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연출이 말했다 “그냥 유관순은 배다해니까요”

입력 2020-09-09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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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간 고민 끝에 생애 첫 연극 출연 결심
뮤지컬에서의 ‘공주 배다해’는 잠시 잊으세요
유튜브요? 제 무대에 갈증 느끼시는 분들을 위한 보답

- ‘노래하지 않는 배다해’의 무대는 어쩐지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연극 연기 도전이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요.

“사실 반년이란 시간을 고민한 작품입니다. 우선 콘텐츠만 놓고 봤을 땐 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지만, 감히 제가 순국열사를 연기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싶어 고사했는데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안정적인 정도만 바라는 것에서 벗어나 한계를 넘어 보고 싶었어요. 연기를 하는 뮤지컬 배우로서 배다해의 모습에 더 깊이를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 한계를 넘어보고 싶다는 말씀이 특히 와 닿는군요. 배다해 배우가 본 유관순은 어떤 인물일까요. 우리가 교과서, 위인전에서 접한 유관순과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6개월간 러브콜을 보내주신 연출님께 진지하게 ‘과연 저인 이유가 있을까요’하고 여쭸거든요. 그랬더니 ‘그냥 유관순은 배다해입니다’라고 하시더라구요.
대본을 보고, 리딩을 하고, 연습을 시작하면서 유관순 열사의 마음을 전부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감히 ‘저와 많이 닮아있다’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나라를 위해 일을 하진 않지만 동물복지를 위해 18년간 소리 높여 온 것들,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와 어린이들을 위해 해오는 일들도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 아무래도 뮤지컬에서 보는 공주 같은 모습보다는, 조금은 더 강단있고 정의로운 배다해를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돼요.”

- 조금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연극연습을 하면서 즐겁고 흥미로운 점, 힘든 점은 어떤 것일까요.

“연습은 짧게 하고 코로나로 잠시 멈춰있는 상태여서요.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연극은 처음부터 배우와 연출이 모든 것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과 감정라인이 크게 잡히지 않아도 100퍼센트 몰입해서 시도해 보는 것들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엄청 흥분되고 흥미로운 작업이었어요.”


키워드3) 코로나

-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가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맞고 있습니다. 배우들에게도 너무나 힘든 시기일 텐데요. 배다해 배우가 열심히 준비했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도 결국 개막하지 못했던 것으로 압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가요.

“그냥 모든 걸 받아들였어요. 좌절하고 아쉬워하고 있을 시간이 없더라구요. 저나 공연문화 예술 쪽에 계신 분들은 평생을 이 일만 해왔고, 할 줄 아는 일이 무대에 서는 일 밖엔 없는데 이 모든 것들을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감정에만 치우쳐 있을 시간이 없더라구요. 언제나 무대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 외의 시간을 버틸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 하루빨리 코로나가 사라지고 공연계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게 되길 간절히 염원합니다.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공연계가 변화해야 한다는 시선도 많은데요. 혹시 “공연계가 이렇게 가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으신지요.



“공연은 라이브로 보았을 때의 희열 때문에 많은 분들이 비싼 티켓값을 내고도 보러 와 주시는 건데, 과연 미디어로 대체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화될 경우에는 그 형태가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방법적인 것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직 저도 없지만요.”


키워드4) 유튜버 배다해


- 요즘 유튜버로서의 활동도 화제입니다. 배다해 배우의 독특한 매력이 발산되는 VLOG도 눈길을 끕니다. ‘오페라의 유령’의 명넘버인 ‘Think of me’ 영상은 36만 회나 기록했더군요. 유튜브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뮤지컬을 잠시 쉬다 보니 저의 무대에 목말라 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방송을 통해 노출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뮤지컬까지 쉬게 되니 갈증을 느껴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분들께 어떻게든 소통으로 보답을 하고 싶었어요. (유튜브는) 돈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 그동안 기다려주시고 사랑해주신 것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보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을 하게 됐네요.”


- 유튜브 콘텐츠는 어떻게 제작하시나요. 기획부터 촬영, 편집, 업로드 등의 과정을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제가 사실 앨범제작을 여러 번 시도하다가 멈추게 되었는데요. 음원이 없어 접하시기 힘들고, 오래된 라이브 영상 중에서 가장 조회수가 많고 듣고 싶어 하시는 곡을 골라서 라이브로 녹음을 하면서 영상촬영을 해요. 사실 음원으로 유통해서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을 대신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라이브를 이만큼이나 잘해’라는 마음으로 보여드리는 영상이 아니라 그동안 기다려주신 분들께 음원을 제작해 발매하지 못하는 게 죄송스러워 최대한 할 수 있는 선에서 좋은 퀄리티로 작위적이지 않게 만들어 보고 있어요. 영상 편집은 제가 하고 있는데 적성에 잘 맞아서 재미도 있어요. 굉장히 힘들지만. 하하!”

- 앞으로 ‘유튜버 배다해’로서 어떤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실 건가요.

“제가 콘서트나 공연, 음원, 방송으로 자주 만날 수 없는 아티스트인지라 10년 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개인채널을 통해서 좀 더 폭넓게 소통해 보려고 계획 중이에요.”


키워드5) 반려인 배다해


- 배다해 배우에게는 늘 ‘반려인’, ‘냥이집사’, ‘동물사랑’이란 키워드가 따라다닙니다. 지금도 세 마리의 고양이(아르, 준팔, 나타샤)와 동거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요즘 반려동물 가족 1000만 시대라고 하더라고요. 냥이 집사로서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고양이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과 함께 한다는 일은 결국 ‘내가 가다듬어지는 것’이더라구요. 사람의 보호와 다스림이 필요한 작은 생명이다 보니 사랑스럽고 소중한 것은 당연하구요. 그 외에는 생명을 책임지고 보살피는 사람으로서 ‘아, 내가 생명을 보살피고 있구나’하며 성장하고 있는 제 모습에 뿌듯하고 만족스러워지기도 하는 매력? 하하! 너무 동문서답이지만 저는 이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그런 만큼 유기되거나 학대를 당하는 동물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 것 같아요. 인식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과적으로 아무나 생명을 키울 수 없게 하는 법 그리고 돈을 주고 쉽게 생명을 사고팔지 못하는 법, 동물보호를 위한 법들이 강화되는 수밖에는 아무런 해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키워드6) 못 다한 말

- 이제 인터뷰를 마쳐야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올해 계획과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릴 게요.

“올해 계획은 우선 연극 ‘유관순 9월의 노래’를 잘 마치는 것과 앞으로 끊이지 않고 다시 하고 싶은 뮤지컬을 계속 도전하는 것 그리고 온라인 교육 쪽과 유튜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빠른 시일 내에 온라인으로도 더 많이, 더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사진제공 | 배다해, EMK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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