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화 드라마 전쟁에서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는 MBC '화정'에서 배우 차승원의 지분은 분명히 압도적이다.
'화정' 1회에서 보여준 선조(박영규)와의 날선 대립은 이 드라마를 의심한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으로 끌어모으기에 충분했고 이병헌과 분명히 다른 광해의 매력은 젊은 배우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본방송을 사수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이토록 공을 세운 차승원이 곧 '화정'에서 물러난다. 시청자 입장에서야 차승원의 광해군이 정쟁에서 승리하며 조선을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 주길 바라지만 이미 기록된 역사와 인조(김재원)의 등장이 그의 예정된 퇴장을 암시하고 있다.
차승원은 25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곧 광해군에게서 떠나가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 곧 인조 반정이 일어나고 광해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이다"라며 "내 유배지도 이미 섭외가 됐다고 한다"면서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퇴장을 예고했다.
이어 그는 작품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작품에 임하는 배우로서 성적이 좋은 것에 기뻐하는 듯한 반응을 보일 것 같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쉬운 1위"라고 평했다.
차승원은 "내가 생각했던 사극의 묘미가 있었다. 시청률 면에서는 아쉽다고 생각하고 의미가 없다고 여긴다. 내가 퇴장하고 난 뒤 인조와 정명공주가 더 잘해서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차승원은 광해의 세자 시절이 세밀하게 표현되지 못했던 점이나 다른 캐릭터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런 지적들은 차승원이 광해 캐릭터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에 대해 깊은 애착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광해군은 연산군처럼 강한 인물로 생각하지만 내가 볼 때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어쩌다가 이토록 인심을 잃게 됐는지 안타깝다"면서 "전적으로 이 사람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립되고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이 수반되는 캐릭터로 마무리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제 차승원은 '화정'을 마치고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고산자, 대동 여지도' 촬영에 돌입한다. '삼시세끼'-'화정'에 이은 또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만하다. 이처럼 종잡기 힘든 차승원의 결정은 다음에서 드러날 그의 소신에 기인한다.
"나는 내 또래 배우들과 다른 위치에 서있다. 시작부터 달랐고 앞으로도 그렇게 행동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우는 니마이도 됐다가 쌈마이도 될 수 있
어야 한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