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블랙 팬서’, 심의도 안 받고 예매 시작해 ‘논란’

입력 2018-01-30 16: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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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4일 개봉하는 영화 ‘블랙 팬서’의 한 장면.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블랙 팬서’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심의도 받지 않은 채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GV에서 예매를 시작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 적정한 관람 등급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CGV가 예매를 시작하면서 할리우드 대작 앞에서 영등위의 등급 심사마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같은 시기 개봉하는 한국영화 제작진은 ‘블랙 팬서’와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이 취하는 ‘불공정한 출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월14일 개봉하는 ‘블랙 팬서’는 국내서 흥행 불패로 통하는 마블스튜디오가 내놓는 새로운 시리즈다.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관심을 높였고, 개봉에 앞서 5일 주연 배우들과 제작진의 내한도 예정돼 있다. 이에 맞춰 아시아 취재진을 상대로 마블스튜디오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도 갖는다.

‘블랙 팬서’는 30일 오후 4시 현재 등급 심의를 아직 마치지 않은 상태다. 어느 연령 이상이 볼 수 있는 영화인지, 상영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날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J CGV에서 예매가 시작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30일 오후 “현재 ‘블랙 팬서’의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며 “관람등급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의도 통과하지 않은 영화가 극장에서 예매를 시작하는 일은 국내 영화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다.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개봉 일정을 정하는 데 난항을 겪는 사례는 있었어도, 한 편의 영화가 영상물 등급 규정마저 무시한 채 예매를 강행한 적은 없다.

더욱이 ‘블랙 팬서’와 같은 날 개봉하는 강동원 주연의 ‘골든슬럼버’와 ‘흥부’는 심의를 통과했는데도 아직 예매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 설 연휴를 겨냥한 이들 영화들은 출발부터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블랙 팬서’는 2월14일은 물론 연휴인 15일과 16일 아이맥스와 4DX 상영 스케줄이 나왔다.

영화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블랙 팬서’가 아무리 기대작이라고 해도 심의를 받지 않고 예매를 시작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자본을 앞세운 한국영화 대작들도 여러 명분을 내세우면서 이런 식으로 예매를 시작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에 CGV는 “해외에서는 일상화된 마케팅 케이스”라는 입장이다.

CGV의 한 관계자는 “워낙 기대와 관심이 높은 영화라서 아이맥스와 4DX 등 특별관에 한해서 예매를 시작했다”며 “아직 등급이 나오지 않아서 18세 이상 성인만 예매가 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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