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티아라 멤버 은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 ‘실종2’를 통해서 배우 함은정으로 완벽한 변신을 꾀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함은정이 어떤 각오로 임했는지 이번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변신을 하고 싶은 생각이 당연히 있었죠. 제가 공포영화로 첫 상업영화를 했고, 티아라 이후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거였거든요. 그 이후에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어요. ‘실종2’는 제가 해보지 않았던 스릴러 장르였죠. 저도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긴 했어요. 제가 ‘순둥하게’ 생긴 얼굴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이런 장르가 어울리지 않을 줄 알았죠. 근데 굉장히 잘 어울리더라고요. 감독님도 그 부분을 봐주셨을 것 같고요.”
‘실종2’는 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중 함은정이 맡은 캐릭터는 취업을 위해 등산길에 오른 인물. 실제로 산에서 많은 촬영이 이뤄졌기 때문에 다소 힘든 부분도 있었을 터.
“제가 직접 산행을 해본 건 손에 꼽아요. 산에 진짜 오랜만에 올라간 거였고요. 이번엔 차가 허용되는 부분까지 차를 타고 가서 그 위에 걸어서 갔죠. 왜 산을 오르시는지 알겠더라고요. 다행히 촬영도 춥지 않을 때였고, 선선해서 다행이었어요. 제가 추위를 정말 많이 타서 차라리 더운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꼭 찬바람 불 때 작품을 하더라고요(웃음).”
이번 작품에서 함은정이 연기에 대해 얼마나 열정을 쏟고 있는 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변화를 모두 소화해내며 자신만의 연기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있어야 할 때가 있었어요. 대본 외의 상황들을 채워나갈 때, 재밌으면서도 고민이 많이 됐죠. 또 제가 중심인물이 아닌 배경으로 걸릴 때도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어떤 표정을 해야 하는지 이번에 많이 배웠죠. 다른 배우들의 행동에서 저도 같이 화면서 있으니까, 그런 소소한 부분까지 생각해야하는 걸 이번에 배웠어요. 색다른 경험이었죠.”
욕하고 악 지르는 캐릭터, 걸그룹 멤버로 활동할 때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걸그룹으로 활동 중이기도 한 그가 ‘실종2’에서 변신을 꾀하기 위해 많은 부분들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다소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을 터.
“당연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면들이 많긴 했죠. 하지만 저에게 주어진 연기이니까 주어진 걸 다 끝내고 하는 게 맞다 생각했어요. 아마 그게 걱정이 된다면 조정을 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미지를 크게 걱정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제가 끌리고 좋으면서 애착이 가면 그냥 하는 것 같고요. 오히려 아이돌이어서 하지 말아야하는 매뉴얼이 연기할 때는 좀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그건 제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런 연기를 할 때는 오히려 자유롭다고 느껴요.”
‘실종2’에서 함은정이 맡은 선영은 자신의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걸림돌이 되는 방해물을 절대적으로 이겨내는 캐릭터. 또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며 자신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실의 함은정과 ‘실종2’ 속 선영은 과연 얼마나 닮아있을까.
“정말 저는 그때그때 달라요. 저를 한, 두 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더라고요. 상황마다 다를 것 같아요. 하지만 (선영처럼) 능동적인 타입으로 대응할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 선영과 비슷한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는 거죠.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고, 상대가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요. 하지만 삶을 개척하면서 사는 스타일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환경은 다르지만 선영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시나리오를 초반에 읽었을 때 조금 공감을 했던 것 같아요.”
‘실종2’는 함은정이 출연한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이후로 7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 그동안 영화로 다시 그를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영화를 찍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이후로 영화 쪽에서 시나리오를 많이 받아보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훌륭한 연기자분들이 계시고, 저는 아무래도 그 역할들에 안 어울리는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돼야겠구나 생각을 했죠. 제가 영화에 나온다고 했을 때 제가 어울릴지 확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확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영화를 좋아하고 애정이 많아요. 그래서 이번에 영화를 하시는 분들과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죠. 저는 조급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제가 부족한 게 있으면 채워야한다고 생각했고요.”
‘실종2’로 본격적으로 다시 스크린에 복귀한 함은정. 티아라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그가, 앞으로 배우로 듣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들일까.
“영화를 통해서 ‘꾸준히 하고 있네’라는 말을 들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개미 같은 이미지였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꾸준히 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을 것 같고요.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하고 있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이고요. 전 스코어나 시청률에 신경을 안 써요. 물론 많고, 높을수록 좋지만 그건 제 소관이라기 보단 대중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보단 같이한 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가 먼저인 것 같고요.”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