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연기자 황정음.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예쁘고, 잘했다. 연기자 황정음(30)과 최시원(27)이 주연작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나란히 연기자로서 정점을 찍었다. 황정음은 극중 외모도, 능력도 딱히 보잘 것 없는 김혜진 역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찬사를 받았고, 최시원은 과장되고 코믹한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드라마에 최적화된 맞춤형 캐릭터로 자신의 매력을 발산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루 1시간 자며 촬영했지만 뿌듯
지금 목표 ‘20시간 연속 잠만 자기’
‘믿. 보. 황’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황정음이 출연하면 믿고 본다’는 뜻으로 애절한 눈물연기, 코미디, 멜로 등 어느 것 하나 막힘이 없다.
로맨틱코미디로는 이례적으로 사회적 반향까지 일으키며 11일 종영한 ‘그녀는 예뻤다’. 그 신드롬의 중심에 ‘거침없는 황정음’이 있다. 물오른 코믹연기와 감성 깊은 연기를 폭 넓게 오갔고, 주연배우로서 흥행파워까지 발휘했다.
눈길 끄는 건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청춘의 성공기’를 그린 드라마와 실제 황정음의 이야기가 닮아있다는 점이다. 한때 ‘발연기’란 지적도 받았지만, 지금은 ‘2015 MBC 연기대상’의 강력한 대상 후보로 꼽힐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12일 서울 장충동에서 만난 황정음은 “참 많은 것을 얻은 작품이다. 두 달 동안 촬영하면서 하루 1시간밖에 잠을 못자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어도, 연기에 대한 재미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걸그룹 슈가로 데뷔하고, 2005년 연기자로 전향했지만 시청자들의 날선 질타를 받았다. 그러다 2009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하이킥)을 통해 주목받았고, 그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연기를 시작할 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연기에 대한 재미도, 욕심도 없다보니 무엇이 나왔겠나. 그런데 ‘하이킥’을 만나면서부터 재미를 느꼈다. CF도 많이 찍고 인기도 높아지고, 많은 걸 누리게 되니까 연기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게 되더라.”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한번 시작했으니, 최고가 돼보자는 욕심”도 생겼다. 가수 출신이라 다른 연기자들에 비해 더 노력해야 된다며 자신을 다그쳤다.
‘그녀는 예뻤다’는 ‘하이킥’ 대본을 쓴 조성희 작가의 작품이다. 전작 ‘킬미힐미’를 3월 끝낸 황정음은 “무조건 쉬겠다”는 생각과 “로맨틱코미디에 연이어 출연하고 싶지 않아” 출연 제의를 받고 한참을 고민했다.
“소속사 대표가 무조건 하라고 하더라. 하하! 작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내가 ‘하이킥’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고 있으니까. 1회 방송 후 4.8%의 시청률이 나와서 작가는 펑펑 울었다고 하는데, 나는 잘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극중 황정음은 ‘심하게’ 망가졌다. 악성곱슬머리에 안면홍조, 주근깨, 패션테러리스트까지. 근래 드라마 여주인공 가운데 가장 ‘못 생긴’ 캐릭터였다.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망가지게 그려져 “속상하고, 우울”했지만, 캐릭터를 세심하게 분석하고 연기했다.
“여배우는 예뻐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나 때문에 채널이 돌아갈 것 같아 걱정 많았다. 고민 끝에 ‘못생겼지만 성격까지 궁상맞게 연기하지 말자’, ‘주눅 들게 하지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
황정음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은 “잠”이다. 20시간 연속 수면에 도전해볼 생각이란다.
“시청률이나 출연 분량, 시청자들의 반응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하고 고민한다면 더 어색한 연기가 나올 수 있다. 대중들은 늘 새로운 걸 원하기 때문에 제자리에만 머물지 않고,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 것 같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