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기존에 없던 캐릭터를 연기하길 원하면서도 이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캐릭터의 너무나 강렬한 개성으로 인해 대중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염려의 끝엔 매일 비슷한 역만 한다는 날 선 비판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최수영이 이런 비판을 받을 일은 한동안 없을 것 이다. JTBC 드라마 ‘런 온’ 속 서단아 역은 분명 기존의 국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재벌녀 캐릭터였다. 심지어 영화 역의 강태오와 써내려간 로맨스 그 어디에도 전형성은 없었다. 도전의 결실은 분명 값졌다.
“제가 사실은 겁이 많아서 단아를 연기하는데 조금 겁이 나는 지점이 많았어요. 누구나 자신의 캐릭터가 많은 호감을 얻고 사랑을 받아야 연기하기 편한데. 서단아는 자칫 극 초반에 무례해 보일 수 있는 지점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요즘 시대에 볼 수 있는 신여성 캐릭터 같은 참신한 지점이 있었고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당당하게 연기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최수영이 연기한 서단아는 ‘런 온’이 왜 다른 작품과 차별화 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이었다. 강태오와의 로맨스 서사에서도 ‘남녀가 뒤바뀐 것 같다’는 몇몇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단아의 대사들이 기존 드라마들의 클리셰를 바꾼 것이라곤 생각 못했어요, 서단아니까 이런 말도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남녀가 바뀐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그렇게 느끼는 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제가 느낀 단아는 강자에게 강하고 심지가 굳은 인물이었어요. 굉장히 매력적인 친구였죠.”
그러나 정말 친해지고 싶은 친구일수록 다가가기 어렵듯 최수영에게 서단아는 결코 쉬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11부 엔딩에서 서단아가 영화에게 갑의 위치에서 명령하며 애정을 확인하는 장면만 봐도 최수영이 꽤나 골치가 썩었을 것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11부 엔딩에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여자의 행동이라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도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과한 힘이 들어가는 편이라 그 신을 애써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애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나중에 보니 제가 거기서 멋있어 보이려고 했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 했더라고요.”
이처럼 최수영은 ‘런 온’에서 서단아만의 로맨스 서사를 착실하게 쌓았다. 여배우로서 서단아 스타일 뿐 만 아니라 서단아표 로맨스를 기억에 남게 한 것만으로 최수영은 분명 앞날이 기대되는 배우다.
“11부 엔딩 장면은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돌아이 짓이었죠. 그 때 (강)태오가 속사포처럼 뱉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 대사를 하면서 눈물이 나는 감정을 어려워했었어요. 막상 맞춰보고 나니까 황당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제가 어느 순간 ‘어떻게 하면 태오를 울릴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게 됐어요. ‘더 무례하게, 더 세게. 더 환장하게 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태오를 긁었는데 그런 단아의 갑질을 잘 받아줘서 만든 장면이에요.”
이 에피소드를 비롯해 최수영이 증언한 ‘런 온’ 촬영장은 그의 아이디어가 마음껏 펼쳐질 수 있던 공간이었다. 환경 보호에 대한 의식이 강한 서단아가 운동화만 고집하는 것 외에 늘 텀블러를 소지했던 것 등등 서단아의 행보 곳곳에 최수영의 아이디어가 묻어있다.
“또래 배우들과 함께 하는 촬영장이라도 어떤 곳은 연기할 때 주춤하게 되기도 하고, 선배들과 함께 해도 편한 곳이 있어요. ‘런 온’에서 만난 친구들 자체가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제가 저의 아이디어를 스스럼없이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은 또래지만 선배 배우들을 대하듯 하면서 제가 배운 점도 많았고요.”
이제 ‘런 온’이 완주를 마친 지금 최수영은 단순히 필모그래피 한 줄을 채워 넣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 최수영으로서 ‘런 온’에게 받은 위로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느낀 회의감 같은 것이 있어요. 저 최수영의 노력을 잘 봐주지 않는 것 같은. 일을 하면서 부딪쳤던 사람들에게서 느낀 회의감 같은 거요. 그래서 저는 저 스스로를 지킨답시고 마음의 문도 닫아보고 마음을 열어도 될 것 같은 사람에게도 여는 척만 했던 시기에 만난 작품이 ‘런 온’이에요. 앞으로 다른 작품을 하게 되더라도 ‘런 온’에서 느낀 감동을 떠올리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메이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지음
그러나 최수영이 이런 비판을 받을 일은 한동안 없을 것 이다. JTBC 드라마 ‘런 온’ 속 서단아 역은 분명 기존의 국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재벌녀 캐릭터였다. 심지어 영화 역의 강태오와 써내려간 로맨스 그 어디에도 전형성은 없었다. 도전의 결실은 분명 값졌다.
