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출국’ 이범수 “무명시절 떠올라…‘소신’으로 참여”

입력 2018-11-18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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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한 코미디에서 강렬한 악역까지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을 만나온 배우 이범수. 그가 1986년 혼돈의 시대, 베를린으로 뛰어들었다. 영화 ‘출국’에서 한순간의 실수로 헤어진 가족을 되찾으려는 남자 영민을 맡아 고군분투하는 부성애를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출국’의 영민은 ‘신의 한 수’ ‘인천상륙작전’ 등에서 보여준 괴물 같은 모습과 정반대되는 캐릭터. 이는 이범수가 배우로서 ‘출국’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최근 작품들 영향으로 악역 제안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악역도 짜릿하고 재밌지만 풍부한 감성 연기도 도전하고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출국’은 세밀한 감성 연기를 보여줄 장치가 갖춰진 시나리오였어요. 저 스스로도 실험을 해보고 싶었죠. 남 주기 아까운 시나리오였어요.”

실제로 두 아이의 아버지인 이범수는 영민에 동질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자녀의 운동회를 위해 며칠 전부터 바이오리듬을 맞춘다는 이범수 또한 영민처럼 딸바보 아들바보인 평범한 아버지였다.

“남 일 같지 않더라고요. 영민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요. 가족을 어떻게든 지키고 되찾고 뭔가 해보고자 노력한 사람이잖아요. 같은 아빠로서 위로해주고 싶었죠. 그런 면에서 마음이 먹먹했어요. 다른 시나리오를 읽어도 ‘출국’(당시 가제 ‘사선에서’) 시나리오가 손에서 안 떨어지더라고요.”

이범수 본인도 자신에게 부성애를 제안한 노규엽 감독에게 의문을 제기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악역이 아닌 부성애를 이야기 하길래 나도 궁금했다. 노 감독이 30년 동안 영화를 해온 나를 분석해왔더라. 정성을 느꼈다. 내 잠재성과 기대치, 인간적인 모습을 기대했다 더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성은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와 확신으로 이어졌다. 이범수는 신인 감독, 신생 제작사와의 협업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진정성을 믿었다고 강조했다. ‘출국’의 노규엽 감독을 보며 자신의 무명시절을 떠올렸다는 이범수. 노 감독은 이범수가 ‘출국’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였다.

“꼼꼼하게 준비하는 노규엽 감독을 보면서 신뢰를 느꼈어요. 첫 미팅 때부터 ‘꼭 데뷔해야 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했죠. 물론 실험적이고 불안하고 못 미더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새롭고 신선하고 활기찰 수 있거든요. 이런 분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거거든요. 제가 힘이 될 수 있다면 주연 배우로 동참하고 싶었어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촬영 당시 돌발 변수의 연속이었는데도 잘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어요. 영화도 만듦새에 있어서 입봉작 치고 안정감과 완성도 있게 만들었고요. 또 작품을 함께하고 싶은, 좋은 감독이에요.”


앞서 제기된 ‘출국’의 화이트 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한 심경을 피력했다. 이범수는 “배우는 오직 시나리오의 설계도에 의해 마음이 움직인다”면서 “배우로서 소신껏 판단해서 참여했는데 후반 작업할 때 그런 이야기를 접했다. 이후 정정 기사가 났다고 하길래 안도했다. ‘다행이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범수에게 ‘출국’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한 번쯤은 흥행 공식을 따르기보다는 소신껏 내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1000만이 들 영화는 아니지만 해보고 싶었다. 출연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며 만족감과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분단의 도시 베를린, 서로 다른 목표를 좇는 이들 속 가족을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영화 ‘출국’은 14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D.seeD 디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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