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남주혁 “‘연기 늘었다’는 말 듣고도 기쁘지 않았다”

입력 2017-01-16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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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찢고 나왔다”는 말이 남주혁처럼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그는 tvN ‘치즈인더트랩’부터 MBC ‘역도요정 김복주’까지, 임해온 작품마다 여성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 만난 남주혁은 ‘만찢남’ 정도에 만족할 그릇이 아니었다. 그는 ‘역도요정 김복주’로 좋지 않은 시청률을 받아들었지만 그저 의연할 따름이다. “의미 있는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많은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라며 웃어 넘길 뿐.

“많은 분들이 저와 이성경 누나가 드라마 주연으로 한 작품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걱정하셨던 걸 알아요. 저희도 물론 그랬었죠.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PD님이나 스태프들이 해주신 ‘잘하고 있다’는 격려 덕분에 예쁘고 재미있는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남주혁, 이성경 주연의 ‘역도요정 김복주’는 최근 씨가 말랐던 청춘물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그는 가슴 아픈 가족사로 슬럼프를 겪은 수영선수 정준형 역을 맡아 김복주 역의 이성경과 남다른 호흡을 보여줬다.

“촬영할 때 서로 웃을 때가 많아서 NG가 좀 났었어요. 이 작품을 할 때는 정말 좋은 기억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복주를 카트에 태우는 장면부터 해서 장면 하나하나가 다 재밌었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요? 그걸 어떻게 하나만 콕 집을 수 있겠어요.”


이토록 소중하게 만든 작품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전지현, 이민호 주연의 SBS ‘푸른바다의 전설’과 붙었던 것이 이 드라마의 유일한 패착이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 작품은 시청률을 목표로 두고 만든 것이 아니에요. 작가님과 PD님과 같이 의미 있는 작품, 우리 시청자에게 사랑 받는 드라마도 만드는 게 목적이었죠.”

그의 말대로라면 ‘역도요정 김복주’는 분명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작품이다. 또한 남주혁에게도 이 작품은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그는 여기서 불안한 심리상태로 슬럼프에 빠져 고민하는 정준형이라는 인물을 소화해 내며 남주혁이 귀엽고 잘생긴 얼굴을 가지기만 한 배우가 아님을 보여줬다.

“준형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건 오히려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자유롭게 열어 놓고 연기했어요. 그보다는 이 작품을 할 때 힘들었던 건 역시 체력이었죠, 따로 운동할 시간도 없고 잠만 잤으니. 덕분에 이번 작품에서는 어머니의 보살핌을 많이 받았죠.”


이렇게 남주혁은 차근차근 정준형을 자신의 몸에 입혔다. 이성경과의 러브라인 역시 절정에 달할 무렵 15회에서 남주혁은 오열 연기로 언론과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남주혁에게 이에 대해 물으니 정작 당사자는 “기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짜 배우는 역시 드라마 안에서 울지 않고도 ‘연기를 잘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드라마 안에서 밝게 웃는 장면이 많아서 그 장면이 임팩트가 컸던 것 아닐까요? 어쨌든 그 장면 이후에 ‘연기가 늘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많이 창피했어요. 이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는데 아직도 연기가 늘었다는 말을 듣는 게 부끄러웠죠. 올해 목표는, 그리고 앞으로의 제 목표는 ‘연기 늘었다’는 말보다 ‘작품에 어울린다’, ‘잘한다’는 말을 듣는 거에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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