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돈’ 류준열 “‘돈의 맛’보다는 ‘영화의 맛’을 더 느꼈다”
“포스터에 제 얼굴만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인가요? 제가 그런 것에 굉장히 무뎌서 잘 몰라요. 와, 그렇구나. 갑자기 울컥하네요. 감격적이에요. 극장에 가면 ‘돈’ 포스터 꼭 찍어야겠어요.”
영화 ‘소셜포비아’(2014)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당시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 반쪽이 나온 것에 대한 감동으로 사진을 찍어뒀다고 말한 배우 류준열은 이제 포스터 전체를 채우는 연기자가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의 전작들의 포스터를 떠올리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돈’에서 류준열은 부자가 되고 싶었던 신입 주식 브로커였다가 감춰져 있던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를 만나며 거액의 돈을 만지게 되면서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조일현’ 역을 맡았다.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야 했던 류준열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점점 더 해내야 하는 분량의 많아짐과 관객들의 기대감에 대한 책임감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을지 물어봤지만 그 보다는 영화를 만드는 맛을 더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의 부담감과 책임감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영화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던 것 같아요. 마치 학생시절에 서로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해서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돈’을 촬영하면서 ‘영화의 맛’을 제대로 느꼈어요. 지금까지는 잘 해내야한다는 마음의 조급함이 있었다면 ‘돈’은 반대였던 것 같아요. 한 선배님이 ‘나는 영화 촬영이 끝나고 한 잔 하는 술이 참 좋더라’고 하셨는데 그 느낌이 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왜 배우들이 이 직업을 20~30년씩 하는지, 그 감정을 조금씩 느끼는 것 같아요.”
극 중에서 조일현은 단지 남들처럼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점점 더 ‘돈’에 대한 욕망이 커져간다. 실제로 류준열은 이 인물을 준비하고 촬영에 임하면서 자신의 얼굴이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며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다”라고 말했다.
“준비할 때부터 점점 표정이나 눈빛이 자연스럽게 변해가길 바랐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일 때 얼굴과 그 이후의 얼굴에 중점을 둬야겠단 생각을 했죠. 그래서 표정과 눈빛으로 연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마우스 클릭을 하는 순간에도 감정을 엄청 넣었습니다.(웃음) 그런데 너무 신기했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영화 촬영이 거의 끝나갈 때쯤 신입사원이었던 제 모습을 재촬영해야 했는데 도저히 그 때의 얼굴로 돌아가지 않더라고요. 아무리 찍어도 돈에 사로잡힌 조일현의 모습이 나왔어요. 그래서 최종 편집본에는 그 장면이 안 들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해요.”
류준열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소액으로 주식투자도 해봤다. 그는 “주식 브로커역이다보니 흐름을 파악하려고 해 본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손해는 보지 않았나”라고 농담으로 묻자 그는 “노코멘트 하겠다. 표정으로 대신하겠다”라며 슬픈 얼굴을 내비쳤다. 이번 영화로 ‘돈’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까. 류준열은 “달라졌다는 표현보다 돈에 대한 생각이 분명해지긴 했다”라고 말했다.
“‘돈에 목숨 걸면 안 된다’는 말이 있지만 사회 분위기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럼에도 돈에 목메어 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식을 해보면서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돈, 그거 되게 우스운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분들은 말 그대로 ‘돈’을 갖고 일하시는 분들이잖아요. 매일 그래프와 수치를 보고 돈이 갑자기 많이 들어왔다가 또 한 번에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시니 굉장히 허탈하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도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일한 만큼, 노력한 만큼 버는 돈이 제일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보다는 작품의 욕심이 더 많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좀비’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좀비 역할 말고 도망가는 역을 하고 싶다”라며 “최근에 넷플릭스 ‘킹덤’이나 좀비 관련된 영화와 드라마는 거의 다 봤을 정도로 좀비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감독 조지 로메로)를 가장 좋아해요. 좀비 영화의 교과서죠. 문을 열면 안 되는데 문을 여는 사람이 있고 구하면 안 되는 사람을 구하다가 큰일을 당하는 등 지금 나오는 좀비 콘텐츠의 공식을 다 갖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전 좀비 영화를 보며 가장 고민을 많이 해요. 인간의 정, 지켜야 하는 정의, 가족에 대한 사랑 등 인간으로서 고민해야 하는 것을 오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적이지 않지만 정말 현실 같은 생각을 안겨주는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돈의 맛’보다는 ‘영화의 맛’을 더 느껴보고 싶다는 그에게 그래도 ‘입금’이 되면 의욕이 생기지 않겠냐는 웃으며 물었더니 “열심히 하는 대로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저 역시 인간인지라 ‘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 너무 얽매이기 시작하면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소의 노력은 ‘돈’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겐 촬영에 집중하며 행복하게 작업하는 것이 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가 다 다르고 원하는 것도, 욕심도 다 다르잖아요. 그것을 하는 데 있어서 돈이 모든 것을 이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행복과 만족은 각자의 기준과 생각으로 정해지는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주)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