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2017)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장이수가 멀쩡하게 살아 돌아왔다. 지난 18일 개봉해 인기리에 상영 중인 ‘범죄도시’ 2편에서 개과천선한 모습으로 컴백한 것. 전편과 동일하게 배우 박지환이 열연했지만 캐릭터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이수파 두목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짠내’ ‘안습’ ‘애환’이 가득한 소시민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반가우면서도 새로운 장이수는 ‘범죄도시2’를 보는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1편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장이수를 다시 연기하는 것에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두려움에 고민하기도 했지만 막상 하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행복하더라고요. 언제 다시 한 번 만나보겠나 싶고요. 신나게 놀아보자 싶어서 계곡에서 친구들과 마지막 방학을 즐기듯이 놀았어요.”
‘범죄도시’ 2편의 장이수는 조폭 생활을 청산한 후 서해 바닷가에 흥신소를 운영하며 소소하게 먹고사는 캐릭터로 표현됐다. 금천서 강력반과 또 한 번 얽히며 사건의 ‘키 맨’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장이수. 물론 ‘개그캐’로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장이수는 방법이 어떻게 됐든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에요. 그의 ‘절실함’과 ‘간절함’에 중점을 뒀죠. 악하고 나쁜 것들을 보여주기 보다는 최선을 다 해 사는 사람이 일련의 일을 겪었을 때 유머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관객들이 페이소스를 느낄지 모르겠지만 그래야 가치 있는 코미디가 나올 테니까요.”
돈 가방에서 드러난 장이수의 솔직한 욕망은 박지환의 아이디어다. 그는 “돈 가방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해서 재기를 꿈꾸는 장이수의 탐욕을 보여주려고 했다. 시나리오에서는 배달자의 역할로 보일 수 있었지만, 은밀하게 돈을 마음에 품은 모습을 가져가면 단순한 전개 속에서도 좀 더 복잡한 것들이 생기고 긴장감도 생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에게 휘어 잡히면 잡힐수록 더욱 빛을 발한 장이수. 박지환은 자신을 이끌어준 배우 겸 제작자 마동석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마동석 선배는 본인 연기하기도 바쁠 텐데 수많은 것을 챙겨가는 분이셨어요. 그 어느 것 하나 거칠지 않았죠. 덩치가 괜히 좋은 게 아닌 게 품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부딪히면 아플 것 같지만 24시간 안겨 있어도 부드러운 분이셨어요. 예의 없는 액팅으로 도발해도 즐거움으로 받아주시더라고요. 마동석 선배와 함께라면 1000편을 함께해도 계속 새로운 것이 나올 것 같아요. 에너지를 다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대단한 분이세요.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티키타카를 펼친 배우 박지영에게도 존경심을 드러냈다. 박지환은 “러브라인은 아니었지만 선배와 같이 쌓은 것들은 다 선배가 만드신 것이다. 티가 안 날지 모르겠지만 나는 느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낚시 바늘을 걸어놓으신 것 아닌가 싶다”이라며 “이게 내공이고 멋이구나 싶었다. 선배와 함께한 건 행운이었다.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범죄도시’ 1편 이후 5년 사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대표 신 스틸러로 자리매김한 박지환. 그는 현재 방송 중인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 중이며 영화 ‘한산:용의 출현’의 7월 개봉도 앞두고 있다.
“‘범죄도시’ 이후 정말 모든 게 달라졌어요. 저를 출발선에 올린 작품이죠. 덕분에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찾아주셔서 기회도 가지게 됐고요. 저를 세상에 알리게 돼 참 고맙고 감사해요. 음…장이수가 3편에도 등장하냐고요? 글쎄요. 현재로서는 모르겠네요. 하하.”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