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의 정조 이산,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 [DA:인터뷰①]

입력 2022-01-19 0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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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는 계절입니다.”

10여 년 전 2PM 이준호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의 활동 모토가 된 운명적인 한 마디를 언급했다. 데뷔 2년 차였던 그는 다른 멤버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조급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팬이 ‘준호야 인기는 계절이야’라고 쓴 글을 보았다. ‘그래, 천천히 내공을 쌓다 보면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내 계절은 조금 늦게 오는 것일 뿐이야.’ 그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배우 이준호는 완연한 자기의 계절을 맞았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으로 2021년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이준호는 제왕과 궁녀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그린 ‘옷소매’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완벽하게 입힌 정조 이산을 탄생시켰다. 사도세자의 아들이면서 영조의 손자로 비극적인 시간을 겪어내는 왕의 서사와 함께 한 평생 유일하게 사랑했던 궁녀 덕임(의빈 성씨)을 향한 한 남자의 애절한 연심까지 풍부하게 담아냈다.

‘옷소매’는 지난 1월 1일 17.4% 기록하며 막을 내렸지만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OTT(오티티) 플랫폼에서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며 사랑을 받고 있고, 드라마 커뮤니티엔 아직도 하루에 수백 건의 감상문이 쏟아진다.


그 가운데 이준호를 향해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가히 ‘신드롬’ 급이다. 보이그룹 개인브랜드 평판 1위 등 각종 화제성 부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역대 가장 섹시한 정조’, 뭘 해도 되는 ‘준호 코인’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그야말로 ‘이준호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보다 행복할 순 없어요. 친구 어머니께서 ‘당대 최고의 스타만이 정조 역을 맡는다’는 농담을 하셨는데, 부담이 정말 컸어요. 세손 시절이 가장 긴 청년 이산을 색다르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캐릭터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특히 (정조의) 내면을 닮고 싶었고, 닮은 점을 찾으면서 즐거웠어요. 평상시에도 좋은 스트레스를 계속 줬죠. 그런 면면들을 시청자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요. 얼떨떨합니다.”

특히 이준호가 극중 흘렸던 수많은 눈물은 매회 화제를 낳았다. 한 여인을 향한 절절한 사랑 때문에, 할아버지 영조를 향한 연민과 분노 때문에,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애끓은 마음 때문에, 신뢰하던 신하 홍덕로의 죽음 앞에서…. 정조의 눈물에 슬픔과 애틋함 처연함마저 담아낸 이준호에게 호평이 쏟아졌다.

“‘정조 이산’에 몰입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극 중 상황과 역할에 열심히 몰입하고 있구나 생각했고요. 상대 배역마다, 상황마다 다른 의미의 눈물을 보였던 것 같아요. 왕으로서 그 의미가 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눈물 신이 기억에 남는데요. 특히 순이를 떠나보내고 덕임에게 모진 말을 하고 나서 혼자 동궁에서 숨죽여 울었던 장면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우리집 준호’가 ‘옷소매’ 이산이야?”, “아이돌 출신이 이렇게 연기를 잘해?” 드라마가 화제가 될수록 이준호의 이력을 ‘잘’ 몰랐던 대중들까지 사로잡았다. 아이돌을 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라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제가 연기를 시작한 지 9년차에요. 어떤 분들은 2PM 이준호를 모르고 배우 이준호만 아시는 분들도 있고요. 아이돌에서 배우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연기를 못한다면 큰일 나겠다는 부담도 있어요. 그래서 출신에 대한 평가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할 때) 철저하게 그 인물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그 노력이 9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준호의 연기 성장은 괄목할 만 하다. 2013년 영화 <감시자들>로 데뷔해 <스물>, <협녀, 칼의 기억>, <기방도령>으로 스크린에서 주목을 받는다. 그러다 2016년 드라마 ‘기억’으로 브라운관에 첫 발을 내딛고, 그 이듬해에는 ‘김과장’으로 남자 우수상을 품에 안았다. 그 후 ‘그냥 사랑하는 사이’, ‘자백’, ‘기름진 멜로’를 통해 주연배우로 자리 매김을 한 이준호는 군백기 후 첫 작품인 ‘옷소매’로 최우수상까지 거머쥐었다. 차분히 정석의 길을 걸으며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은 이준호의 다음 ‘대상’을 기대하기 충분한 이유다.

“대상 수상까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상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겠죠. 배우다운 진중하고 멋진 연기를 보여드리고 큰 사랑을 받는다면, 상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요?” 이준호는 이렇게 말하곤 멋쩍게 웃었다.


온전히 작품을 떠나보내기 전까지는 천천히 마음을 다스리고자 한다는 이준호는 생일을 맞아 팬들과의 특별한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22~23일 양일간 팬미팅을 여는 것. 일반 티켓 오픈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이준호 파워’를 또 한 번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오랜만에 팬들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큰 의미에요.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간 어떻게 살아왔나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호흡의 장이 되고 싶어요. 굉장히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이후 활동 계획은 온전히 작품을 떠나보내기 전까지는 천천히 마음을 다스리고자 해요. 배우든 2PM이든 빠른 시간 안에 다양하게 인사드리고 싶어요.”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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