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치맥·숙성고기…맛으로 뭉친 YG공화국

입력 2016-09-02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홍대 스트리트 문화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K-PUB이 2층에 자리한 YG리퍼블릭 서울 명동점. 브런치 전문카페 쓰리 버즈의 인기메뉴 칙피 샐러드, 프로슈터 팜프레시 오픈 샌드위치, 바게트 프렌치 토스트. 호프집과 포장마차의 술안주를 고급스럽게 변주한 게 인상적인 K-PUB의 비어치킨과 훈제 쏘야. 가운데 주석잔은 모자익 홉으로 만든 IPA인 YG비어다. 편백나무 저온숙성을 내세운 삼거리 푸줏간의 주방.(왼쪽 아래사진부터 시계방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엔터 공룡 YG-SM의 미식 경쟁 ‘YG리퍼블릭’

YG와 SM. 엔터테인먼트업계의 두 공룡이 요즘 외식산업에서 흥미로운 대결을 벌이고 있다. YG는 YG푸즈라는 자회사를 통해 복합외식공간 YG리퍼블릭을 오픈했고, SM도 자회사 SM F&B 디벨롭먼트를 통해 SMT라는 퓨전 레스토랑을 1월 초에 개점했다. 둘 다 과거 연예인이나 연예기획사가 부업 차원에서 하던‘잘 되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식의 음식장사가 아니다. 시총 5000억이 넘는 상장회사(YG엔터 5536억, SM엔터 6342억)들이 기업 미래를 맡길 신성장 사업으로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지향점은 같지만 접근방식이나 사업장 콘셉트는 전혀 다르다는 것.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 YG와 SM이 벌이는 맛과 분위기의 전쟁을 소개한다. 첫 순서는 YG리퍼블릭이다.

‘쓰리버즈·K-PUB·삼거리 푸줏간’ 복합매장
여의도점 유럽 스타일…명동점 한류 스타일
“빅뱅·싸이 유명세 보다 좋은 음식으로 승부”
‘바게트 프렌치 토스트’·‘YG비어’ 최고 인기

YG리퍼블릭 여의도 IFC점의 쓰리 버즈 매장. 오피스타운에 위치했고 여성 고객과 직장인이 많이 찾는 점에 맞춰 화이트톤의 벽과 목재를 적절히 사용한 인테리어, 시원스럽게 트인 높은 천정 등 분위기가 이국적이다. 매장 너머로 보이는 것은 숙성고기 매장인 삼거리 푸줏간. YG리퍼블릭 명동점의 주력매장일 할 수 있는 K-PUB. 깔끔하고 세련된 여의도점과는 달리 한류 관광객과 젊은 고객이 많은 지역 특성에 맞춰 키치적인 감성을 가미한 톡톡 튀는 인테리어와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특색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쓰리버즈, K-PUB, 삼거리 푸줏간…원스톱으로 즐기자

웬만한 건물 3층 높이의 시원스런 층고, 화이트 톤의 벽에 목재를 적절히 가미한 공간, 유럽 도시의 푸드 마켓을 떠올리게 하는 카운터.

YG리퍼블릭의 여의도 IFC점을 들어서면 산뜻한 분위기가 먼저 눈길을 끈다. YG하면 떠올리는 자유분방하고 톡톡 튀는 스트리트 컬쳐와는 거리가 있다. 세련된 브런치 전문 카페를 표방하는 쓰리버즈(3 Birds)는 그렇다 하더라도, 치맥을 즐기는 한국형 펍 K-PUB이나 숙성고기 전문매장인 삼거리 푸줏간도 깔끔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였다.

함께 한 YG푸드 관계자는“점포가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변화를 주고 있다”며“여의도점은 금융, 외국계 기업이 주류인 오피스타운이 있고 직장 여성이나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찾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음에 찾은 명동점은 여의도점과 달리 당초 머리 속에 그렸던 느낌과 맞았다. 2층의 K-PUB을 중심으로 인테리어 소품부터 조명까지 장난기와 미적인 센스가 공존했고, YG가 태동한 홍대 거리문화가 녹아 있었다.

세 매장의 위치와 크기도 각각 달랐다. 여의도점은 입구부터 쓰리버즈 K-PUB, 삼거리 푸줏간이 차례로 있는 병렬식 배치였고 여성 고객을 고려한 듯 쓰리버즈의 비중이 컸다. 명동점은 K-PUB과 삼거리 푸줏간이 중심이고 쓰리버즈가 구색을 갖추는 모양새였다. 관광객, 특히 한류를 좋아하는 일본 중국 여행객이 많은 명동 특성을 감안한 공간 구성이다.

특이한 점은 두 매장 모두 YG가 자랑하는 빅뱅, 싸이 같은 한류스타를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명동점이 인테리어 소품이나 장식, 음악에서 K-POP 스타의 분위기를 좀 더 느낄 수 있었다. YG푸드 관계자는“이곳을 기획할 때부터 소속 아티스트의 유명세나 이미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으려 했다. 엔터기업이 하는 음식점이라도 결국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음식과 서비스, 분위기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 바게트 프랜치 토스트·비어치킨 황금모래

세 매장이 결합된 복합공간이다 보니 YG리퍼블릭의 메뉴는 매장별로 다르다. YG푸즈가 앞으로 가장 많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는 쓰리 버즈는 여성 고객의 취향에 맞춘 브런치 메뉴를 내세운다. 구운 새우와 아보카도 퓨레를 빵 위에 올려놓고 즐기는 아보카도 슈림프 오픈 샌드위치를 비롯해 생 햄의 풍미를 즐기는 프로슈토 팜프레시 오픈 샌드위치, 병아리콩을 주재료로 한 칙피 샐러드 등이 있다. 우유를 머금고 부드러워진 바게트 토스트에 짭짜름한 베이컨을 가니시로 곁들인 바게트 프렌치 토스트는 여성 고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메뉴다. 나트륨 함량이 적은 건강한 음식을 찾는 경향을 감안해 대부분의 메뉴가 간이 세지 않다.

K-PUB의 메뉴는 맥주와 곁들이는 일품요리가 주류다. 특히 이젠 우리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된 치맥을 색다르게 변주, K-치킨이란 카테고리 안에 비어치킨, 케이프라이드, 갈릭치킨, 레드 치킨 등 세분화해 내놓고 있다.

이중 장작불에서 맥주에 훈증되어 육질이 부드러운 비어치킨의 맛이 각별하다. 다른 메뉴들도 포장마차나 호프집에서 친숙한 것들을 업그레이드했다. 훈제소야는 소세지야채 볶음이 모티브다. 장작에 구워 소세지와 야채에서 불맛을 느낄 수 있고, 토마토소스의 새콤함을 부드러운 매시 포테이토로 조율해 고급화했다. 황금모래는 오징어와 작은 새우를 튀긴 뒤에 황금모래(마늘칩)를 뿌린 것. 짭짤한 맛이 맥주와 천생연분이다.

이어지는 화룡점정은 YG비어다. 크래프트 비어 붐에 맞춰 YG리퍼블릭도 자신들의 이름을 붙인 하우스비어를 내놓는데, 가평의 카브루 부류어리와 제휴해 만든 IPA(India Pale ale)계열이다. 코끝을 자극하는 화사한 홉의 향과 쌉싸름한 풍미가 꽤 괜찮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gn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