 폰다는 70살이 넘었는데도 레드카펫에서 20대 젊은 여배우들과 당당하게 섰어요. 정말 멋있어요. 저도 70살까지 쭉 가고 싶어요. 하하.”

김윤진은 칸에도 자신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는 남편과 동행했다.

“혼자 하와이에서 ‘로스트’를 촬영할 때 지친 채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들어가서 밥을 새로 차려 먹을 수도 없던 피곤한 상황을 많이 겪었다”는 김윤진은 “요즘은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면 7시든 9시든 함께 저녁을 먹을 누군가가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던 김윤진의 ‘남편 자랑’은 계속됐다.

“밥을 해놓고 기다려요. 멸치볶음이나 김치찌개를 끓여놓고서요. 하하!”

칸(프랑스)|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사진제공|로레알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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