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생각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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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물의 나이에 군대에 갔으니 압박과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남자라면 누구든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어떻게 하면 준비를 잘할 수 있을까 조바심도 많았어요. 돌아보면 복무를 잘 한 것 같아요. 처음에 복지관에 갔을 때 ‘어떻게 하지’ 싶었지만 하늘에 신이 있다면 이 공간에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공유하고 나누라고 선물해주신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소중한 부분이 됐어요.”
김호중의 말대로 결과적으로 시기적절한 ‘공백기’였다. 누군가에겐 두려운 시간일 수 있지만 그에게는 필요한 ‘쉼표’였다. 내적으로는 스스로 돌아보고, 외적으로는 시끌벅적했던 각종 논란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됐다. 김호중은 이와 관련해 “잘 해결됐다. 나도 인간인지라 실수라는 것을 앞으로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같은 실수만은 안 하자는 목표로 살려고 하고 있다”며 “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차차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승승장구하는 트롯계 동료들을 보면서 아쉬움보다는 기대가 더 컸다고. 김호중은 “나훈아 선생님 공연장도 다녀왔고 동료들 TV쇼도 다 봤다”며 “앞으로 내 음악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많이 생각했다. 소집해제 후에 나도 저런 무대를 잘 꾸밀 수 있겠다 싶었다. 공부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지관에서 발달장애인 관련 업무를 맡았던 김호중은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예전에 하루에 2시간 자면서 일한 적도 있어요. 규칙적인 삶을 살지 않다가 오전 9시에 출근하려니 처음 몇 달은 아침에 일어나기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복지관에 있는 발달장애인 중에 지능이 5세 이상 되는 친구가 거의 없어요. 성인이지만 대화가 잘 통하지 않죠. 육체적으로 케어를 해줘야 하는데 체력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낯선 사람이다 보니 친구들이 경계하고 어려워하더라고요. 하지만 몇 달 지나니 제 이름도 알고, 선생님이라고 따라주고, 저에게 의지도 하더라고요. 진심으로 다가가면 통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감사했죠.”
발달장애인 친구들의 변화는 김호중의 마음에 큰 울림을 남겼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그들을 위해 CGV에 직접 요청, 함께 극장에 방문하기도 했다는 김호중. 그는 CGV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역시 진심은 통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복무했던 곳에 오케스트라도 있었고 보육원 아이들이 합창단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돕고 싶다. 친구들에게 ‘이 세상에 돈이 없어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팬들의 진심 어린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김호중은 본인 없이 팬들만 출연한 KBS2 ‘주접이 풍년’을 ‘본방사수’ 했다면서 “항상 팬 분들이 TV를 통해 내 모습만 보셨을 텐데 내가 집에서 팬 분들을 보니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것 같아 의미 있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김호중은 팬들의 편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헌정곡 ‘빛이 나는 사람’도 완성했다. 지난달 18일 발매한 ‘빛이 나는 사람’은 기타리스트 김민규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한결 힘을 뺀 김호중의 보컬이 어우러지는 포크 스타일의 곡이다. 군 복무 기간 동안 매주 2통의 편지로 팬들과 소통하며 느낀 점과 감사함을 김호중이 직접 가사에 담았다.
“팬들의 편지에서 공통된 제목이 ‘빛이 나는 사람’이었어요. 팬들이 저를 빛내주고 비춰주듯 저도 재밌게 바꿔서 팬들에게 전달해드리고 싶었어요. 이 곡이 세상에 나와서 팬들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어서 저도 기뻐요.”
“잘생겼다” “실제로 보니 날씬하다”보다 “노래가 좋다”는 칭찬이 더 좋다는 김호중. 그는 작사와 작곡에 관심을 드러내며 “내 이야기를 노래로 풀 수 있다는 건 가장 큰 행복이자 목표”라며 “지금은 왕초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작곡도 늘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트랙리스트를 내가 쓴 곡으로 채우는 것도 목표 중에 하나”라고 밝혔다.
신곡 발표에 이어 지난달 말에는 부산에서 ‘세계 3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 공연 무대에 올라 듀엣으로 무대를 꾸몄다. 성악 학도 시절 음악을 듣고 배웠던 플라시도 도밍고와의 만나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김호중은 팬들의 마음을 더욱 깊이 느꼈다고. 그는 “내년에는 게스트로 오지 말고 오페라를 하자고 말씀해주셨다. 감격스러웠다. ‘내가 다른 길로는 가고 있지 않았구나’ 안도했고 보람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달 말에는 화보 촬영차 이탈리아에 방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미팅을 앞두고 있다. 27일 클래식 정규 2집 ‘PANORAMA’를 발매하며, 9월 SBS에서 추석 특집쇼를 준비하고 있다. 김호중 전시회도 개최되고 전국투어도 예정돼 있다.
“나훈아 선생님, 심수봉 선생님, 영웅이 단독쇼까지 다 봤어요. 음악은 다 다르기 때문에 저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생각해서 준비하려고요. 유니크한 무대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컨디션 준비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1년 9개월 동안 잘 충전했으니 얼른 다양한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