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선배 고현정, 나나와 주인공 캐릭터를 나눠 연기한 신예 이한별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얼떨떨해 했다. 사진제공 | 넷플릭스
넷플릭스 ‘마스크걸’로 인생작 갱신한 이한별
요즘 떠오르는 두 ‘만찢녀’(만화책을 찢고 나온 여자)가 있다. 배우 염혜란(47)과 이한별(31).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에서 각각 주인공 김모미와 김경자를 무서우리만치 현실적으로 연기하면서 원작이 된 동명 웹툰을 찢고 나왔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드라마는 두 사람의 “인생작”으로 꼽힌다. 신인 이한별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 비영어권 2위에 오른 드라마로 화려하게 데뷔했고, 염혜란은 ‘더 글로리’에 이어 또다시 글로벌 히트에 성공하며 23년 연기 인생의 최정점을 만끽하고 있다. ●김모미 A로 서사 쌓은 이한별
대선배들과 한 캐릭터 얼떨떨
부담감 컸지만 칭찬받고 안심
이한별은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가수의 꿈을 접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김모미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밤이면 마스크를 쓴 채 인터넷방송 BJ로 활동하는 캐릭터를 통해 대중에 처음 얼굴을 공개한 이한별은 웹툰과 놀랍도록 닮은 외모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2021년 9월부터 4개월간 오디션을 봤어요. 처음엔 스태프들 사이에서 ‘쌩 신인’이 김모미 젊은 시절에 캐스팅됐다니까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현장에 가니 모두가 ‘아, 이래서!’라고 감탄하시더라고요. 민낯에 광대나 턱을 부각시킨 분장을 하고 찍은 첫 장면을 보는데 저 또한 ‘어라?’ 했어요. 원작 캐릭터가 화면에 서 있더라고요.”
그렇게 그는 ‘김모미 A’가 됐다. 성형 후 쇼걸로 살아가는 30대 시절의 ‘김모미 B’는 나나가, 교도소에 갇힌 40대의 ‘김모미 C’는 고현정이 각각 연기했다. 이한별은 “이렇게나 유명한 선배들과 한 작품을 넘어 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니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웃었다.
“처음엔 얼떨떨했죠. 캐스팅 단계서부터 PT와 연기, 안무 수업을 받고 선배들과 행동을 맞춰가는 작업을 하니 그제야 실감이 나더군요. 특히 제 부분에서 캐릭터의 서사와 개연성을 쌓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어요. 선배들이 ‘잘했더라’는 칭찬을 받고 나서야 안심했죠.”
그가 꿈을 찾아 헤맨 과정은 무대에 평생 목말라했던 모미와 엇비슷했다. 상명대 패션디자인학과를 전공하던 중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반에서야 고향인 경북 구미를 떠나 서울에서 배우 지망생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 올라와서는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인 신림동 원룸에서 살았어요. 비 오는 날 이사했는데 복도가 온통 물바다더라고요. 그 순간엔 ‘이게 맞나?’ 싶었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이 세계에 발붙이고 싶어서 대학생 졸업 작품부터 독립영화 현장까지 안 가본 곳이 없어요. 생계를 위해 빵집, 편의점, 의류매장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했어요.”
어느 날 우연히 본 연극 무대 위 배우들의 “몇 시간이나 반짝반짝한 눈”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 데뷔작인 ‘마스크걸’도 “그저 연기하는 게 신나서 촬영했다”고 돌이켰다.
“이제야 좀 뭔가 바뀌었다는 생각을 해요. 주변의 권유로 SNS도 난생처음 시작했고, 사람들이 ‘잘 봤다’고 인사도 해주고요. 내 안의 다양한 감정을 다스릴 필요가 있어서 명상과 운동, 그림을 새로 시작했어요. 저조차 저의 내일을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설렙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