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제니가 미국 인기 유튜브 토크쇼 ‘Hot Ones’에 출연해 매운맛과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모두 경험했다. 첫 정규 앨범 ‘Ruby’를 홍보하며 출연한 제니는 특유의 솔직한 매력과 유머, 예상치 못한 고통의 순간까지 모두 보여주며 전 세계 팬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겼다.

‘Hot Ones’는 치킨 윙에 단계별로 매운 소스를 발라 먹으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형식의 토크쇼. ‘매운맛 내성 제로’임을 강조하며 “매운 걸 전혀 못 먹는다”고 밝혔던 제니는 “도망치지 않겠다”며 담담한 각오로 한 입을 먹었다.

처음에는 비교적 여유로웠다. 코첼라 무대에서의 감회, 셰익스피어 희곡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 ‘루비’ 제작 과정 등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끝까지 싸웠다”며 ‘Zen’, ‘Starlight’ 같은 곡을 고수한 이유를 밝힐 땐 뮤지션으로서의 진중한 고민도 엿보였다.


하지만 단계가 높아지자 상황은 반전됐다. 혀를 짓누르고, 청각과 사고력을 흐리게 만드는 극강의 매운맛에 제니는 “지금 영어가 안 들려요”, “누가 나 좀 집에 보내줘요”라고 호소하며 버티지 못했다.

그럼에도 제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정복하러 왔다. 포기하러 온 게 아니다”며 열 번째 윙까지 당당히 완주한 제니는 마침내 로제와 리사에 이어 ‘Hot Ones’ 졸업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마지막에는 “내 고통이 헛되지 않기를. 앨범 꼭 들어주세요”라며 힘겹게 홍보 멘트를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