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音담잡담] 인디그룹 ‘스탠딩에그’ 음악차트 1위가 반가운 이유

입력 2016-08-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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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그룹 스탠딩에그 ‘여름밤에 우린’ 표지. 사진제공|본엔터테인먼트

인디그룹 스탠딩에그 ‘여름밤에 우린’ 표지. 사진제공|본엔터테인먼트

“달걀을 세워보시오.”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뒤 자신을 시기하는 이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폄훼하자 이 같이 말했다. 위아래가 둥근 달걀을 세우기 어려워하자 콜럼버스는 달걀 끝을 살짝 깨서 세우며 “신대륙 발견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콜럼버스의 달걀’에서 이름을 딴 3인조 인디그룹 스탠딩에그(Standing Egg)가 3일 신곡 ‘여름밤엔 우린’(사진)으로 멜론과 몇몇 음악차트 1위에 오르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9일 블랙핑크와 I.O.I가 차트를 강타하기 전까지는 그들의 세상이었다. 매일, 매주 나오는 1위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1위. 사전 프로모션도 하지 않은 스탠딩에그가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가요계는 ‘충격’이었다.

‘스탠딩에그가 누구야?’라는 질문은 이내 ‘사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누군지 궁금해서 들어본 것’이라는 폄훼로 이어졌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왔다는 뜻의 속어)로 여겨진 그룹이 며칠째 1위를 한다는 것은 그동안 가요계에 통용되던 ‘성공의 법칙’이 깨져버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스탠딩에그는 2010년 데뷔한 어엿한 ‘중견그룹’이다. 7년간 쉬지 않고 4장의 앨범과 미니앨범, 싱글을 냈다. 1년에 약 20곡을 만들며 ‘인디공무원’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성실히 음악을 해왔다. 차근차근 나이테를 쌓아올린 나무와 같은 그룹인 셈이다.

또 일상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가사와 음색으로 음악팬들의 공감대를 쌓아왔다. 전작 ‘뚝뚝뚝’도 잠시나마 몇몇 차트 1위를 했고, ‘무지개’ ‘노바디 노’도 10위권 안팎이었다. 멜론에서 스탠딩에그와 팬을 맺은 회원이 6만명이 넘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는 8만7000여명이다. 진정성이 있는 음악을 꾸준히 하며 낙수가 바위를 뚫듯 빛을 내기 시작한 셈이다.

멤버들은 스스로를 드러내기 보다는 ‘에그1·2·3’으로 각자를 표시한다. 세상에 공개된 사진도 하나 없다. 기획사, 매니저도 없다. 대외활동을 하는 시간에 음악을 더 만들겠다는 생각에서다.



스탠딩에그라는 그룹명은 정성을 다하면 달걀을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지었다. 이들의 성공은 진심을 다하는 성실한 음악작업이 시나브로 대중에 파고들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 것이라 반갑다. 늘 1등을 하는 아이돌 팬덤은 거대하지만, 팬덤이 아닌 대중이 듣고 싶은 음악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이 바로 음악시장의 거대한 ‘틈새’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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