“제가 사실은 겁이 많아서 단아를 연기하는데 조금 겁이 나는 지점이 많았어요. 누구나 자신의 캐릭터가 많은 호감을 얻고 사랑을 받아야 연기하기 편한데. 서단아는 자칫 극 초반에 무례해 보일 수 있는 지점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요즘 시대에 볼 수 있는 신여성 캐릭터 같은 참신한 지점이 있었고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당당하게 연기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최수영이 연기한 서단아는 ‘런 온’이 왜 다른 작품과 차별화 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이었다. 강태오와의 로맨스 서사에서도 ‘남녀가 뒤바뀐 것 같다’는 몇몇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단아의 대사들이 기존 드라마들의 클리셰를 바꾼 것이라곤 생각 못했어요, 서단아니까 이런 말도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남녀가 바뀐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그렇게 느끼는 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제가 느낀 단아는 강자에게 강하고 심지가 굳은 인물이었어요. 굉장히 매력적인 친구였죠.”
그러나 정말 친해지고 싶은 친구일수록 다가가기 어렵듯 최수영에게 서단아는 결코 쉬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11부 엔딩에서 서단아가 영화에게 갑의 위치에서 명령하며 애정을 확인하는 장면만 봐도 최수영이 꽤나 골치가 썩었을 것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11부 엔딩에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여자의 행동이라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도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과한 힘이 들어가는 편이라 그 신을 애써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애쓰지 않으려고 했어요. 나중에 보니 제가 거기서 멋있어 보이려고 했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 했더라고요.”
이처럼 최수영은 ‘런 온’에서 서단아만의 로맨스 서사를 착실하게 쌓았다. 여배우로서 서단아 스타일 뿐 만 아니라 서단아표 로맨스를 기억에 남게 한 것만으로 최수영은 분명 앞날이 기대되는 배우다.
“11부 엔딩 장면은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돌아이 짓이었죠. 그 때 (강)태오가 속사포처럼 뱉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 대사를 하면서 눈물이 나는 감정을 어려워했었어요. 막상 맞춰보고 나니까 황당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제가 어느 순간 ‘어떻게 하면 태오를 울릴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게 됐어요. ‘더 무례하게, 더 세게. 더 환장하게 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태오를 긁었는데 그런 단아의 갑질을 잘 받아줘서 만든 장면이에요.”
이 에피소드를 비롯해 최수영이 증언한 ‘런 온’ 촬영장은 그의 아이디어가 마음껏 펼쳐질 수 있던 공간이었다. 환경 보호에 대한 의식이 강한 서단아가 운동화만 고집하는 것 외에 늘 텀블러를 소지했던 것 등등 서단아의 행보 곳곳에 최수영의 아이디어가 묻어있다.
“또래 배우들과 함께 하는 촬영장이라도 어떤 곳은 연기할 때 주춤하게 되기도 하고, 선배들과 함께 해도 편한 곳이 있어요. ‘런 온’에서 만난 친구들 자체가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제가 저의 아이디어를 스스럼없이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은 또래지만 선배 배우들을 대하듯 하면서 제가 배운 점도 많았고요.”
이제 ‘런 온’이 완주를 마친 지금 최수영은 단순히 필모그래피 한 줄을 채워 넣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 최수영으로서 ‘런 온’에게 받은 위로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느낀 회의감 같은 것이 있어요. 저 최수영의 노력을 잘 봐주지 않는 것 같은. 일을 하면서 부딪쳤던 사람들에게서 느낀 회의감 같은 거요. 그래서 저는 저 스스로를 지킨답시고 마음의 문도 닫아보고 마음을 열어도 될 것 같은 사람에게도 여는 척만 했던 시기에 만난 작품이 ‘런 온’이에요. 앞으로 다른 작품을 하게 되더라도 ‘런 온’에서 느낀 감동을 떠올리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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