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김혜수에 “어마어마한 X년”

입력 2012-07-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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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전지현은 결혼 후 마음에 여유가 생겨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전지현 “데뷔 첫 키스신…감독님이 직접 시연”
■ 영화 ‘도둑들’ 예니콜 역 전지현

출연 장르 탓 기회없어…첫 입술도둑은 김수현
해외 진출로 잃은 건 흥행? 이번 영화만은 달라
새색시 결혼 생활? 아직은 연애하는 기분이죠

“어릴 땐 ‘전지현은 시키는 대로만 한다’는 말도 들었죠.” “제가 설마 ‘이 영화는 실패하겠지’ 생각했겠어요?” “CF도 일인데요. 그때 그 모습도 저인 걸요.” “원조 첫사랑 이미지? 에이…. 그것까지 욕심내면 너무 추악하잖아요. 하하!”

한 시간 남짓. 배우 전지현(31)은 거침없는 화통한 화법으로 말하고 또 말했다. 어느 때보다 자신감 있어 보였고, 여유로웠다. ‘결혼 뒤 변화냐’고 묻자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라며 손사래를 치며 “든든한 지원군 덕분”으로 돌렸다.

그들은 최동훈 감독과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등. 이들은 25일 개봉하는 ‘도둑들’로 뭉쳤다. 시나리오를 받은 뒤 전지현은 단숨에 출연을 결심했다. 당시의 기분을 물으니 “‘못 먹어도 고’ 같은 심정”이라는 답이 나왔다.


● “최동훈 감독님이니 믿었고, 했고, 가능했어요”

‘도둑들’은 1999년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스크린에 데뷔해 6편의 영화에 출연한 전지현이 선택한 가장 ‘센’ 상업영화다. 총제작비 140억 원. 전지현은 마카오 카지노에 있는 세기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려 모인 ‘도둑들’ 가운데 줄타기 전문 예니콜 역이다. 늘씬한 각선미, 걸쭉한 입담, 노골적인 유혹 등이 예니콜을 설명할 수사들이다.

“그동안 캐릭터 위주의 연기를 해왔고 솔직히 땅으로 내려오지 못했잖아요. 최동훈 감독님은 각 배우가 가진 매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뽑아내 최대치를 이끌죠. 제가 아무리 쌍욕을 해도(웃음) 추한 모습을 보여도 감독님과 함께 하면 괜찮았어요.”

‘도둑들’ 속 맛깔스러운 대사는 대부분 전지현의 입에서 나온다. 상대역인 김수현과 키스한 뒤 “입술에 힘 좀 빼”라고 외치고, 성형수술을 의심하는 오달수에겐 “이렇게 태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라고 소리친다. 김혜수를 보고는 “어마어마한 X년”이라는 욕도 내뱉는다. 감칠맛이 상당하다.

“예니콜의 성향과 성격에 딱 들어맞는 대사잖아요. 기발하고 재치있고. 키스하고 난 뒤 대사는 감독님의 경험담이에요. 키스신 촬영을 앞두고 감독님 부부가 직접 시연을 하기도 했죠. 부러워요. 저도 남들이 부럽게 보는 부부의 모습이고 싶어요.”

전지현은 ‘도둑들’에서 키스신을 처음 연기했다. 10년 넘는 연기 경력에 첫 키스신이라는 게 놀랍다. 전지현은 그 이유를 출연해온 영화 장르 탓으로 넘겼다.

“대부분 판타지였잖아요. 멜로는 ‘시월애’ 정도? ‘엽기적인 그녀’에 키스 장면이 있었다면 아련하게 느껴질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전지현은 ‘도둑들’에 거는 기대가 상당했다. “흥행 요소들로 꽉꽉 차 있잖아요”라는 말도 했다. 그동안 흥행과는 특별한 인연을 맺지 못했던 점도 인정했다.

“설마 제가 작품 택하면서 ‘실패하겠지’ 생각했겠어요? 선택의 기준은 늘 같죠. 다만 이번엔 (공백기였던)4년의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각오는 있어요.”


● “해외 진출, 평가절하되기도 한 듯”

전지현은 ‘블러드’와 ‘설화와 비밀의 부채’에 연속 출연하며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오랫동안 해외 진출을 위해 다양한 시도도 했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있다.

“잃은 건 흥행? 평가절하된 부분도 있지만. ‘다신 외국 나가서 작품 하나 봐’ 싶던 때도 있고요. 물론 ‘설화와 비밀의 부채’처럼 넓은 시스템을 경험한 건 좋아요. 언제 휴 잭맨과 연기하겠어요.(웃음) 덕분에 칸 국제영화제도 다녀왔고. 요즘도 휴 잭맨과 가끔 이메일로 연락해요.”

전지현은 8월 말까지 또 다른 영화 ‘베를린’ 촬영에 참여한다. 공작원인 남편(하정우)과 베를린에 머무는 북한 대사관 직원 역을 맡았다.

“어릴 때부터 대형 기획사에 소속됐고 오랫동안 ‘전지현은 시키는 대로만 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땐 그 의미를 몰랐어요. 회사로부터 몇 편의 시나리오를 받고 그 중에서 골랐어요. 작품에 대해 얘기하면 안 되는 줄로만 알았고요. 하지만 이젠 자연스러워졌죠.”

변화에는 결혼도 영향을 미쳤을까.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기본에 충실한 사람. 결혼 전엔 안정된 기반을 갖추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마음의 여유는 확실히 생겨요. 연기에 집중할 수 있죠.”

전지현은 “아직은 연애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면서도 “요리를 배우고 싶은데 여의치 않아 책과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찾는다”고도 했다. 실력은 “괜찮은 정도”. 남편의 평가를 묻자 “워낙 시크한 사람이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한때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인정받던 전지현은 이제 그 자리를 ‘건축학개론’의 수지에게 내줬다. 질투가 나느냐고 물었다.

“그것까지 욕심내면 추악하지 않아요? 하하! 그때의 내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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