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정의 실종’을 그리고 있는 안방극장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부조리한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사진은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와 ‘역린’, ‘끝까지 간다’, ‘일대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영화사 월광·초이스컷픽쳐스·(주)AD406·김기덕필름
세월호 참사 등과 맞물려 사회적 울림
‘끝까지 간다’ ‘표적’ 공권력 부패 그려
“정의 사라져가는 현실 분위기 반영”
스크린이 ‘정의로움’에 대해 묻는다.
현재 흥행 중이거나 기대 속에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들이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진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TV드라마 ‘쓰리데이즈’와 ‘정도전’ ‘골든크로스’ 등이 먼저 던진 정의로움에 관한 물음이 이제 스크린에서도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는 셈이다.
기득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각박한 세상을 향한 외침을 담아내는 시도 역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극장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 ‘역린’은 주인공 현빈의 입을 빌어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사서’ 가운데 하나인 ‘중용’(中庸)에 담긴 이 문구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하지만 최근 ‘기본’에 충실하지 못해 벌어진 세월호 참사, 지하철 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와 맞물려 적잖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2일 개봉하는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은 어두운 권력층을 향한 서민들의 직설적인 공격을 담았다. 김 감독은 12일 열린 시사회에서 “한국은 어떤 사건을 언급하지 않아도 일어나는 사건들이 매번 쇼크를 주는 사회”라며 “오민주라고 정한 주인공 이름에서 관객은 상실과 훼손을 느껴야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29일 개봉작인 이선균 주연의 ‘끝까지 간다’, 200만 관객을 돌파한 류승룡의 ‘표적’ 역시 경찰로 대표되는 공권력의 부정부패를 전면에 그려낸다. 이들 영화가 관객으로 하여금 더 큰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건 극중 상황이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실제 사건들과 절묘하게 맞물리기 때문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영화는 현실의 반영일 수밖에 없다”며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는 꾸준히 나왔지만 최근에는 그 제작편수가 월등히 늘어났다. 또 사극이 많아지는 이유도 정의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 분위기의 영향”이라고 짚었다. 현대극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방식은 특정 세력과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위험이 따른다. 이런 논란을 방지하면서 우회적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제작진은 시대를 과거로 돌려 비교적 자유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얘기다.
7월23일 개봉하는 하정우·강동원 주연의 ‘군도:민란의 시대’가 그런 경우다. 개봉을 두 달 앞뒀지만 ‘군도’ 예고편은 13일 오후 3시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약 1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높은 관심의 원동력은 예고편이 담아낸 현실비판적인 메시지 덕분이다. ‘망할 세상, 백성을 구하라’는 문구가 이야기를 향한 호기심까지 자극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