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휴먼코미디 영화 획을 긋고 싶다”

입력 2013-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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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복면달호’ 이후 7년 만에 영화제작자로 돌아온 이경규는 여러 세대가 즐기는 휴먼 코미디 장르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영화 ‘전국노래자랑’ 제작자 이경규의 꿈

각색 섭외 등 7년만에 영화제작 도맡아
다양한 관객층서 긍정적 평가 큰 소득

“아이언맨3가 뜨거워…잠 안와” 엄살
“연출 No…각 분야 전문가들이 있잖아”


“아!”

인터뷰를 시작하며 이경규(53)가 내뱉은 첫 마디는 탄식이었다.

“아! 할 게 못 돼.”

엄살과 장난을 섞어 이경규는 자신이 제작한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말했다. 1일 개봉한 영화는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 1000만 명을 향해 질주하는 ‘아이언맨3’. 개봉 첫 주말 부산과 대구에서 관객을 만나고 돌아온 이경규는 “관객 반응이 정말 뜨거운데…”라며 “극장에 가니 호떡집에 불난 듯 ‘아이언맨3’로 우르르 몰려가더라”며 웃었다.

물론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전국노래자랑’은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휴먼 코미디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유행이 급변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20년 넘게 활동하며 대중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낸 이경규는 영화에서도 그 능력을 펼쳐내고 있다.

현존하는 최장수 프로그램인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는 이경규가 제작부터 시나리오 각색, 섭외 등을 도맡았다. 2007년 ‘복면달호’ 이후 7년 만에 제작한 영화이기도 하다.

개봉 이후 만감이 교차하는 제작자의 마음은, 이경규라고 예외는 아니다. 알려진 대로 공황장애를 가진 그는 “요즘은 더 심해졌다”면서 작은 손가방에서 약봉지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스크린수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주말에 극장에 가보니 10시, 10시40분, 11시, 쭉쭉 ‘아이언맨3’를 틀더라. 열심히 무대 인사 다니고 돌아와서 곧장 자면 되는데 그게 또 안 돼.(웃음) 술을 마시니까 요즘 몸이 안 좋다.”

이경규는 “아쉽다”고는 했지만 영화를 향한 꿈은 오히려 단단해진 듯 보였다. ‘전국노래자랑’이 갈수록 다양한 관객층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어깨는 덩달아 펴지고 있다.

“영화답게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결정하는 게 돈? 아니면 배우? 시나리오? 뭘까 고민하고 있다. 상업영화라고 하지만 그 안에 비즈니스, 인간관계, 예술적인 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잖아. 그래서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경규의 입에서는 또 한 번 “아!”, 탄식이 새어 나왔다.

“아! 정말 어려워. 가장 어려운 게 영화야. 하하!”

굳이 제목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내로라하는 예능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해온 이경규는 오랜 경력에서 비롯된 여유 혹은 관록 덕분에 자신을 향한 온라인 댓글은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영화를 내놓았을 땐 다르다. 그는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영화마다 매겨지는 평점에 대한 의견을 꺼냈다.

“다 이해해도 0점은 뭘까. 일부러 장난을 치려고 하느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고. 허…. 시험을 칠 때도 백지로 내야 0점이 나오지 않나. 그런 건 참 아쉽데….”

물론 ‘복수혈전’ ‘복면달호’ 때와 비교하면 “주위 선입견 같은 건 확실히 없어졌다”고 느낀다. 특히 관객들과 만나는 무대인사가 주는 감흥은 특별하다. 이경규는 돌아오는 주말에는 광주와 대전, 천안 지역 극장을 찾아 다시 관객과 만난다. “함께 사진을 찍다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간다”고도 했다.

“많이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일희일비하지 말아야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까 더 명확해져야 하지 않나 싶다. 경제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로 돈을 벌어야 비로소 다른 영화 재투자가 가능하니까. 맨땅에 헤딩할 수도 없고, 내 코피만 쏟을 수도 없잖아. 남의 돈으로 무리할 수도 없고, 방송으로 번 돈 다 영화에 넣을 수도 없고….”

그러면서 이경규는 “아! 할 게 너무 많다”고 했다. “할 게 못 된다”는 푸념을 꺼낸 지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이번엔 할 게 많단다.

“누구나 즐길 만한 휴먼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확실히 구축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많이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혹시 연출 욕심도 있을까. “전혀, 전혀!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각자 분야에 전문가들이 있으니까. 각자의 능력이 모여 함께 만들면 된다고 믿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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