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반전·두뇌싸움…요즘 대세 ‘추리드라마’가 뜨는 이유

입력 2014-04-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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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드라마의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신의 선물-14일’과 ‘쓰리데이즈’를 통해 추리 장르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11일 첫 방송하는 또 다른 추리 드라마 케이블채널 tvN ‘갑동이’의 한 장면. 사진제공|tvN

1.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2. 허 찌르는 반전에 반전
3. 작가-시청자 두뇌싸움

쓰리데이즈·신의선물 등 추리물 열풍
새롭게 방영하는 tvN 갑동이도 합세
제작환경 자유로운 케이블 채널 한몫
시청자들 달라진 눈높이도 인기 요인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사건은 지켜보는 이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하고, 휘몰아치는 듯한 빠른 전개는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게 한다. 그 속에서는 치밀한 두뇌싸움이 벌어진다. 이를 바라보는 이들은 더 이상 ‘스토리의 타자(他者)’가 아니다. 어느새 사건 속으로 휩쓸린 채 스토리를 만드는 이들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그래서 스토리는 이제 하나의 현실이 되며 보는 이들의 짜릿함을 자아낸다.

‘추리드라마’가 안방극장에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일명 ‘미드’(미국드라마)에서나 봐왔음직한 소재와 이야기가 한국 드라마 속에서 펼쳐지는 동안 시청자는 잘 짜여진 한 편의 또 다른 ‘현실’에 들어서게 된다.


● 내년까지 4∼5편 ‘추리드라마 열풍’

현재 방송 중인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 ‘신의 선물-14일’, 케이블채널 OCN ‘귀신 보는 형사, 처용’을 비롯해 11일부터 방송하는 tvN ‘갑동이’까지 추리물이 화제다.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버무려 시청자 스스로 실마리를 찾아 사건을 해결해가는 추리드라마가 또렷한 특색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수목극 1위를 지키고 있는 ‘쓰리데이즈’는 정치 미스터리 스릴러물. ‘신의 선물-14일’ 역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두 드라마 모두 음모를 파헤쳐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내 호평 받고 있다. ‘갑동이’는 경기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드라마로 밀도 있는 수사물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내년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인 추리 소재 드라마도 4∼5편이나 된다. 홍콩영화 ‘무간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범죄 스릴러물,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미스터리 사건을 다룬 이야기,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정원과 검찰 등의 음모를 그린 내용, 여기에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메디컬 스릴러 드라마도 한창 대본 집필 과정에 있다.

SBS ‘쓰리데이즈’. 사진제공|SBS



● 마니아 드라마? NO!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상파 방송에서 이 같은 드라마를 보기란 쉽지 않았다. 방송사에서는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편성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방송가의 일정한 트렌드가 된 복합장르 드라마. 예컨대 판타지와 스릴러, 법정물, 로맨스 등을 적절히 버무린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나 ‘주군의 태양’ 등이 화제를 모으면서 시청자도 극중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데 또 다른 주역이 됐다. 2011년 SBS ‘싸인’ 역시 본격 수사물로서 인기를 모았다.

케이블채널도 한몫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각광받고 있는 ‘미드’, ‘일드’, ‘영드’ 등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비교적 제작 환경이 자유로운 케이블채널이 해외 인기 드라마의 영향을 받아 잇따라 엇비슷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결과는 물론 성공. 케이블채널 OCN의 ‘특수사건전담반 TEN’과 ‘뱀파이어 검사’ ‘신의 퀴즈’ tvN의 ‘나인’ 등은 시청자 호평 속에 시즌제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 “시청자 눈높이가 달라졌다”

이렇듯 추리 드라마가 안방극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묘미에 있다. 완성도 높은 극적 구성을 바탕으로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은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것도 안심하고 예측 불가하게 한다.

추리드라마는 사건의 구체적인 얼개와 결말을 상상하게 하는 작은 실마리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얽히고 설킨 스토리를 풀어낸다. 그래서 다소 “어렵다”는 단점 아닌 단점으로 시청자의 눈에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은 모두 시청자 스스로 사건을 풀어가는 주체적 역할을 던져줌으로써 몰입도와 긴장감을 더욱 높일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른바 제작진과 시청자의 치열한 두뇌싸움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추리를 통한 두뇌게임이나 반전 등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스토리 구성이 탄탄해졌다. ‘어려운 드라마’라는 편견은 인터넷 다시보기 등으로 극복하고 젊은층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이면서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SBS 김영섭 총괄프로듀서도 “시청자도 점점 밀도 있는 드라마를 원하는 등 그 눈높이가 달라졌다. 장르와 형식이 다양해지면서 극적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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