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미걸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배우 정채연이 주연한 드라마 ‘에스콰이어’를 돌이키며 “배우로서 고민이 많던 시기에 만난 운명 같은 작품”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이승미걸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배우 정채연이 주연한 드라마 ‘에스콰이어’를 돌이키며 “배우로서 고민이 많던 시기에 만난 운명 같은 작품”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변호사 출신 작가가 집필, 철저한 고증과 탁월한 몰입감으로 호평을 받은 법정 드라마 ‘에스콰이어’. 그 중심에는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파트너 변호사 윤석훈 역의 이진욱과, 그를 통해 성장해가는 신입 변호사 강효민 역의 정채연이 있었다.

윤석훈이 겉으론 차갑지만 내면에는 뜨거운 정의감과 의로움을 품은 인물인 반면, 강효민은 미숙해보이지만 그의 상처를 보듬을 만큼 내면이 단단한 캐릭터.

정채연과 이진욱은 이성과 감성· 냉정과 열정·균형과 균열을 오가는 인물 관계도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드라마에 생명력을 더했다.

인터뷰를 통해 마주 앉은 정채연은 학구열 넘치는 ‘에스콰이어’의 강효민 그 자체였다. 중요 대사를 필사한 흔적으로 가득한 수첩을 가지고 나온 그에게선 비단 자신의 입에서 한 글자도 허투루 내보내기 싫다는 신중함에 비장한 각오마저 느껴졌다. 

그는 “작품 의도를 잘 전하고 싶어 메모했어요. 사실 별 내용은 없다”라며 겸손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배우로 고민 많던 때, 운명처럼 온 작품.”

아이돌 그룹 멤버에서 청춘물 주연, 이번엔 법정 드라마의 변호사까지. 정채연은 자신을 끊임없이 ‘새로고침’하며 활동 폭을 스스로 넓혀왔다. ‘에스콰이어’는 그런 그에게 연기자로서 진일보를 가져다 “운명 같은 작품”이었다.

“대본이 처음 받아봤을 당시 배우로서 고민이 매우 깊던 시기였어요. 읽는 순간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듯 가슴이 막 뛰더라고요.”

작품 준비에 들어가며 정채연은 곧장 ‘에스콰이어’의 수재 강효민 모드로 돌입했다. 법조계 용어 등을 철저히 학습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금주’하고 일찍 일어나는 등 평소 생활 패턴까지 바꿨다.

첫 법정물 연기에 도전한 그는 연기자로서 이를테면 ‘성장담’에 대해 들려주기도 했다.

“효민을 통해 꾹꾹 눌러 담은 ‘내면 연기’를 배운 것 같아요. 다음엔 (감정을) 터뜨려 보고 싶고, 언젠가 두 가지를 같이 써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 만의 ‘드래곤 볼’(필살기)이 하나 생긴 셈이죠.”

어느덧 데뷔 10년이란 변곡점을 지나는 정채연은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란 말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암흑 속에서 그저 버티는 게 아니라 ‘환한 빛’ 속에서 잘 버티기 위해 즐겁게 지내고 있다며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어느덧 데뷔 10년이란 변곡점을 지나는 정채연은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란 말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암흑 속에서 그저 버티는 게 아니라 ‘환한 빛’ 속에서 잘 버티기 위해 즐겁게 지내고 있다며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윤석훈과 러브라인? 선배는 선배로만 남았으면.”

‘에스콰이어’에서 윤석훈(이진욱)과 강효민은 남녀로선 애매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끝을 맺어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채연은 이에 대해 누구라도 ‘선넘으면’ 남녀 사이가 될 수도 있던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며 “개인적으로 멋진 선배는 선배로만 남았으면 했다”는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어느덧 데뷔 10년이란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정채연. 오디션 출신으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그룹 ‘아이오아이’ 출신이기도 한 그는 아이돌 연습생 시절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더없이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우울한 시기가 있었죠. 그런데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암흑’ 속에서 그저 버티기만 하는 게 아니라 ‘환한 빛’ 속에 있어야 한단 생각이 들어요. 최근엔 공연도 보고 친구들과 캐리비안 베이도 다녀왔어요. 놀 땐 시원하게 놀고, 좋은 작품을 만나면 다시 심기일전 해야죠.”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