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퓨리’, 전쟁 리얼리티·잔잔한 드라마…두 마리 토끼 다 잡았다

입력 2014-11-1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퓨리’(원제 FURY)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뒤이을 최고의 전쟁영화가 될까.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한 병사의 구출작전을 그려내며 전쟁의 참상을 전하며 최고의 전쟁영화로 평가되고 있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16년 만에 전통 전쟁영화 ‘퓨리’가 등장했다.

‘퓨리’는 2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미군 부대 가운데 전차부대를 이끄는 ‘워 대디’(브래드 피트)에게 최전선에서의 전투명령이 떨어진다. 하지만 남은 것은 한 대의 탱크 ‘퓨리’와 지쳐버린 부대원뿐이다. 게다가 지원군은 경력이 전무한 신병 ‘노먼’(로건 레먼)이 배치되고 ‘워 대디’는 단 5명이 최후의 전쟁터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역시 탱크 ‘퓨리’다. 수많은 전쟁 속에서 무기는 영화의 소품이었다. 그런데 탱크 ‘퓨리’는 소품 이상의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퓨리’는 기존에 보지 못했던 탱크의 내부 속을 보여준다. 전차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무슨 역할을 하며 싸우는지, 그 좁은 공간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자세하게 보여준다. 끝없이 반복되는 지긋지긋한 전쟁 가운데 ‘퓨리’는 대원들의 싸움터이자 안식처이다. 그들은 탱크를 통해 생존을 유지하고 깊은 유대와 동료애를 나눈다. 전쟁터에서 함께 싸우며 일어나는 갈등도 있지만 ‘퓨리’는 그들을 하나로 묶는다. 밖에서 싸워도 안에서는 최고의 호흡을 보여주는 5명의 대원들의 모습은 영화의 한 축을 이끈다.

또한 전쟁의 생생함을 구현함이 극의 활기를 더했다. 리얼리티를 더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탱크 5대를 찾는 데 집중했으며 영국 군부대 차량 협회를 통해 영화 촬영에 제공 가능한 탱크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그 중 한 대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사용했던 76mm 총포를 가진 셔먼탱크로, 이는 영국 보빙턴 탱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것을 공수해 전쟁영화의 생생함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에 전투 장면도 흥미진진하다. 늘 총과 칼만 갖고 싸운 전쟁영화와는 달리 ‘퓨리’는 전차와 전차가 싸운다. 보기엔 둔해 보이는 요리조리 움직이며 포구를 겨누며 긴장감이 넘치는 전쟁 장면을 만들어 나간다. 두 전차가 서로를 향해 포구를 향하는 장면은 극의 절정을 이룬다. 쉽게 보지 못할 탱크들을 질리도록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퓨리’의 주연과 제작을 맡은 브래드 피트는 강렬한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장의 ‘워 대디’(War-Daddy) 돈 콜리어 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는 전차부대를 이끄는 리더이자 능수능란한 전략가로서 냉철하면서도 인간미가 돋보이는 연기를 펼친다. “독일에서 독일어를 써야한다”며 극중 독일어를 사용하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할리우드의 신성 로건 레먼은 전쟁에 닳고 닳은 브래드 피트와는 대조적인 순진무구한 신병 ‘노먼’ 역을 맡았다. 극 초반 전쟁의 ‘ㅈ’자도 모르던 노먼은 사람 하나 죽이지 못하는 군인이었지만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본성을 이기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전쟁을 통해 순진무구했던 노먼이 점점 성숙해지는 모습도 볼거리다. “왜 전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연한 물음이 포탄과 총알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선 사치스런 생각임을, 또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성에 관한 드라마를 ‘전쟁’이라는 공간에서 적절히 담아냈다. 11월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4분.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