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묻던 현빈, 최선을 다한 역린

입력 2014-05-15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역린’으로 돌아온 배우 현빈. 조선시대 젊은 왕 정조를 연기한 그는 “오랫동안 고민하지만 일단 결단을 내리면 직진하는 모습이 나와 정조의 닮은 점”이라고 했다. 사진제공|올댓시네마

■ 영화 ‘역린’ 젊은 조선의 왕 정조 역 현빈

무대인사 쉬지 않고 만난 관객만 3만명
‘작은 일도 최선 다하라’ 극중 대사 큰 힘

군 제대 후 벌써 1년…여행 한 번 못 가
‘역린’ 내려놓을 때면 기타 배울 생각도


해병대에서 복무한 배우 현빈(32)은 제대하면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고 했다.

“밤 근무할 때 하늘을 보면 비행기가 지나가곤 했다. ‘아, 나도 타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못 하는 게 많아 먹고 싶은 것도, 가고 곳도 더 많았다. 하지만 제대하고 현실에 적응하느라 그걸 까맣게 잊었다. 하하!”

지난해 3월 제대했으니 ‘일반인’으로 산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현빈은 그토록 바랐던 여행 한 번 맘대로 떠나지 못했다. “혼자만의 시간”도 없었다. 여행이 간절한 이유는 그만큼 해병대 생활이 힘겨웠던 탓 아닐까. ‘전격 입대’라는 설명이 가장 적합할 그의 해병대 선택은 이제 3년 전 일이 됐지만 여전히 팬들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현빈에게 ‘솔직해져보자’고 했다. ‘해병대가 예상보다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기 위해서였다. 웃음기를 거둔 그는 “후회 같은 거…,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해병대는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군복무가 그에게 준 선물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연기를 하며 보낸 시간이 결국 나를 위한 삶이란 걸 알고 있다. 그걸 알지만 너무 앞만 보고, 마치 경주마처럼 20대를 보낸 것 같았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한창 인기가 치솟던 2007년 무렵. 현빈은 “뭔가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에 시달리며 혼란기를 보냈다고 돌이켰다. 집 밖에 나갈 때면 모자를 눌러써 얼굴을 가렸고 땅만 보고 걷기 일쑤였다. 군대에서 당시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많은 부분을 놓친 삶이었다. 30대 때는 그러지 말자, 반경을 넓혀보자, 다양한 사람과 장소를 접해보자, 두려워하지 말고 가보자.”

현빈. 사진제공|초이스컷픽처스


그런 현빈이 영화 ‘역린’을 만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즉위 1년을 맞은 조선의 젊은 왕 정조. 현빈은 자신이 연기한 인물 정조를 이야기하면서 “그 분”이라는 호칭을 자주 붙였다.

“내가 본 정조는 인내심이 강한 분, 포용력이 큰 분, 적을 내 편으로 만드는 분 같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현빈에게 정조와 비슷한 점을 비교해 달라고 주문했다. “사실 비교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면서도 “웬만하면 참으려고 하는 성격, 결정하기까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일단 결정하면 직진하는 편이 비슷하다”고 했다.

현빈은 요즘 ‘조선왕조실록’을 다시 읽고 있다. “영화를 하고나니 오히려 관심이 더 생긴다”고 했다. 그의 머리를 꽉 채우고 있는 것도 ‘역린’ 그리고 정조이다. 400만 관객 동원을 앞둔 영화는 흥행을 잇고 있지만 현빈은 여전히 긴장과 부담, 책임감의 무게를 안고 있다.

최근 9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극장 무대인사에 참여한 그는 문득 영화 속 자신의 대사인 ‘중용’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라’는 대사다.

“그 구절을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힘이 나는 것만 같았다. 9일 동안 만난 관객이 3만명이다. 엄청나다. 마치 콘서트 같았다.(웃음) 영화를 10번이나 봤다는 팬을 만났을 땐 장난삼아 ‘더 보세요’라고 외쳤지만 사실 그 진심을 알 것 같아 뭉클했다.”

‘역린’을 내려놓을 때가 되면 현빈은 기타를 배울 생각이다. “악기 한 두 개쯤 익숙하게 연주하면 좋을 것 같다”는 그는 “사실 종류를 잘 몰라서 어느 기타로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