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윤유선 “6살 때부터 시작한 연기, 계속 배우로 살고 싶다”

입력 2019-01-16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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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윤유선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그는 아역배우 출신이다. 6살 때 영화 ‘만나야 할 사람’(1974)을 시작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이모의 손에 이끌려갔던 촬영장이 꽤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는 “동네에서만 놀다가 시골이나 산으로 가니 어린 마음에 즐거워했던 것 같다. 아버지와 할머니가 이모에게 ‘그만 시켜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내가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배우가 되겠다는 각오는 아니었다.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쓸 때는 ‘판사’라고 적어서 내기도 했다. 윤유선은 갑자기 웃으며 “잊고 있었다. 그런데 학급회의를 할 때 옳고 그른 것을 잘 나누는 아이였다. 내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으면 ‘왜 그러냐’고 따지기도 했다”라며 “어른이 되면서 옳고 그름을 주관적으로 판단하는게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 성격이 남았는지 주변 배우 분들이 ‘윤다르크’라고 하실 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영화 ‘날으는 일지매’(1978), ‘빨주노초파남보’(1980), ‘청실홍실’(1977), ‘오뚝이분대’(1979), ‘호랑이선생님’(1981), ‘여인열전-장희빈’(1982)등에서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해왔기에 지금 아역배우로 활동하는 아이들이 더 눈길이 간다고. 그는 “시대가 달라져서 연기방식이 달라진 것도 있겠지만 요즘 아역배우들은 정말 연기를 잘한다”라고 말했다.

“저는 어렸을 때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누나’(2016)에서 김유정이 제 딸로 나왔는데 대본 분석을 너무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유정아, 넌 참 잘 한다’라고 말해준 적도 있고 훌륭한 배우가 됐으면 했는데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보기 좋아요. 그리고 ‘자이언트’(2010)에서 만났던 여진구나 김수현도 참 잘했어요.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멋지더라고요”


윤유선은 성인연기자가 돼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드라마 ‘사랑밖에 난 몰라’(1998), 토지(2004~2005) 궁(2006), 굿바이 솔로(2006), 선덕여왕(2009), 자이언트(2010),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2012), 장옥정, 사랑에 살다(2013), 굿 닥터(2013), 쇼핑왕 루이(2016), 구해줘(2017), 부잣집 아들(2018) 등 굵직한 연기로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또 영화 두 여자 이야기(1994), 정(2000), 무방비도시(2008), 또 하나의 약속(2014)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가 남긴 수십 편의 드라마, 영화를 보면 모두 색다른 장르와 역할이다. 심지어 과거 MBC ‘복면가왕’에 출연한 적도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윤유선은 도전하는 것을 즐겨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아이들과 스키 타는 것도 좋아한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고 노래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터라 부르는 것을 여전히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20대 때 일하며 못하거나 30대에 아이들을 키우며 못했던 일들을 지금 하고 있어요. 특별한 일탈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창 새로운 경험을 할 나이에 전 연기를 해서 지금이라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계속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요. 비슷한 역을 하면 안정적으로 보일 진 모르겠지만 긴장이 풀어질 수도 있거든요. 부족해도 계속 부딪히고 도전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살아온 인생 대부분을 연기자로 살아왔던 윤유선은 성취감도 있었지만 어려움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살다보면 누구나 딜레마를 겪지 않나. 나는 사회생활을 너무 어렸을 때 해서 다른 사람보다 좀 빨리 찾아온 것 같다. 20대 초반이 됐을 때 이 일이 재미있지 않더라. 그때 막 연기를 시작한 또래 연기자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열정이 넘치게 일하고 있을 때, 나는 오히려 작품 욕심이 없어졌었다”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들어오는 역할이나 작품이 재미없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늘 해왔던 것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나봐요. 그러다가 영화 ‘두 여자 이야기’를 만났어요. 김서라, 정동환 선배와 함께 했었는데 그 영화를 촬영하면서 ‘배우’가 제게 굉장히 중요한 직업이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사랑밖에 난 몰라’를 하면서 만났던 윤여정, 김영옥 선생님 등 제 롤모델을 만나면서 연기 인생이 싹 변한 것 같아요. 선생님들의 성품이나 연기 자체가 저를 배우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할까요? 그 드라마를 하고 나서는 연기 하는 것에 후회가 없고 즐기며 하고 있어요. 오히려 지금은 성취감을 느끼며 연기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윤유선의 목표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는 “어떤 선배님께서 ‘좋은 배우는 인생을 잘 살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배우는 사람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지 않나. 어떤 역할을 맡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다 보면 내 스스로가 좋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소모’보다는 ‘공감’을 생각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무작정 착한 작품이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제가 만난 작품들은 모두 좋은 작품이기도 했지만 장르가 어떻든 보는 사람들에게 선하고 좋은 기운을 드리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스토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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