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카리나가 화려한 꽃무늬의 ‘김장 조끼’를 입고 친근한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카리나 SNS

에스파 카리나가 화려한 꽃무늬의 ‘김장 조끼’를 입고 친근한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카리나 SNS


[스포츠동아 이정연 기자] 꽃무늬 누빔 조끼, 일명 ‘김장 조끼’가 올겨울 다시 소환됐다. 한때 김장철 방한용 작업복으로만 여겨졌던 조끼는 이제 “입으면 트렌드를 아는 사람”의 상징이 됐다.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김장 조끼’ 검색량이 12월 전달 대비 약 7배 뛰었다. 특히 검색의 중심이 50대 이상이 아니라 20·30대 여성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할머니 옷장’에서 나온 아이템을 젊은 세대가 먼저 꺼내든 ‘역전 현상’이다.

패션업계는 이를 ‘K-그래니코어(K-Grannycore)’로 해석한다. 그래니코어는 할머니 세대의 옷장과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복고풍 패션으로, 누빔 특유의 손맛, 과감한 플로럴 프린트, 넉넉한 실루엣이 만든 ‘생활감’이 오히려 신선함이 됐다. 촌스럽다는 인식을 ‘힙’으로 뒤집은 셈이다.

확산 경로도 흥미롭다. 김장 조끼가 뜬 이유는 ‘예뻐서’가 아니라 ‘잘 어울려서’다. 캠핑, 근교 여행, 시장 나들이 같은 라이프스타일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존재감이 커졌다. 조끼는 팔이 자유로워 활동성이 좋고, 누빔은 체온을 잡아준다. 무엇보다 색감이 강하다. 아우터 위에 툭 걸치기만 해도 룩이 살아난다. 체크 셔츠, 스웨트셔츠, 데님 같은 기본템 위에 얹으면 ‘의도된 촌스러움’이라는 믹스매치가 완성된다.

여기에 ‘촌캉스(촌+바캉스)’ 문화가 불을 붙였다. 도시를 벗어나 시골 감성을 즐기는 과정에서 다소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소품이 ‘재미’로 소비되는데, 김장 조끼가 그 중심에 섰다. 몸빼 바지, 바라클라바 같은 아이템과 만나며 “웃기지만 멋있다”는 감각을 만들어냈다.

젠지 세대가 패션을 정답이 아닌 놀이로 다룬다는 점에서 김장 조끼는 가장 직관적인 트렌드템이다. 가격 부담이 크지 않아 도전 장벽도 낮다. 촌캉스 룩에서 시작해 힙한 캠핑 룩으로, 다시 데일리 아이템이 됐다.

스타들의 착장도 흐름을 키웠다. 블랙핑크 제니, 소녀시대 태연, 다비치 이해리·강민경까지 SNS 속 사복 패션에서 꽃무늬 누빔 조끼를 나란히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