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스럽지만 들으면 여전히 마음 한 켠이 울컥해지는 우리 소리, 우리 정서를 그대로 담은 영화 ‘소리꾼’이 베일을 드러냈다.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소리꾼’ 언론시사회에는 조정래 감독을 비롯해 이봉근, 이유리, 김동완, 박철민이 참석했다.
영화 ‘소리꾼’은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기 위해 남편 ‘학규’(이봉근)와 그의 딸 ‘청’(김하연), 그리고 장단잽이 ‘대봉’(박철민), ‘몰락 양반’(김동완)이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며 백성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로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 영화이다.
4년 만에 신작을 들고 온 조정래 감독은 “1993년도에 ‘서편제’를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 이 영화를 보고 영화도 만들고 소리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오래된 염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1998년에 쓴 단편 시나리오에서 이 영화가 탄생했다. 이 자리를 빌려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를 통해 조정래 감독은 전통 음악에 대한 극대화된 효과보다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주는 서사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조정래 감독은 “학규와 간난이, 청이 세 가족과 길 위에서 만난 이들까지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주는 서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봉근이 명창이지만 촬영 전부터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목소리를 내달라 부탁했다. 영화를 보며 ‘우리 소리가 좋구나’보다 ‘가족에게 전화 한 통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본 배우들의 소감도 남달랐다. 이봉근은 “판소리의 맛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고 즐거움이 있었다. 또한 배우 이봉근으로서 부족함이 느껴지면서 많은 고생과 땀이 들어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관람을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유리는 “보시는 분마다 관점이 달라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판소리를 하다가 비평을 받아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고 감독님께 들었다. 우리 민족은 소소한 행복조차 누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김동완은 “이봉근의 모든 인생이 담겨 있는 영화 같다. 블록버스터 영화였다는 걸 깨달았다. ‘연가시’ 이후 또 다른 블록버스터. 큰 기대를 하고 오셔도 만족을 하시지 않을까”라며 “이번 영화에 참여하게 돼서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박철민은 “인당수 장면을 찍고 편집된 장면을 보며 많이 울었다. 심봉사 장면에서 장단을 맞추면서 눈물을 좀 흘렸다”라며 “관객 여러분들이 지금과 같이 감동 받으시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소리가 옛스럽거나 편견이 있지 않는 반면에 수백년동안 사랑을 받지 않았나. ‘소리꾼’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볼거리는 유명 소리꾼 이봉근의 발견이다. 이날 조정래 감독은 유명 배우가 아닌 소리꾼 이봉근을 주인공을 삼은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를 쓰면서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인공은 소리꾼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디션을 하는 과정에서 선배님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 있기도 했다”라며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연기를 하시며 충분히 소리도 내실 수 있으니 다른 방안도 고려해보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도 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소리 자체라고 생각이 들었다”라고 하며 소리꾼으로 주인공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조정래 감독은 이봉근을 보며 “오디션을 했을 때 명창부터 연기를 하시면서 소리하는 분들도 있으시더라. 이봉근 역시 소리를 잘 했지만 뭔가 긴장하며 떠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역할 속 학규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동완 역시 “이 영화는 이봉근의 인생영화”라고 극찬하며 “26년 동안 무대에 쌓아온 것들을 영화에 담아냈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았지만 영화에서 소리를 내는 것은 이봉근도 처음. 그는 “평소 무대 위에서 하는 공연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 촬영을 하면서 진짜 판소리를 했을 수많은 선배들의 모습들을 짐작만 하게 되다가 진짜 판소리가 갖고 있는 힘을 촬영장에서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소리가 이토록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있었다는 것을 체득하게 됐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리를 할 때 그 시절의 사람으로 돌아갔던 것 같다.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현장에 계신 분들이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덕분에 소리 한 판을 제대로 했다”라고 말했다.
또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하게 된 이유리와 김동완도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김동완은 “사극 영화를 정말 해보고 싶었다. 이에 연기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을 보고 부족함을 느꼈지만 이봉근의 소리가 모든 것을 잊혀지게 했다”라며 “다시 한 번 이 영화에 참여하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유리는 “내가 했던 장르와 너무 달랐지만 이런 역할을 하게 해주셔서 내 또 다른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아 감사했다. 사극이 대한 애정이 남달라 튈까봐 걱정이 됐다”라며 “망가지는 것을 또 좋아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박철민은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박철민은 “촬영할 때 이봉근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스러운 추임새가 나왔다. 격한 감정이 느껴져 조금 오버스러운 추임새도 나온 것 같았는데 이건 다 이봉근 탓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김동완에 대해 “아이돌 출신인데 막내라고 막내 역할을 참 잘했다. 같이 식사를 하면 선배들이 뭐가 부족한 게 없는지 살피며 늘 먼저 챙겨주더라”고 말했다.
김동완은 선배 박철민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동완은 “정말 연극 준비하듯이 연기 연습을 했다. 그 연습 횟수가 많아지면서 장면이 좋아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날은 술도 먹으며, 실제 마당놀이 하듯이, 전국팔도를 유랑하며 다니는 것 같이 늘 즐거운 에피소드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철민은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많이 지치신 일상들을 우리 소리로 위로 받을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완이가 ‘형, 나 신화야. 20~30만 명은 자신있다고 했다. 제발 사실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김동완은 “술에 취해 한 소리를 기억하신 거다. 아무튼 많은 이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유리는 “나 역시 판소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관심이 없었는데 ‘우리 소리’라는 것이 크게 와닿은 것 같다. 한 번쯤 아이들과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이런 정서로 살았음을 느끼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정래 감독은 “모두가 다 힘든 시기라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영화가 나오기까지 힘써주신 보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영화로 전 국민이 행복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음악영화 ‘소리꾼’은 7월 1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