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김정난 “여전히 좁은 여배우 문턱, 잊혀져가는 배우들 안타까워”

입력 2018-12-05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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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였던 김정난은 ‘아스팔트 내 고향’(1991)으로 TV에 데뷔했다. 이후 청춘드라마 ‘내일은 사랑’(1992~1994)에서 ‘황진선’ 역을 맡으며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연기와 음악에 관심이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학교에서도 중창단, 방송반에 들어가는 열성을 보였다. 특히 고등학교 때는 직접 중창단 ‘다솜’을 만들어 활동했다. 방송반에서는 아나운서를 했고 학교 체육대회에서는 사회를 보는 등 끼를 보였다. 이에 음악선생이었던 담임선생님은 그에게 관련 학교 활동을 시키기도 했다.

음악을 좋아했던 김정난은 오페라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집안형편이 여의치 않았을 뿐더러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노래와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결국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연기를 하기로 결심하며 가장 행복했던 날”이라고 말했다.

“저 때만 해도 연영과를 가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어요. 학과가 있는 학교도 별로 없었고 정원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경쟁률이 셌던 걸로 기억해요. 떨어져도 넣어보자는 심정으로 지원을 했는데 합격을 해서 정말 좋았어요. 워크숍을 하고 공연 준비하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이 길이 제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했죠. 새벽 4시에 일어나 머리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소극장 청소하러 가는 길이 너무 좋았어요. 이걸 죽을 때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로 길을 걷기 시작한 뒤 ‘왕과 비’, ‘불꽃’, TV소설 인생화보, ‘요조숙녀’, ‘나는 이혼하지 않았다’, ‘아가씨와 아줌마’, ‘금쪽같은 내 새끼’. ‘있을 때 잘해’, ‘인어이야기’, ‘키드갱’, ‘개와 늑대의 시간’, ‘너는 내 운명’, ‘인연 만들기’, ‘구미호 : 여우누이단’ 등 수많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러던 중 ‘신사의 품격’에서 ‘청담마녀’ 박민숙 역을 맡으며 ‘걸크러쉬’의 원조가 됐고 이후 ‘각시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가족끼리 왜 이래’, ‘그래, 그런거야’, ‘완벽한 아내’ 등으로 다양하게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라 시작했지만 가는 길은 녹록치 않았다. 김정난은 과거 한 토크쇼에서도 “연출가와 배우가 평등한 위치에서 같이 나갔어야 했는데 당시 연출가들의 권위주의가 팽배해 연기자로서 힘든 시절이 있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이야기를 꺼내니 그는 웃으며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겪었어야 할 과정이었다. 당시에는 힘들어서 배우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잠시 쉬기도 했었다”라고 말했다.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다 방황하고 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연기자로서 자리매김을 할 때까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파란만장한 과정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연기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면 그 어려움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사람이 나한테 좋은 일만 하겠어요. 그럼에도 배우는 항상 무대 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그리 쉽게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요.”



어느 덧 연기를 시작한지도 30년이 가까워졌다. 틈틈이 공연을 보러 대학로를 다니고 국내 드라마 뿐 아니라 해외 드라마를 챙겨보며 배울 점들을 눈여겨본다. 김정난은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 자극이 된다. 그러면서 ‘나라면 어떻게 연기할까’라며 대입을 시켜보기도 한다”라며 “최근에 미국판 ‘굿 닥터’를 보고 있는데 해외 드라마 시장이 한국 드라마를 가지고 오는 것을 보며 시장이 발전했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배우에게 여전히 좁은 문인 국내 시장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드라마를 보면 정말 성별이나 인종,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는 환경이 보여요. 많은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국내에는 여전히 여배우가 할 역할 수가 적기 때문에 연기를 할 여건이 안 돼요. 제가 아는 정말 좋은 배우들도 역할이 없어서 쉬는 모습을 보거든요. 정말 제작자들이 여러 시선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SKY캐슬’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연기에 열정이 있고 보여줄 것이 많은 좋은 배우들이 많은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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