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세영의 어쩌다: ‘이따금 어째서 왜?’로 시작된 이슈 뒤집어 보기. 전체 맥락, 행간을 짚어내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코너.
‘태혜지’(김태희·송혜교·전지현) 시대가 다시 도래할까. 각자의 매력으로 20년간 여제로 군림한 ‘태혜지’가 2023년 계묘년(癸卯年) 전과 다른 모습으로 대중에게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다.그 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를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한 송혜교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30일 파트1이 공개돼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각국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송혜교는 극 중 끔찍한 학교 폭력 피해자로 가해자와 방관자 모두를 향해 온 생을 걸고 복수를 계획하는 문동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멜로퀸’ 이미지를 벗고 연기 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몇몇 대사는 온라인상에서 유행처럼 패러디를 양산 중이다. 그리고 이런 인기는 3월 10일 공개되는 ‘더 글로리’ 파트2를 통해서 이어간다.
뿐만 아니라 송혜교 차기작 윤곽도 나온 상태다. 송혜교는 ‘자백의 대가’를 출연을 긍정 검토 중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출연이 유력하다. ‘자백의 대가’는 살인사건을 둘러싼 두 여성의 핏빛 연대기다. ‘더 글로리’와는 결이 다르지만 두 여자의 한 맺힌 서사를 다룬다. 한소희가 송혜교와 호흡할 파트너로 낙점돼 출연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송혜교가 ‘태혜지’ 귀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면, 김태희와 전지현은 복귀를 준비 중이다. 먼저 김태희는 이미 복귀작을 정하고 촬영에 한창이다. 김태희는 새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연출 정지현)을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마당이 있는 집’은 남들이 부러워 하는 완벽한 집에서 행복을 영유했던 가정주부의 의심과 자각을 통해 ’마당이 있는, 행복한 우리 집’이라는 가치의 환상을 전복하는 서스펜스 가정 스릴러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의 정지현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데뷔 이후 여러 장르에 출연한 김태희는 이번에도 전과 다른 장르를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전작 ‘하이바이, 마마!’(연출 유제원 극본 권혜주)를 통해 그동안 혹평 일색이던 연기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낸 김태희는 이번에 배우로서 온전한 제 타이틀을 확립하겠다는 각오다. 전과 다른, 관록이 묻어날 완숙한 김태희 연기가 주목된다.
전지현은 송혜교, 김태희와 달리 아직 복귀작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오랫동안 몸 담은 문화창고를 나와 현 소속사(이음해시태그)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린 전지현은 시놉시스와 대본을 천천히 검토하며 복귀작을 신중하게 고르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을 떠나 제작사를 설립한 최진희 이매지너스 대표(스튜디오드래곤 전 대표)가 기획 중인 작품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 이매지너스는 작품 제작을 위해 여러 투자처(사모펀드 등)로부터 투자금을 지원받은 상태다. 몇몇 감독도 작품 연출 계약을 해둔 상황이다.
전지현과 최진희 대표가 작품으로 뭉칠 경우, 두 사람은 CJ ENM에서 독립해 새 출발하는 의미를 함께 다지게 된다. 다만, 전지현이 최진희 대표가 준비하는 작품에 출연할지 알 수 없다. 전지현은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러브콜 중 분명하게 끌리는 작품에 손을 들어줄 전망이다.
복귀했거나 복귀를 앞둔 ‘태혜지’다. 풋풋하고 예쁜 외모로만 주목받던 과거를 뒤로하고 아름다움과 관록으로 세 여제의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중이다. 20년째 명성을 그대로 ‘태혜지’가 보여줄 연기 변천사가 주목된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 신화는 곧 후배들의 교과서가 된다. 이미 많은 이가 세 사람이 거친 과정을 따라 하고 있듯.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