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일 북미 개봉을 앞둔 ‘어벤져스2’는 이보다 8일 앞선 23일 한국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물론 전세계 최초 개봉은 아니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이마저도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 취재진들은 이보다 이틀 앞서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어벤져스2’를 먼저 만났다.
러닝타임 141분은 호크아이의 활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도 아쉬울 정도. 역대 최대 제작비 2억5000달러를 쏟은 마블의 초대형 프로젝트답게 화려했다. 히어로들의 개인사를 엿보는 에피소드 또한 흥미로웠다. ‘썸’부터 부성애까지 인간의 감정을 고루 다룬 점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잘 버무린 비빔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느낌이랄까.
기본적인 히어로 구성은 전작 ‘어벤져스’와 같다. 국제평화유지기구인 쉴드 (S.H.I.E.L.D)의 국장 닉 퓨리(사무엘 L.잭슨)를 필두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헐크(마크 러팔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그리고 쉴드 요원인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등이다. 사실 이들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 콩나물 하나만 있어도 잘 비벼먹는 우리가 아니던가.

이번 ‘어벤져스2’에는 풍미를 더할 능력자가 셋이나 나타났다. 쌍둥이 남매인 퀵 실버(애런 존슨)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와 비전이 그 주인공. 비빔밥 위에 달걀 프라이와 고추장(여담으로 스칼렛 위치의 능력은 붉은 빛으로 표현된다)을 더하고 마무리로 참기름을 넣은 격이다.
지난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쿠키 영상을 통해 첫 선을 보였던 퀵 실버와 스칼렛 위치. 이들은 10살 때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의 악연으로 인해 반감을 가지고 스트러커의 불법 생체 실험에 자원한다. 오빠 퀵 실버는 누구도 따라잡지 못하는 초스피드로 움직이는 캐릭터로 벽이나 물 위를 달릴 수도 있으며 그 속력으로 물체를 파괴하기도 한다. 그의 여동생 스칼렛 위치는 염력과 생각 조종 능력을 소유한 능력자로 타인의 머릿속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비전은 토니 스타크가 만든 인공지능 시스템 ‘자비스’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그는 ‘어벤져스’ 군단과 울트론의 전쟁 중 우여곡절 끝에 탄생하는데 그를 결합하는 인물과 그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비전 덕분에 관객들은 ‘아이언맨’ 시리즈와 ‘어벤져스’ 등에서 ‘자비스’의 목소리로만 출연해온 배우 폴 베타니의 잘생긴 외모를 확인할 수 있다. 비전의 외형 자체가 멋스러운 편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 완전체의 활약은 전무후무 新 히어로의 탄생을 예고한다.

복합적인 장르의 융합도 극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어벤져스2’가 내건 장르는 액션 SF 모험 그리고 판타지. 여기에 멜로와 스릴러 공포 그리고 코미디도 적절히 배치돼 있다. 먼저 ‘헐크’ 브루스 배너와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의 ‘썸’인 듯 ‘썸’ 아닌 관계가 꽤나 깊게 다뤄진다. 순간순간 히어로물이 아닌 로맨틱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코미디적인 측면에서 볼 때 히어로들이 대놓고 망가지지는 않는다. 그저 입은 거들 뿐이다. 영화 속 미국식 조크는 전쟁통에도 빛을 발하니 눈여겨 볼 것.
더불어 각 캐릭터들이 스칼렛 위치의 염력에 의해 두려움에 빠지는 장면들은 보는 이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피를 튀기는 것도 아닌데 왜 일까. 특히 블랙 위도우가 용병으로 훈련받던 레드룸을 회상하는 장면은 스릴러물에서나 느낄 수 있는 오싹함을 안긴다.
한 멤버의 사생활(?)이 공개되면서 예상치 못한 휴머니즘도 발견하게 된다. 가족을 위해 베트남 파병을 자처한 덕수의 ‘국제시장’이 떠오르고 딸과 인류를 위해 우주로 향한 ‘인터스텔라’가 연결될 것이다. 스포의 위험이 있으니 영화를 보고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더욱 강력해진 어벤져스와 평화를 위해서는 인류가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 ‘울트론’의 사상 최대 전쟁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한국 배우 수현이 비중있는 캐릭터를 맡고 국내 촬영이 진행돼 화제가 된 이 영화는 23일 개봉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