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한강 블루스’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이무영 감독을 비롯해 김희정과 김정석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강 블루스’는 한강 물에 빠져든 초보 사제가 자신을 구해준 노숙자들의 생활에 동참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한강을 생활터로 삼아 노숙하는 그룹의 허풍쟁이 리더 장효(봉만대) 초보신부 명준(기태영), 여자가 되고 싶은 아저씨 추자(김정석) 그리고 수녀가 되고 싶은 가출 소녀 마리아(김희정)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날 이무영 감독은 “세상에 슬픈 일이 많다. 국가 차원에서도 큰 슬픔을 당한 분들에게도 위로 되지 않는 세상이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 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영화 속 인물들도 각자 상처를 입고 있지만 타인의 상처를 치유해준다. 우리 영화가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했다.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위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메시지는 영화에 흘러나오는 노래 ‘희망가’에도 담겨 있다. 이무영 감독은 ‘희망가’를 영화에 담은 이유로 “세월호 사건처럼 국가적으로 큰 아픔이 있을 때 국가가 기능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어루만져줬으면 하지만 그러지 못하더라. 그렇다면 우리끼리라고 위로하고 위로받자는 의미로 ‘희망가’를 택했다”며 “가난한 것에서 출발했다. 더불어 ‘어지러운 세상에서 우리가 희망을 품고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마음에서 ‘희망가’를 골랐다”고 밝혔다.
이무영 감독 또한 ‘한강 블루스’ 촬영 당시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강 블루스’를 찍을 때 개인적으로 큰 고통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현장에 가면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영적으로 받았다. ‘신의 위로’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적은 예산인데다 9회차 만에 촬영해야 해서 현장에서 불화가 있을 것 같은데 놀랍게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무영 감독은 “봉만대 감독이 성당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찍은 후 구석에서 혼자 울었다. 그때 누군가 나를 안아주는데 봉만대 감독이더라. 천사 같았다. 그에게서 위로받았다”고 고백했다.
김희정과 김정석에게도 ‘한강 블루스’는 위로의 영화였다. 김희정은 “처음에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스스로 위로받았다.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더라. 극 중 마리아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 호기심이 생겼다”며 “관객들도 우리 영화를 보고 위로를 받고 위로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석은 “‘한강 블루스’는 구원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나도 일이 많아졌다. 나를 구원해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고 너스레를 떨다 “‘한강 블루스’가 3년 만에 상영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영화가 흥했으면 좋겠다. 많은 분이 보고 위로받고 치유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무영 감독은 “‘한강 블루스’가 영화를 보는 분들에게 작은 위로의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 나도 영화계에서 버티면서 싸워나가고 있다. 삶이 힘들어도 우리 영화를 보는 분들이 전투 의지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용기를 주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무영 감독이 영화로 관객에게 전하는 위로 ‘한강 블루스’는 9월 22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