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작품들 영향으로 악역 제안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악역도 짜릿하고 재밌지만 풍부한 감성 연기도 도전하고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출국’은 세밀한 감성 연기를 보여줄 장치가 갖춰진 시나리오였어요. 저 스스로도 실험을 해보고 싶었죠. 남 주기 아까운 시나리오였어요.”
실제로 두 아이의 아버지인 이범수는 영민에 동질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자녀의 운동회를 위해 며칠 전부터 바이오리듬을 맞춘다는 이범수 또한 영민처럼 딸바보 아들바보인 평범한 아버지였다.
“남 일 같지 않더라고요. 영민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요. 가족을 어떻게든 지키고 되찾고 뭔가 해보고자 노력한 사람이잖아요. 같은 아빠로서 위로해주고 싶었죠. 그런 면에서 마음이 먹먹했어요. 다른 시나리오를 읽어도 ‘출국’(당시 가제 ‘사선에서’) 시나리오가 손에서 안 떨어지더라고요.”
“꼼꼼하게 준비하는 노규엽 감독을 보면서 신뢰를 느꼈어요. 첫 미팅 때부터 ‘꼭 데뷔해야 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했죠. 물론 실험적이고 불안하고 못 미더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새롭고 신선하고 활기찰 수 있거든요. 이런 분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거거든요. 제가 힘이 될 수 있다면 주연 배우로 동참하고 싶었어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촬영 당시 돌발 변수의 연속이었는데도 잘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어요. 영화도 만듦새에 있어서 입봉작 치고 안정감과 완성도 있게 만들었고요. 또 작품을 함께하고 싶은, 좋은 감독이에요.”
이범수에게 ‘출국’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한 번쯤은 흥행 공식을 따르기보다는 소신껏 내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1000만이 들 영화는 아니지만 해보고 싶었다. 출연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며 만족감과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분단의 도시 베를린, 서로 다른 목표를 좇는 이들 속 가족을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영화 ‘출국’은 14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D.seeD 디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