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경 “엄마도 여자…걱정 마요, 박윤주 잘 살 거예요” [DA:인터뷰]

입력 2022-06-06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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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캐릭터가 존재감을 드러낼 때 자연스럽게 배우에게 관심이 쏠린다. 연기를 잘하거나 혹은 못해서 생기는 관심이다. 초등 커뮤니티 민낯과 동네 학부형들의 위험한 관계망을 그린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극본 신이원, 연출 라하나)에서 박윤주 캐릭터를 연기한 주민경은 전자(前者)에 속한다. 상위동에서 유일한 다세대 주택 거주자이자 교육열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박윤주를 현실적이고 입체적으로 연기했다는 평가다. 또래 학부모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공감되는 캐릭터라는 반응이다.

“촬영이 끝났을 때는 너무 좋았어요. 해방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시청자 입장에서 작품을 모니터하면서 먹먹하더라고요. 뭔가 찡함이 있었어요. 캐릭터 각자 힘든 상황이 있었잖아요. 그 힘듦 속에서도 모든 캐릭터가 성장하고 또 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아요. 실제 어딘가에서 존재해 있을 거잖아요. 많은 분이 (박)윤주 캐릭터가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해주세요. 억척스럽지만, 제 자식을 위해서 그랬을 엄마들이요. 그래서 어딘가 있을 ‘윤주들’(박윤주 같은 사람들)에게 섣부른 말은 못 하겠어요. 감히 말할 수 없어요. (눈물) 그들이 겪고 겪었을, 그리고 앞으로도 겪을 상황을 가볍게 생각할 수 없잖아요. 그래도 굳이 말을 전한다면 ‘힘내세요. 잘하고 계신 거예요’라고 전할게요.”

오롯이 캐릭터에 동화된 시간이 있어서일까. 주민경은 어딘가 존재할 박윤주, 또 비슷한 사람들 마음을 온전히 헤아린다. 미혼인데도 말이다.

“아이 엄마 역은 처음이에요. 실제 학부모가 보기에는 ‘어라? 저건 아닌데’라고 할까 봐 부담됐어요. 미혼이니 제 연기하는 데에 있어 부족함이 있을 수 있잖아요. 거짓이 담긴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많이 노력했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본이 디테일해요. 대본 대로만 충실히 연기하면 될 것 같았어요. 종종 헷갈리는 부분은 언니들(같이 출연한 선배 배우들) 도움을 받았어요. 다들 베테랑이잖아요. 언니들 덕에 제가 잘못 생각한 부분도 많더라고요. 미혼인 제가 ‘이건 아닌데’ 했던 부분이 엄마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가 되더라고요. 동시에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까지도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죠. 언니들 도움이 컸어요. 너무 잘해줬어요. 이렇게 예쁨 받은 현장이 오랜만이에요. 막내다 보니 유독 저를 예뻐해 준 것 같아요. 힘이 되고 든든한 언니들을 얻었죠.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에서 새롭게 만나고 싶어요. (웃음)”


부부로 호흡을 맞춘 윤경호에 대해서는 엄지를 치켜든다. 업계에서 소문난 다정한 선배라고. 딸 수인을 연기한 박예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윤경호 선배는 워낙 유명해요. 현장에서 만나면 누구든 편안하게 해주는 배우라고요. 모니터도 해주고 피드백도 열심히 해주세요. 함께 촬영할 때면 정말 편했어요. 부부 싸움 장면이 많은데, 촬영 직전에는 맛집을 서로 공유하다가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그 상황에 몰입해 치열하게 싸웠어요. (웃음) (박)예린이는 연기를 너무 잘해요. 순간적인 집중력이 대단해요. 어느 순간 몰입해 연기하더라고요. 어린 친구지만, 제가 배운 점도 있고 도움도 받았어요. 예린이가 ‘엄마 미안해’하는데 울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 순간에는 전 주민경이 아니라 진짜 수인 엄마 박윤주였어요. 이런 딸이 있다면 저라도 윤주처럼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아요. 어디 가서 나쁜 짓하는 것도 아니고 떳떳하게 노동해서 번 돈은 딸을 위해 쓰는 거잖아요.”

극 중 박윤주는 영재인 딸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적인 인물이다. 누군가는 억척스럽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들은 엄마니까 그렇다고 한다. 여자로서도 평가와 반응이 엇갈린다. 남편 이만수(윤경호 분)를 향한 복합적인 감정을 보인다. 애증이라고 해야 할까. 사랑하는 감정도, 증오하는 마음도 동시에 나타낸다. 이만수가 결혼 전 교제했던 변춘희(추자현 분)와 연락하고 만났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한 여자로서 보여줄 복합적인 감정을 표출한다. 변춘희를 육촌 언니 이은표(이요원 분) 남편 정재웅(최재림 분)에게 신고하는 모습 역시 그 연장선.


“이만수를 대하는 박윤주 모습은 정말 다양한 반응이 있더라고요. 저 역시 의아할 때가 있었어요. 저라면 박윤주처럼 행동하지 않았을 장면도 박윤주니깐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저라면 이마수라는 인물과 결혼하지 않죠. 그냥 혼자 살았을 것 같아요. (웃음) 이만수와 변춘희가 문자를 주고받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불륜을 바탕으로 한 대화가 아니잖아요. 다만, 차 안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면 전 그 자리에서 따져 물었을 것 같아요. ‘둘이 차에서 뭐하는 거냐’고요. 형부 정재웅한테 신고하는 것도 ‘쟤 왜 그래?’ 했어요. 함께 술도 나눠 마시고 그간의 회포를 풀었잖아요. 그런데 박윤주 입장이라면 이해돼요. 남편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끊어내고 싶었을 거예요. 변춘희와 남편 관계를 바라보는 한 여자로서도 그리고 가족을 지키려는 엄마이자 아내로서도요. 박윤주라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조곤조곤 제 할 말을 분명하게 전하는 주민경은 누구보다 단단함이 묻어나는 배우다. 큰 욕심보다 순간의 작은 욕심을 부리고 이를 이룬 것에 대한 성취감으로 앞을 내다보는 현명함까지 지녔다.

“‘어떤 작품을 해야 한다’, ‘어느 자리에 오르고 싶다’ 같은 욕심은 없어요. 꾸준히 연기자로 생활할 수 있으면 돼요. 굳이 더 바란다면 호기심을 자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쟤(주민경)도 나온다는 데’ 같은 반응이 나오는 배우요. 사실 어떤 작품을 만나 어떤 연기를 할지 저도 아직 몰라요. 선택받는 직업이잖아요. 지금까지 저를 선택해준 분들에게 감사해요. 그리고 앞으로 저를 선택하실 분이 조금씩 생겨나면 더 바랄게 없어요. 꾸준히 연기하고 싶어요. ‘얘가 이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마시고 찾아 주세요. 멋지게 해낼 테니. (웃음)”


‘자기 PR 시대’에 제격인 주민경은 박윤주를 떠나보내는 것도 주민경스럽다. “걱정하지 마 언니들, 저 잘 살 거예요”라고 박윤주로서 말하더니, 이내 박윤주를 연기한 주민경으로서 “엔딩에서는 윤주 예뻤죠?”라고 너스레를 떤다. 정형화되지 않은 매력을 지닌 주민경은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주민경을 알게 된 이들도 같은 마음이다. 주민경이 보여줄 다음 연기는 또 어떤 캐릭터일지를. 작품에서 살아 숨 쉬는 주민경 캐릭터 컬렉션이 기대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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