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 도망갔다.
갑자기, 정말로 갑자기. 마치 고양이처럼. 분명 내 무릎 위에 있던 녀석이었는데, 눈 한 번 깜빡이는 사이에 창문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남은 건 따뜻했던 체온, 그리고 가느다란 발톱 자국.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는 그런 고양이 같은 사랑의 발걸음을 노래한다.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지고, 잡았다 싶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바닷가에서 쥔 모래 같다.
“눈물이 난다 이 길을 걸으면”에 이르면 늘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비가 느닷없이 쏟아진다. 황급히 뛰어 들어간 편의점에서 비닐우산을 사지만, 밖으로 나와 펴자마자 바람에 뒤집혀 버렸다. 사랑과 비슷하다. 쓸쓸한데, 어이없고, 그래도 또 걷는다.
“사랑아 왜 도망가”라고 묻지만,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랑은 도망간 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 했던 것뿐이라는 것을.
그러고 보면 사랑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사랑은 스탠딩 데스크 위의 탁상시계 같은 것. 계속 움직여야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존재다.
이 노래의 백미는 이거다. “잠시 쉬어가면 좋을 텐데.”
누군가와의 관계든, 내 마음이든, 브레이크 한 번 밟고 숨 좀 돌렸으면 싶은 순간이 온다. 하지만 현실은 대개 엑셀레이터를 밟은 채로 달리는 내리막길이다. 사랑이라는 브레이크 패드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노래는 울지도, 부르짖지도 않는다. 그저 마음 한 귀퉁이에 조용히 앉아 무언가를 기억나게 할 뿐이다.
편의점 불빛 아래, 아무도 없는 냉동고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던 손이 멈춘다. 스피커에서 흐르는 익숙한 멜로디.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내 안의 내가 답한다.
“그래… 사랑이란 건, 참 부드럽게 아픈 거더라.”
오늘의 한줄
도망간 사랑은 놓아주더라도,오늘만큼은 당신 자신의 마음을 꼭 안아주세요.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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