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조이건 데뷔 “베드신-노출 부담감 無, 두려움조차 설렘으로” (종합)[DA:인터뷰]

입력 2024-12-2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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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조이건 데뷔 “베드신-노출 부담감 無, 두려움조차 설렘으로” (종합)[DA:인터뷰]

“이거면 평생 재밌게 할 수 있겠더라고요.”

오랜 시간 방황하던 끝에 만났다. 치킨도 튀기고 이자카야 주방에서 땀 쏟으며 꿈을 찾아 헤매던 20대를 지나 30대에 드디어, 마침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를 통해 정식으로 배우로 데뷔한 조이건(32)의 진심 어린 고백이었다.

“늦었다는 생각은 안 해요. 사람마다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성장이 느린 편이라 늦은 나이일 수 있지만 알맞은 시기에 알맞은 기회가 온 거라고 생각해요.”

10대 막바지 입시를 준비하면서 막연하게 연기 활동을 생각한 적은 있지만 ‘마음의 크기’가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어떤 일을 해야 재밌고 설레게 할 수 있을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항상 고민했다”는 조이건은 20대 시절을 떠올리며 “방황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제대한 후에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과 생각에 답답함을 느끼던 시기, 연애 프로그램 ‘에덴2’(2023) 출연 제안을 받았다.

“뭔가 제 일상을 흔들어놓고, 깨고 싶었어요. 큰 변화가 필요했어요. 너무 조심스러워하다 보니 어쩌면 스스로 가두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당시 여자친구도 없어서 누군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도 있었고 프로그램도 재밌어 보였어요. 개인적으로는 도전이었어요. 남들이 보기엔 아닐 수 있지만 저는 용기를 냈다는 것에 만족해요.”

‘에덴2’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서 “영상을 지우고 싶다”고 농담한 조이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트렁크’의 제작진이 ‘에덴2’ 속 조이건을 보고 오디션을 제안했기 때문. 두 번의 오디션을 거쳐 ‘트렁크’의 윤지오 역으로 최종 캐스팅됐다.



“‘드디어 꿈이 실행되는 건가’ 싶었어요.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지금도 사실 안 믿겨요. 막연한 믿음으로 ‘나는 잘 될 것 같은데, 잘 되어야 하는데’ 싶었지만 캐스팅 소식을 듣고도 얼떨떨하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구나 싶었고 신기했어요. 꿈꾸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6부작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연출한 김규태 감독과 [화랑] 등을 집필한 박은영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지난달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조이건은 결혼으로 삐뚤어진 욕망을 드러내는 여자 이서연(정윤하)의 새로운 배우자 윤지오를 연기했다. 윤지오는 방황하던 끝에 이서연과 결혼한 후 진짜 사랑을 하게 되는 인물. 이서연을 진심으로 연민하고, 그의 방식대로 상처를 보듬어주고 희생을 자처하는 캐릭터다.

“너무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대본상에서도 윤지오에 대해 많이 설명돼 있지 않아서 상상력으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감독님이 윤지오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미스터리한 느낌’이었어요. 계속 궁금해지고 신경 쓰이는 지점이요.”

베일에 싸여 있던 윤지오의 비밀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한 꺼풀씩 벗겨졌다. 이서연에 대한 감정은 연민으로 시작했으나 이내 동질감으로 그렇게 사랑으로 발전했다. 조이건은 “윤지오도 아픈 상처가 있으니까. 길고양이를 돌보는 마음으로 상처가 있는 이서연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렁크’ 초반 정윤하와의 베드신과 샤워장 속 노출에 부담감은 없었다고. 다만 보여지는 피지컬과 관련해 운동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다고 고백했다.

“캐스팅 되고 처음 일주일 정도 술을 즐겼어요. 그런 후 촬영이 끝날 때까지는 운동과 식단을 병행했죠. 감량하기보다는 원래 마른 편이라 근육을 증량하려고 애썼어요.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 6개월 동안 근육만 3kg 정도 늘렸죠.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힘들진 않았어요. 연기 준비하는 게 더 어려웠고 운동은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간절히 원했던 상황이 온 덕분인지 설렘이 더 컸죠.”

베드신보다 어려웠다는 샤워장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한겨울이었지만 실내 촬영이었고 따뜻한 물을 계속 뿌린 덕분에 춥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정윤하와의 물리적 거리가 있었고 계속 물을 맞으며 대사를 한 터라 잘 들리지도, 잘 보이지도 않아서 어려웠다고 ‘웃픈’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촬영 대부분을 함께한 정윤하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조이건은 “극 중 윤지오와 이서연은 계속 삐걱댄다.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신은 딱 한 신”이라며 “실제로도 힘들고 불편한 지점이 있었다. 그런 호흡이 윤지오와 이서연의 실제 관계에 맞닿아서 연기에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유, 서현진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4인이 모여서 식사하는 장면은 대본을 볼 때도 재밌었고 인상 깊었다. 연기하면서도 신기하고 재밌더라. 다들 잘 챙겨주셨고 촬영할 때 작은 노하우도 조언해주셔서 감사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연기를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카메라 앞에 서는 두려움조차도 되게 설레고 재밌더라고요. 현장에 가는 게 너무 좋아서 휴차 때도 ‘빨리 촬영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이건은 ‘트렁크’를 ‘터닝 포인트’라고 정리하며 “덕분에 많이 배우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가이드가 된 작품”이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다음 작품이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 또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로맨스는 ‘트렁크’에서 해봤으니 다른 감성의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느와르 장르에서 싸움 잘하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액션에 자신 있거든요. 운동도 뭐든 평균 이상은 하고요. 기회가 온다면 재밌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아카이브-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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