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동원 “남들 눈엔 냉정해 보여도, 가슴만큼은 뜨거워요”

입력 2020-07-1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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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강동원은 “앞으로 연기에 올인하겠다”고 했다. ‘반도’ 이후 더욱 다양한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NEW

■ 좀비 블록버스터 ‘반도’로 돌아온 강동원

상상했던 시나리오 그대로의 완성
여성·아이들이 극 이끄는 게 매력
‘어둠의 세상’ 오면 인간성 지킬 것
냉정해도 가슴은 뜨거운 남자예요
얼마 전 열린 영화 ‘반도’ 시사회에서 주연배우 강동원(39)은 뜻밖의 ‘발언’을 들었다. “강동원 선배님, 옛날에 ‘핫’했다고 하던데”라는 10살 아역 이예원의 말이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마구 터지는 자리에서 순식간에 ‘과거 스타’로 지목당한 강동원도, 자리를 함께한 이정현 등 배우들도 초등학생 연기자의 유쾌함에 폭소를 터트렸다.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촬영장에서 아역들과 친구처럼 지냈다”고 애써 강조하며 웃었다. “10살 조카와도 친구같이 ‘삼촌 뭐해!’ 안부를 나눈다”며 “조카가 8살 때 ‘해리포터’를 좋아하기에 ‘삼촌도 해리포터 같은 영화 찍었다’고 ‘전우치’를 보여줬더니 눈길도 안 주더라”며 다시 웃었다.

자신감은 여전했지만 여유와 웃음이 확실히 늘었다. ‘꽃미남’이란 단어를 세상에 내놓은 주인공이지만, 최근 외모 변화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꺼내놓는다. “거울을 보면 얼굴이 점점 ‘성인 남자’처럼 돼 간다”는 그는 “예전엔 책임지는 게 싫어 어른이 된다는 걸 피해왔는데, 이젠 거부할 수 없는 어른 남자가 됐다”고 말했다.

가볍게 던지는 말 같지만 숨은 의미도 있다. 영화에 임하는 자세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배우로서 변화도 “회피하지 않고 책임지겠다”는 다짐의 에두른 표현이다. 때문에 15일 개봉한 ‘반도’(제작 영화사 레드피터)는 ‘부산행’의 후속편이라는 기대만큼 새로운 강동원을 만나는 기회이기도 하다.

15일 개봉한 ‘반도’의 한 장면. 주인공 정석 역의 강동원은 풀 한포기 자릴 수 없는 폐허의 땅에서 진화한 좀비 떼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 사진제공|NEW


“여성·아이들 중심 영화”
‘반도’는 사람들이 서로를 물고 뜯으면서 좀비가 되는 아비규환을 그린 2016년 ‘부산행’으로부터 4년이 지난 뒤 이야기다. 폐허가 된 땅에는 진화한 좀비떼, 악마처럼 변한 잔혹한 군인들, 인간성을 잃지 않고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강동원은 좀비를 피해 홍콩으로 탈출했다 다시 반도로 들어선 주인공 정석 역이다. 참혹한 폐허에서 정석은 민정(이정현)과 그의 두 딸(이레·이예원)을 만나 탈출을 꿈꾼다.

‘반도’ 출연 제안에 강동원의 머리를 스친 생각은 처음 “나한테, 왜?”였다. 1000만 흥행작 ‘부산행’ 주역들이 다시 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과 성공작의 후속편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수락한 데는 이유가 있다.

“연출자 연상호 감독님의 비전이 든든했어요. 이야기의 지향이 ‘부산행’과 달랐죠.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가 살던 세상이 멸망한다,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그에 대한 질문을, 일보 전진한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만화를 많이 봐서인지, 시나리오 읽을 때부터 비주얼을 상상해 읽는데 ‘반도’는 제가 상상한 그대로 완성됐습니다.”

단 하나, 도저히 머리에서 그려지지 않은 장면이 있었다. 정석 일행과 좀비떼, 인간성을 상실해 ‘살아있는 좀비’로 묘사되는 631부대원들이 뒤엉켜 벌이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다. “시나리오에 ‘좀비 무리가 달리는 자동차에서 떨어진다’ 같은 지문이 있는데, 과연 가능할까 싶었어요. 그런데 되더라고요. 3D 애니메이션으로 모든 장면을 만든 뒤 한 장씩 보면서 연기했어요. 배경이 없는 상태에서 상상으로 연기하는 상황에 워낙 익숙하니까요.”

주연배우가 작품을 지지하는 건 당연하지만 강동원은 ‘반도’에 꽤 만족하는 눈치다. 대재앙 이후의 암담한 세상을 구현한 ‘반도’의 세계에 빠졌다.

“무엇보다 여성 캐릭터와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아이들은 영화에서 주로 어른을 변화시키는 도구로 활용되잖아요. ‘반도’처럼 주도적인 영화가 있었나요? 저는 떠오르지 않아요.”

강동원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영화가 늘어나는 상황도 “바람직한 방향, 긍정적 현상”이라며 “어릴 때부터 이런 부분에선 어머니께 철저히 교육받았다”고 덧붙였다.

배우 강동원. 사진제공|NEW


“대재앙 닥치면? 인간성 지킬 자신!”
‘반도’는 좀비를 내세운 오락영화이지만,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어둠의 세상이 닥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도 던진다. ‘인간성 상실’에 대한 고민은 강동원도 피할 수 없다. 그는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면 비록 내가 죽을지언정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영화에서처럼 하루아침에 대재앙을 마주한다면, 강동원은 어떻게 살아갈까. 답을 내놓기까지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마음 맞는 사람들을 모아 (극중 악당인)631부대에 맞설 거예요. 나서는 걸 싫어하지만 답답한 것도 못 참거든요. 사람들 눈엔 제가 냉정해 보일 수 있어요. 워낙 실용적인 걸 추구하니까.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저는 머리는 차가워도 가슴은 뜨거운 사람이에요.(웃음)”

강동원이 주연영화를 내놓는 건 2년 만이다. 매년 영화 한두 편씩 공개했던 적극적인 활동이 2년간 멈췄다. 그 사이 오랫동안 바랐던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대신 ‘반도’가 185개국에 판매돼 이달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를 넘어 향후 북미지역에서도 개봉하면서 더 넓은 무대로 향하게 됐다.

이참에 대중과 만나는 기회도 더 늘릴 생각이다. 한때 영화 기획에 몰두하면서 SF부터 사회고발 드라마 등 시놉시스를 쓰기도 했던 그는 “지금 그런 생각은 모두 아이클라우드에 넣어두고 문을 닫았다”면서 “연기에만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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